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화 칼럼
#예산 문제로 다른 비판의 목소리 나오지 못하게 하는 위험한 '지역 여론'
새만금잼버리 실패에 대한 원인과 책임 규명 논란이 정쟁으로 뒤얽혀 뜨겁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KCC이지스 연고지 이전 문제가 동시에 터져 실망과 좌절을 더하게 한다.
어제 방송에서 잼버리 파행에 대해 잠깐 언급했는데, 잼버리 실패에 대한 원인 분석을 이번에는 지역 내에서 제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방송에서 시간 문제로 얘기를 못했는데 예산 문제로 다른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지 못하게 하는 지역 여론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예산은 예산이고, 잼버리 실패에 대한 책임은 다른 문제다.
특히 일부 지역 기자들이 비판의 목소리, 새만금 공항 등에 대한 재검토를 거론하는 주장에 '지금이 그럴 때냐?'고 비판하는 행태에 화들짝 놀랐다. 앞서 열린 전북아태마스터스대회를 복기해 보면 안일하고 무능하게 준비하던 조직위에도 놀랐지만 장밋빛 전망만 인용하고 조직위의 발언만 인용해 참가자 수 등 효과를 부풀리던 언론들의 행태는 왜 되돌아보지 않나?
아태마스터스대회 때도 일회성 보도로 때리고 난 후 진지하게 실패 원인을 보도한 곳들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나? 돈으로 선수 모집하고 이것이 전북경제 활성화되니 그냥 지원해 주자고 용인해 주던 지역의 관행도 잼버리 파행으로 이어지게 한 원인 중 하나라고 본다. 타 지역 교육청에서 도내 잼버리 대원과 지도자의 참가비를 지원해 준 금액이 다 확인된 것도 아닌데 20억원이 넘어간다. 이래도 되는 건지 의문이다. 잼버리 예산은 조직위원회 예산만이 아니라 각 시·도 교육청, 전라북도 예산, 도내 시·군 예산 등 드러나지 않고 집행된 부분들이 너무 많다.
#KCC 연고지 부산 이전, 전주시는 책임 떠넘기는 입장문 말고 반성문부터 써야
전북아태스터스대회와 새만금잼버리 실패로 충격과 실망이 큰 마당에 22년 동안 전주시를 연고로 했던 KCC이지스 프로농구단이 부산시로 연고지를 옮겨 충격과 허탈, 좌절감이 더욱 크다. 전주시 2022년 회계 결산 공시자료를 보면 전주실내체육관 건립 진척률이 2022년 기준으로 10%’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전주시의 뒤늦은 대응도 석연치 않다.
KCC에서 연고지를 이전할 수 있다는 내용이 8월 16일 서울 언론에 의해 보도되었는데, 17일 전주시는 "전주실내체육관 건립 공사를 발주하고, 체육관 신축 공사 추진을 위한 업체 선정 절차에 착수했다"고 진척 상황을 지역 언론에 알려 기사화했다. 전주시가 여론이 악화되기 전 근거를 남기려고 한 것인지 이해가 안 간다. 코스트코도 그랬고 쿠팡도 그렇고 기차 떠나가고 나서 움직이는 지자체의 모습이 너무 안타깝다.
스포츠조선의 'KCC와 전주시 '홈구장 신축' 파행, KCC 홈 연고지 이전 적극 검토' 최초 보도가 8월 16일 나왔다. 그런데 8월 30일 KCC이지스의 부산 이전이 한국프로농구연맹(KBL)에서 의결된 이후 전주시는 “KCC이지스 연고지 이전 결정에 대한 전주시 입장문‘을 내고 ”KCC가 유례가 없을 정도로 일방적인 이전을 추진했다“며 맹공격을 퍼부었다.
일종의 책임 전가성 입장문으로 읽히기에 충분해 보였다. 이런 변명과 남 탓으로 일관한 입장문을 내다니 너무 실망스럽다. KCC이지스가 연고지 이전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전주시가 약속을 지키지 못한 이유에 대해 시는 먼저 시민들에게 사과하고 해명해야 한다. 시민들을 바보로 아는 건가. 있는 것도 지키지 못하는 무능함이라니. 입장문에 앞서 반성문부터 써야 하는 게 옳다.
/손주화(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