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근의 지리산 문화대간(120)

광한루에서 조선을 본다고 했던 광한루 오작교의 비밀 해제에 관한 이야기다. 광한루는 600여년 동안 조선백성의 마음을 디자인해 온 유토피아다. 남원성 밖 작은 물웅덩이었던 벙어리 방죽에 달이 내려 앉았고 그곳이 수많은 물고기와 파충류와 뱀들이 생존을 위한 먹이 사슬의 현장을 만들고 있었다. 한 노선비는 그 속을 들여다 보고 백성들이 꿈꾸던 세상을 그 방죽에 내려 앉은 달나라에 대었다.
그 꿈은 600년을 달려왔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오늘은 광한루에 들인 조선백성의 꿈이 매년 한번 크게 숨쉬며 되살아 나는 오작교 이야기이다. 칠월 칠석이 가까워지면 은하수는 동서로 길게 나타난다. 이 은하수에 오작교가 남북으로 놓이고 은하수 양쪽으로 해어져 살던 견우와 직녀는 그 오작교를 건너 상봉을 한다 단 하루만 주어진 만남의 시간이다.

견우와 직녀는 오작교 어느 지점에서 만나게 될까? 일년 동안 떨어져 있던 그리움에 오작교가 개통되는 순간 서로 달려가 끌어안고 포옹을 하는 지점을 선조들은 오작교 3분의 2지점에 특정해서 표시해 놓았다. 칠월 칠석날 비가 와야만 보이는 그 지점은 북극성을 향하고 있고, 달나라의 원형안에 좌우로 별 7개를 넣어 철석날을 새긴 윷판 성혈의 모양이다.
칠월 칠석날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지점이라는 그 표시점은 광한루의 중심 축이다. 그 곳을 지나는 사람마다 유토피아로 들어가는 주인공이 되기 때문이다. 오작교의 다리 구멍은 처음에 3개였다. 사람은 하늘과 땅과 같다라는 이상향의 천지인 합의 사상을 오작교에 들였고 그 사상의 숙성기를 지나 조선백성의 염원인 백성이 나라의 근본사상을 오작교에 들이는 오작교 구멍 4개로 확장 되었다.

누구든 오작교를 지날 때마다 구멍 4개를 지나야 하니 동서남북, 춘하추동, 남녀노소, 사농공상 모두 사람은 귀하고 평등하다는 것을 광한루 오작교에 들인 것이다. 600여년 동안 축적해온 조선 사람들의 그 마음은 광한루 편액의 시로 모여져 있다. 일제 강점기, 일제의 천황신보다 위에 존재하는 조선 백성들의 우주관은 탄압과 말살의 대상이었다. 일제는 오작교의 옆을 덧댄 나무 다리를 놓고 오작교라는 표석을 치우고 '남원교'라고 지은 다리 표시를 세웠다 오작교가 침탈당한 것이다.
문화는 고을 공동체 복지의 정점이다. 고을 쇠락의 해법은 조상보다 나은 후손이 답이다. 남원 광한루의 세상은 선비들은 광한루에 올라 정치의 유토피아 세상을 말하고 백성들은 오작교를 건너면서 사회의 사농공상 공동체를 말하며 관리들은 삼신산에 들러 나라의 안위를 말해왔다.

광한루는 그 합의 완성을 향하여 달려왔고 지금도 달려가는 곳이다. 그 곳에 한발짝도 들여 보지 못하고 어찌 우리나라 사람이라고 하랴. 광한루! 카메라로, 해설로, 글로, 관광으로 말하려거든 광한루에 든 그 삼합의 주인이 되어보시라.
/글·사진: 김용근(지리산문화자원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