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공방 이슈

2022년 5월 : “교수들 앞에서 폭행 당했다.”

2022년 9월 : “폭행은 없었다. 물리적 외형력을 행사한 사실 또한 전혀 없었다.”

2023년 1월 : “폭행 당한 사실이 없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

2024년 5월 : “폭행 당했다. 총장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위증했다.”

두 사람의 진실공방이 점입가경이다. 서거석 전북교육감이 전북대 총장 시절이던 2013년 11월 18일, 전주시내 한 식당에서 벌어진 일이 법정에서 다시 쟁점으로 부각됐다. 당시 식당에서 발생한 폭행 피해 의혹 당사자로 지목돼 온 이귀재 전북대 교수가 언론과 경찰·검찰·법원 등에서 한 발언 내용이 일치하지 않은 원인이 크다. 그런데 그의 증언이 법정에서 재번복됨으로써 진실공방은 새 국면을 맞게 된 것이다.

비록 지난 6·1 지방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진실공방 사건이지만 전북대 총장선거가 매개 변수로 작용한 사건이다. 문제는 당시 전북대 총장(서거석 현 교육감)이 후배이자 동료 교수(이귀재 교수)를 ‘폭행했느냐’, ‘폭행하지 않았느냐’는 게 이번 사건의 본질이자 핵심이다. 

참으로 민망하고 낯부끄러운 사건이다. 폭행한 사실이 있다면 전북의 지역거점국립대학 총장이 동료 교수를 왜 폭행해야 했을까?, 그렇지 않았다면 후배 교수는 왜 맞았다고 우기는 것일까? 이 두 의문에 대한 정확한 진실은 이제 사법적 판단에 맡겨진 채 양측 공방이 뜨겁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서거석 교육감 재판에 출석한 이귀재 교수 ”양 볼 2, 3회 때려" 증언...새 국면

광주고등법원 전주재판부 전경.
광주고등법원 전주재판부 전경.

22일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양진수 부장판사)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된 서 교육감 항소심 속행 공판을 열고 위증 혐의로 또 다른 재판을 받는 이귀재 교수를 증인으로 출석시켰다. 지난 1월 5일 이 교수가 전북대 총장 선거에서 서 교육감 측 지원을 받기 위해 위증한 혐의로 구속 기소되고 법원이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재판 중인 서 교육감 항소심 판결을 연기하며 검찰 신청 변론 재개를 받아들인 지 4개월여 만에 열린 법정 공방이어서 많은 관심이 쏠렸다.

위증으로 구속된 이 교수가 서 교육감의 허위사실공표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날 법정에선 예상대로 뜨거운 논쟁이 펼쳐졌다. 그 논쟁의 핵심은 10여년 전인 2013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가 당시 전주시내 음식점에서 폭행이 있었는지 여부를 놓고 두 사람의 공방이 가열됐다. 이날 이 교수의 증인심문은 약 3시간 30여분간 진행됐다. 

이 교수는 '폭행이 없었다'고 말한 자신의 위증과 허위사실 모두를 인정하면서 ‘폭행은 있었다’는 전제 카드를 꺼내들어 시선을 모았다. 그는 서 교육감에게 "2~3차례 양 손으로 뺨을 맞았다"고 진술한 반면 이날 서 교육감 측은 '이 교수의 거짓말'로 몰아붙였다. 특히 진술의 신빙성 문제를 지적하며 거듭 '폭행 사실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검찰은 "2013년 당시 폭행당했던 상황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부탁하고 폭행 모습을 흉내 낼 수 있겠냐"고 묻자 이 교수는 "(서거석 교육감이)양손을 들어 박수치듯 자신의 뺨을 2~3회 때렸고 이에 화나서 내가 머리로 들이받았다"며 "이후 내 이마에 상처가 나 있어 (서 교육감의)한 손에 핸드폰이 쥐어져 있던 것이 생각났고 그로 인한 상처겠거니 짐작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재판에서 거짓말(위증)한 이유”를 묻자 이 교수는 "(2022년 12월 자신이 후보로 출마한) 전북대 총장 선거를 도와준 측근 A씨가 '(서 교육감 폭행 의혹과 관련해) 순화해 진술해 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자발적으로 위증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 교수는 서 교육감 1심 재판에서 "폭행이 없었다"는 취지로 거짓 증언한 혐의(위증)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또 A씨와 서 교육감 처남도 위증교사 혐의로 입건된 상황이다.

"폭행 당했다" vs "신빙성 없다"…서거석 교육감 재판 '진실 공방' 점입가경

서거석 전북교육감(왼쪽)과 이귀재 교수.(자료사진)
서거석 전북교육감(왼쪽)과 이귀재 교수.(자료사진)

그러나 이날 서 교육감 측 변호인은 이 교수에게 "(사건 당시 서 총장이) 한 손에 휴대폰을 쥐고 있는데 양손으로 뺨을 어떻게 때리느냐"고 묻는 등 이 교수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폭행 자체가 없었고, 이 교수가 그동안 말한 내용이 계속 달라져 믿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서 교육감 측은 “이 교수가 설명한 폭행 당시 상황을 지인과 통화 그리고 경찰 조사 등에서 ‘핸드폰으로 찍혔다’는 내용과 ‘양손으로 뺨을 맞았다’는 내용이 상반된다”며 이 교수 진술의 신빙성을 거듭 지적했다. 이 외에도 "이 교수의 연구비 횡령 혐의 사건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 맞는지" 등을 물었다.

이에 이 교수는 "사건의 본질은 폭행이 있었는지 없었는지의 문제로 개인적인 사적 통화를 하나하나 문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총장 선거를 이기기 위해 진실을 손바닥으로 가린 꼴이 됐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재판장에게 항의하며 "(서 교육감 측이)나를 거짓말쟁이로 몰아가고 있다"며 "폭행 사실에 대해서만 질문해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서 교육감은 지난 2022년 6·1 지방선거 당시 상대 후보였던 천호성 전주교대 교수가 제기한 '동료 교수 폭행 의혹'에 대해 방송 토론회 등에서 "폭력은 없었다"고 말하며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폐쇄회로(CC)TV 등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이 교수는 폭행을 당한 당사자로 지목되며 핵심 증인으로 사건의 중심에 섰지만, 1심 재판에서 "폭행은 없었다"는 취지로 위증해 구속됐다.

이날 이 교수는 자신의 위증에 대한 검찰의 공소 사실 모두를 인정하고 자신의 전북대학교 총장 선거의 승리를 위해 서 교육감의 폭행과 관련해 그동안 허위 사실을 유포해왔다는 입장을 밝힘으로써 이제 다시 의혹의 시선은 서 교육감을 향하게 됐다. 다음 재판은 오는 6월 19일 오후 4시 20분에 열릴 예정이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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