진단
민선 8기 김관영 전북자치도지사 취임 이후 '도정의 입' 역할을 하는 대변인을 외부 인사들로 잇따라 발탁·임용했으나 모두 실패함으로써 김 지사의 '측근 인사' 시스템의 난맥상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특히 김 지사는 취임 직후 정치인 출신을 자신의 입 역할을 할 대변인에 전격 기용했으나 '부적격 논란'에 휩싸이더니 임기 2년도 채우지 못한 채 자리를 떠나 전북자치도 산하 기관장으로 이동시켜 '회전문 인사'란 소릴 듣더니 두 번째 대변인에 언론인 출신을 다시 기용했으나 갑질 논란과 선심성 광고 집행 등의 구설수로 역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떠났다. 외부 인사 기용에 한계를 보여준 사례들이다.
언론인 출신 대변인 1년여 만에 '불명예 사직'...빈 자리에 김철태 전 고창부군수 임명, ‘도정 입’ 역할 제대로 할까?

2일 전북자치도는 '2025년 상반기 실·국·과장급 및 시·군 부단체장 전보 인사'를 단행하면서 지난달 감사 등을 받은 뒤 사직서를 제출한 임청 전 대변인(4급 임기제) 자리에 김철태 고창군 부군수를 새로 임명했다. 도는 이번 인사가 도정 혁신과 조직 안정화, 지역 현안의 원활한 추진에 중점을 두고 이뤄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언론인 출신인 임 전 대변인은 2023년 11월 22일 임명된 지 불과 6개월여 만에 갑질 논란이 불거진데 이어 선심성·부당 광고 집행 논란으로 시민사회단체들과 불편한 관계를 지속해 오는가 하면 감사 대상에 올라 도 인사위원회에서 감봉 1개월 징계를 받아 결국 1년여 만인 지난달 대변인직을 떠나 '불명예스런 사직'이란 오명을 낳았다.
임 전 대변인은 발탁 과정에서부터 말이 많았다. 전북자치도는 2023년 이맘 때 공석인 대변인에 불과 2개월 전까지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에서 전북지역 취재·보도 책임자로 일했고, 앞서 제42대 전북기자협회장을 역임했던 임 전 본부장을 임명했으나 모집 공고가 나기 전부터 내정설이 공직사회 안팎에서 제기된 데다 김 지사와는 오랜 친분관계를 이어온 인물이란 점에서 시선이 곱지 않았다. 특히 도지사의 입과 스피커 역할을 하는 전북도정 대변인 자리가 불과 1년 6개월여 만에 정치적 측근 인사에 이어 언론계 측근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앞서 지방선거 직후인 2022년 8월 임명된 민선 8기 유영욱 초대 대변인도 임명 전부터 부적격 논란에 휘말렸다. 전북 외(서울) 출생인 그는 민주평화당 용인시장 후보로 나서는 등 정치 경력이 있는 정치인 출신인 데다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 언론 대응이 미흡하다는 평가가 많았음에도 기용됐다가 결국 1년 1개월 만에 경질성 인사로 직을 내려놓았다. 그러더니 도 산하 기관인 전북교통문화연수원장으로 자리를 슬그머니 옮겨 ‘측근 챙기기 인사’, ‘회전문 인사’ 라는 따가운 비판을 받았다.
김 지사 '정실 인사·허술한 인사 검증 시스템' 도마 위

이와 관련 전북자치도의회와 지역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김 지사의 정실 인사와 허술한 인사 검증 시스템이 한계를 드러낸 결과라는 지적이 나왔다. 앞서 지난해 10월 전북자치도 행정사무감사에서 도의회는 광고비 부당 집행 사실이 드러나 감사를 받은 대변인실의 방만한 광고비 관리와 광고비 집행을 부당 청탁한 전임 대변인에 대한 책임 문제 등을 지적했다.
특히 지난해 5월 전북특별자치도 대변인실에서 불거진 갑질 의혹이 지역 언론사에 지급한 부당 광고비와 관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5개월 가까이 전북자치도 감사위원회의 감사가 이뤄져 지난해 10월 광고비 부정 지급 의혹이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관련자를 징계하고 수사 의뢰를 하기로 했지만 감사 결과가 솜방망이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도의회에서 제기됐다.
