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무안공항 참사' 속보
'12·3 내란 사태'로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발생한 무안국제공항의 대참사로 탑승자 181명 가운데 구조된 2명만 생존하고 나머지 탑승자는 전원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고는 최악의 국내 여객기 참사로 기록되며 사고 원인을 놓고 다양한 분석들이 나오고 있어서 원인 규명에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29일 한국공항공사와 전남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10분 기준 무안공항 사고 현장에서 사망자 179명을 수습했다. 제주항공 여객기 탑승자 181명 가운데 남성 82명과 여성 84명, 성별 확인 불가(확인 중) 13명 등 모두 179명이 숨지고 탑승자 가운데 승무원 2명(남성 1명, 여성 1명)만 구조됐다.
”폭발성 화재 등으로 시신 훼손 정도 심해 수습 어려움“

충돌 사고로 인한 충격과 폭발성 화재 등으로 시신의 훼손 정도가 심해 수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방당국에 따르면 사고 여객기는 전소된 상태이며 꼬리칸을 제외하고 형체가 남지 않았다.
생존한 승무원 2명 가운데 1명은 가족들의 동의 하에 목포의 한 병원에서 이대서울병원으로 이송됐고 나머지 1명은 서울아산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날 사고가 난 항공기는 태국 방콕을 출발해 이날 오전 무안에 도착 예정이던 제주항공 7C 2216편으로 이날 오전 9시 3분쯤 랜딩기어를 내리지 못하고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공항 활주로 외벽에 충돌한 뒤 폭발해 완파됐다.
사고 원인 놓고 '추론' 분분...”버드 스트라이크·랜딩기어 미작동 원인 가능성“
한편 ‘12·3 내란 사태’ 수습이 끝나기도 전에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의 착륙 과정 충돌 사고로 대참사가 발생한데 대한 원인 규명을 놓고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사고 원인에 대한 다양한 추론이 쏟아지는 가운데 국토교통부는 음성기록장치를 수거하는 등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 중이다.
전문가들은 랜딩기어(착륙 시 사용하는 바퀴)가 제대로 내려오지 않은 것이 참사로 이어졌다고 보면서 랜딩기어 미작동의 원인으로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를 대부분 지목했다. 하지만 조류 충돌로 항공기 양쪽 엔진과 유압장치가 모두 작동하지 않은 점에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무안공항 1번 활주로에 접근한 사고 여객기는 1차 착륙을 하려다 정상 착륙이 불가능해 다시 복행(Go Around)해 착륙을 시도했지만 활주로 끝단에 이를 때까지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공항 끝단 구조물과 충돌 후 동체가 파손돼 화재가 발생했다.
사고 원인에 대해 바퀴 없이 기체를 바닥에 대고 동체 착륙해 마찰로 일어났다는 해석과 랜딩기어 등 브레이크 장치 미작동으로 속도를 줄이지 못해 발생했다는 '오버런' 주장 등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랜딩기어 미작동 원인으로는 조류 충돌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한쪽 엔진에서 화재가 발생한 이후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은 점을 석연치 않게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항호원 한국항공보안학회 회장(한국항공대학 항공우주법학과 교수)은 이날 언론과 인터뷰에서 "직접적으로 새가 랜딩기어에 부딪힌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새가 엔진에 들어가 타면서 랜딩기어를 내리는 것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엔진 작동하지 않으면 비행기 전체 먹통...조종사 명령 전달 안 될 수도”

또한 최기영 인하대 항공우주학과 교수도 언론과 인터뷰에서 "뒤쪽 랜딩기어들도 다 내려오지 않아 동체로 내려온 것이 사고와 관련성이 있어 보인다. 동체 착륙을 하면 날개 등으로 항력을 더 키워 속도를 줄여야 했는데 영상으로는 그런 것이 잘 안 보인다"며 "항공기 양쪽 엔진에 다 문제가 생긴 것 같다. 엔진이 작동하지 않으면 비행기 전체가 먹통이 되고 조종사 명령이 전달이 다 안 될 수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랜딩기어와 다른 제동장치 등이 작동하지 않은 점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많은 항공기 제동장치 중에 일부가 작동하지 않으면서 다른 제동장치와 엔진에 문제가 발생해 사고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서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에 관심이 증폭될 전망이다.
무안국제공항 가까운 전북, 사고 여객기 6명 탑승 '참변'

이번 참사와 관련해 무안국제공항과 가까운 전북지역에서도 희생자들이 발생했다. 전라남도 등에 따르면 이날 제주항공에 탑승한 181명 중 전북 연고자는 6명으로 모두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 전북특별자치도는 구체적인 시·군별 탑승자 현황과 신원 파악에 나섰다.
전북자치도는 이날 사고 대응 대책반을 설치하고 도민안전실 직원과 소방 인력 40명, 소방헬기, 구급차 등을 무안공항 현지에 긴급 파견했다. 사고 여객기에는 전주 등 도내에 주소를 둔 탑승객들이 있는 것으로 보고 시·군들이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이다.
무안공항은 전북권에서도 상대적으로 가까운 국제공항으로 사고 여객기 이용 탑승객들이 있을 가능성을 빼놓을 수 없다는 지적과 함께 사상자가 실제로 발생했음에도 일부 지역언론들은 사고 직후 '사상자들 중 전북과는 무관하다'는 오보를 내보내 따가운 시선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사상자들의 정확한 신원은 현지 상황으로 볼 때 유가족들과의 연락과 국토부 자료 등의 조사 없이는 확인이 불가능해 정부 공식 발표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