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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지방선거 기간 중 TV 토론회 등에서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항소심 법정에 선 서거석 전북특별자치도 교육감에게 검찰이 당선 무효형을 구형했지만 기소 후 2년, 항소 후 1년 3개월이 지난 시점이어서 사법부가 '선거범의 재판기간에 관한 강행규정'을 스스로 어기고 있다는 지적이 높게 일고 있다. 특히 지체되는 전북 교육계 수장의 선거 관련 재판으로 인해 지역 교육에 악영향을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비등하다.
검찰 ”전북 교육 최고 책임자·법학 전공하고 대학서 형법 가르쳤는데도 반성하지 않고 범행 부인...300만원 구형“

2일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양진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서 교육감의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 사건 항소심 공판에서 검찰은 1심 때와 마찬가지로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다. 검찰이 지난해 8월 30일 법원의 서 교육감 1심 무죄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지 무려 1년 3개월 만에 열린 공판이다.
검찰 측은 이날 "피고인은 선거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허위 사실을 공표하는 범죄를 저질러 유권자의 올바른 판단을 해쳤다"며 "피고인은 전북의 교육 정책을 총괄하는 대표자이자 최고 책임자"임을 강조했다.
또한 검찰은 "피고인은 법학을 전공하고 대학에서 형법을 가르쳤는데도 반성하지 않고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면서 "전북의 교육정책에 장기간 혼란을 초래한 점 등을 고려해 300만원의 형을 선고해 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서 교육감에게 적용된 혐의도 공직선거법처럼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을 무효로 하며 그 직이 상실된다.
서 교육감 측 ”이귀재 교수 증언 앞뒤 맞지 않고 신빙성 없어...원심과 같이 무죄 선고해 달라“

그러나 서 교육감 변호인 측은 이날 "이귀재 교수(폭행 피해 의혹 당사자)의 증언은 당시 현장 상황에 비춰 앞뒤가 맞지 않고 신빙성이 없다"면서 ”원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서 교육감은 지난 2022년 4월 26일, 5월 13일 지방선거 TV 토론회와 5월 2일 SNS를 통해 "전북대 총장 재직 당시 이귀재 교수를 폭행한 적이 없다"고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2022년 11월 25일 기소 후 9개월 만인 2023년 8월 25일 1심 판결이 이뤄졌다.
그러나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검찰의 항소로 이어진 재판은 1년이 훨씬 지나도록 연기돼 공직선거법 제270조 '선거범의 재판기간에 관한 강행규정'을 어기고 있다. 1심 선고는 6개월 이내에 처리하도록 하고 있음에도 3개월이나 지체된 데다 제2심 및 제3심에서는 전심의 판결의 선고가 있은 날부터 각각 3월 이내에 반드시 하여야 하도록 한 규정을 사법부가 어긴 셈이다.
서 교육감의 이 교수 폭행 의혹은 지난 2013년 11월 18일 전주시내 한 한식당에서 발생한 이들 사이의 물리적 충돌에서 불거졌다. 그러나 당시 폐쇄회로(CCTV) 등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이 교수는 폭행을 당한 당사자로 지목되며 핵심 증인으로 사건의 중심에 섰지만 1심 재판에서 이 교수는 "폭행은 없었다"는 취지로 위증해 구속됐다.
1심 무죄 선고 후 허위 증언·위증 교사 논란·재판 겹쳐...서 교육감 기소 후 2년, 1심 선고 후 1년 3개월, '임기 반환점' 지나

이에 1심 재판부는 서 교육감에게 무죄를 선고하자 전주지검은 당시 양형 부당, 법리 오해를 이유로 전주지법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8월 25일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혐의를 입증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 교수는 경찰 조사에서는 서 교육감이 뺨을 때리는 등 폭행했다고 진술했지만, 정작 재판에서는 "묵직한 것에 부딪혔던 것 같다",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 후로도 여러 차례 말을 바꾸다가 위증죄로 구속된 이후 "제가 출마한 전북대 총장 선거에서 서 교육감 측 지원을 받으려고 위증했다"고 자백했다.
검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이 교수에게 위증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서 교육감의 처남과 범행을 도운 변호사 등 3명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특히 이 교수는 지난해 3월 24일 서 교육감의 1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서 교육감에게 폭행당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허위 증언을 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1·2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지난 10월 18일 만기 출소했다.
이 교수는 지난 5월 서 교육감의 항소심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2013년 회식 당시를 떠올리며 "먼저 자리를 뜨려고 신발을 신고 있었는데 서 교육감이 내 얼굴을 양손으로 3차례 폭행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에 서 교육감은 지난 7월 1일 임기 반환점을 돌았다.
'6·3·3 재판 강행규정' 지켜지지 않고 있는 이유는?...‘봐주기 재판’ 의혹
더욱이 위증 혐의로 구속 기소 된 이 교수가 "서 교육감 1심에서 위증했다"고 검찰에 자백해 자신의 1, 2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으면서 이 같은 결과가 서 교육감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서 교육감에 대한 다음 선고 공판은 내년 1월 21일 열릴 예정이다.
하지만 폭행 피해 당사자의 허위 증언과 서 교육감 측근의 위증 교사 혐의 등의 재판과 다르게 먼저 기소된 서 교육감 당사자에 대한 재판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음에도 공직선거법 제270조 '선거범의 재판기간에 관한 강제규정'에 명시된 내용을 어기고 있어 '봐주기 재판'이란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지역 교육계 안팎에선 ”선거범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처리한다'는 강행규정을 둘 정도로 우리나라 법은 선거사범에 대해 재량의 여지없이 법 규정대로 재판을 처리하라는 의무조항으로 '6·3·3 재판 강행규정'을 두고 있지만 서 교육감 선거에서는 1심부터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서 교육감 임기 절반이 지나도록 재판이 늦춰지면서 전북 교육계 수장에 대한 신뢰는 물론 지역 교육정책 전반의 공신력이 떨어진다“는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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