전북자치도 감사위원회는 지난해 10월 15일 전북자치도 대변인의 전자서명을 무단으로 사용해 특정 언론사에 1,400만원의 광고비가 지급된 것을 확인, 가담한 공무원 2명(6급, 7급)에게만 중징계 요구와 함께 경찰에 공문서 위조 등의 혐의 등으로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을 뿐 전·현직 대변인들에 대한 처벌은 상대적으로 미약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뿐만 아니라 민선 8기 김관영 전북도정 출범 이후 주민 혈세로 집행되는 언론사 광고 예산이 2023년 한해 77억 9,000만원으로 4년 전에 비해 무려 3배 이상 급증한 가운데 전북자치도 '2023년 행정 광고 집행 내역'과 함께 '2024년 언론 홍보 행정 광고 집행계획 수립 문서'의 내용이 시민사회단체에 의해 공개돼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
부당 광고 요구, 선심성 광고 집행 등 논란 끊이지 않은 이유는?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전북민언련)은 지난해 11월 ‘전북자치도청 행정 광고 집행 기준과 현황-2019~2023년 광고비 집행 내역’을 통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전북자치도의 언론사 대상 광고비 집행 내역을 분석·공개한데 이어 전북자치도 대변인실에서 집행한 행정 광고의 실태와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전북민언련은 공개 자료에서 전북자치도 광고의 효과성, 언론사 선정에 대한 적정성이 미흡해 혈세 집행 과정의 심각한 신뢰 훼손이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특히 전체 전북자치도 광고 예산 77억여원 중 12억여원을 집행하는 대변인실의 행정 광고 집행계획은 무늬만 요란할 뿐, 늘어난 예산에 비해 투명하고 합리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실효성이 미흡하다는 비판과 함께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6월 전북민언련을 포함한 전북시민사회단체연대와 전북민중행동, 예산감시전국네트워크 등 전북지역 51개 시민·노동·사회단체는 "전북자치도 대변인실 광고비 지급 논란과 관련 김관영 지사의 사과와 개선 의지를 밝힌 것"과 "전북기자협회와 전북도의회 출입기자단은 기자들의 부당한 광고 요구나 거래가 존재했는지 확인하고 진상을 조사 후 공개할 것" 등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대변인을 좋지 않게 평가하는 출입 언론사 기자들에게 거액의 선심성 광고비를 지급해 도마 위에 올랐으며, 공적 예산이자 혈세인 홍보예산이 제대로 된 집행 과정 없이 운용되고 있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김관영 지사는 철저한 감사와 자체적인 진상조사를 통해 광고비 집행 의혹을 해명하고 대변인실 광고비 집행 의혹을 지역사회에 낱낱이 해명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하지만 김 지사는 갑질 논란에 사과하며 문제가 확인된 부분은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진화에 나서는 듯 했지만 ‘선심성 광고' 의혹은 명료하게 해명하지 않은 채 대변인실 부당 광고비 지급 논란에 대다수 지역 언론들의 이해관계와 침묵 속에 거론조차 되지 않고 어물쩍 해를 넘겼다.
'예산통 공무원' 출신 대변인...광고비 등 대변인실 예산 투명·공정 집행 여부 관심
그런 후 임 전 대변인이 1년여 만에 떠난 빈 자리를 공무원 출신인 김철태 전 고창군 부군수가 맡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신임 김 대변인은 전북대(컴퓨터공학 전공)를 졸업하고 1999년 7급 공채로 임용된 이후 고창부군수로 임명되기 직전까지 전북도청 예산과장으로 재임하며 민선 8기 전북도의 살림살이를 책임졌다. 특히 그는 시·군의 도비 매칭사업 예산 배분 등의 역할을 맡아온 예산통이어서 논란이 많았던 대변인실 광고 및 홍보예산을 과연 투명하고 공정하게 집행할지 주목된다.
한편 개방형 직위 임기제 공무원인 전북자치도 대변인 임기는 2년으로 업무 실적에 따라 5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그러나 민선 8기 김 지사 취임 이후 2022년부터 외부에서 발탁한 대변인 2명이 잇따라 불명예 퇴직하면서 도청 내부에서는 대변인실을 두고 ‘사고·기피 부서’라는 오명이 붙었다.
게다가 참담한 실패로 막을 내린 새만금잼버리 사태를 비롯해 지역 갈등으로 비화되는 전주·완주 통합 재논의, 2036년 하계 올림픽 유치 밀실 행정 논란 등 굵직한 현안에 전략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불통·밀실 행정’이란 비판이 끊이지 않은 상황에서 발탁된 새로운 내부 출신 대변인이 이러한 과제와 부담을 어떻게 극복해 낼 지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이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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