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근의 지리산 문화대간(121)

날고, 걷고, 헤엄(飛步游)치는 생명 공동체의 유토피아 광한루 이야기 네 번째 편이다. 

조선 백성의 이상향은 무엇이었을까? 조선 백성들은 하늘에 그 세상이 있다고 믿으며 천지인을 그 생각의 이음줄로 삼았다. 하늘과 땅과 사람이 동일체이니 천지간에 들어 사는 사람은 누구나 똑같아 지기를 바라는 염원의 세상이 조선 백성의 이상향 유토피아였다. 얼마 전 광한루에 갔다가 외국인 일행을 만났다.

통역사가 광한루를 설명하는데 오작교 아래 호수에 원앙과 잉어가 노닐고 있었다. 사람들은 오작교 아래의 그 풍경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풍경은 시간과 공간의 결합체다. 먼 옛날 선조들이 광한루에 들인 풍경에 조선 백성들의 이상향이 들어있다. 날고 걷고 헤엄치는 생명 공동체가 함께 공존하는 세상이 그것이다.

그 세상이 600여 년을 달려왔고, 그 풍경의 세상은 지금도 그러하나 그 세상을 들여다 보는 사람들의 눈만 관광일 뿐이다. 천상의 세계 삼신산에서 노니는 봉황의 자리에 원앙이, 견우직녀가 걷던 오작교에 우리가, 은하수를 헤엄치던 용의 자리에 잉어가 환생하여 대역을 하고 있으니, 광한루는 지상의 유토피아가 아니고 무엇이랴. 광한루 풍경 속에 사계절 유토피아가 산다. 

광한루 자원! 관광객을 신선으로 환생시켜 주는 사계절 유토피아를 파시라. 동경과 낭만 자신을 그곳의 주인공으로 맞아줄 곳에 사람이 모여드는 세상이 아니든가 말이오. 고을 만백성의 공평한 복지 종점은 자존감을 키워내는 문화다. 

/글·사진: 김용근(지리산문화자원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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