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큐레이션] 2023년 8월 26일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새만금잼버리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전북도 제공)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새만금잼버리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전북도 제공)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새만금잼버리) 파행 사태를 규명하기 위한 국회 상임위원회(상임위)가 잇따라 파행으로 치닫으면서 정확한 책임 규명이 정쟁 속에 파묻힐 위기에 처했다. 

새만금잼버리 파행 규명을 위해 국회는 지난 16일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 전체회의를 열기로 했으나 잼버리 집행위원장인 김관영 전북도지사 출석 여부를 둘러싼 여야 대립 속에 파행으로 끝난데 이어 25일 여성가족위원회(여가위) 전체회의가 열렸지만 여당 의원들과 여성가족부(여가부) 장관 불참으로 1시간여 만에 정회하는 등 또 파행을 빚었다.

새만금잼버리 현안 질의 국회 여가위 전체회의, 여가부 장관 불참으로 '파행'

앞서 새만금잼버리 사태를 규명하기 위한 행안위 전체회의는 여야가 김 지사 출석 문제를 놓고 대치한 끝에 국민의힘이 회의에 불참하며 26분 만에 종료됐다. 그러더니 여가위 전체회의도 새만금잼버리 주무 부처 수장이자 대회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은 여가부 장관과 여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정회하면서 다시 파행을 빚었다. 

증인 출석을 둘러싼 여야 신경전과 마찰이 극심한 가운데 새만금잼버리 파행 사태 규명이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흘러나오는 이유다. 특히 국회 여가위 전체회의가 증인과 참고인 출석에 대한 여야 간 이견으로 결국 파행돼 아쉬움이 크다는 정치권 안팎의 반응이다. 

이날 야당 의원들 주도로 회의 자체는 열렸으나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과 김현숙 여가부 장관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으면서 새만금잼버리에 대한 질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당초 여가위는 새만금잼버리 주무 부처인 여가부 등을 대상으로 행사 파행의 원인과 책임에 대해 질의할 예정이었다.

여가부 장관 찾느라 의원들 화장실 뒤지는 촌극까지?

여가위 소속 야당 국회의원들은 회의 시작 전 김 장관을 찾기 위해 국무위원 대기실과 화장실을 뒤지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야당 소속 의원들은 화장실에 있던 여가부 대변인을 발견하고 김 장관의 출석 여부와 현 위치에 대해 묻기도 했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대변인을 향해 "어떻게 화장실로 도망가냐"며 "(김 장관을) 빨리 찾아내라"고 고성을 지르기도 했지만 끝내 출석하지 않자 야당 의원들은 일단 김 장관 출석을 공식적으로 요구하기 위한 ‘국무위원 출석 요구의 건’을 의결하고 오전 중 정회했다. 

그 뒤로도 한 시간 넘게 김 장관이 출석하지 않자 결국 산회하면서 끝내 파행으로 끝났지만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이날 “(김 장관이 거듭) 출석 요구를 거부한다면 국무위원을 대표해 한덕수 국무총리의 출석을 요구해 명백한 사과와 해명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여가위 파행은 여야가 증인 출석 문제에 대해 합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야는 지난주 내내 새만금잼버리 파행 관련 증인·참고인 명단을 두고 협상을 이어갔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한 원인이 크다. 

국민의힘, 송하진 전 전북도지사 증인 출석 요구 ‘주목’ 

국민의힘은 앞서 김 장관 외에도 김관영 전북지사, 송하진 전 전북지사, 정영애 전 여가부 장관, 김윤덕 민주당 의원, 이병호 농어촌공사 사장 등의 여가위 출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새만금잼버리 파행에는 여가부 등 현 정부보다 문재인 정부와 전북도의 책임이 크다는 점을 강조하려 했던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이에 맞서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했던 새만금잼버리 개영식 당일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김용현 대통령실 경호처장이 출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여당이 불참하고 김현숙 장관도 출석하지 않은 여가위 전체회의는 파행으로 끝났지만 앞으로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권인숙 여가위원장은 “증인·참고인 문제로 장관이 참석하지 않는 건 국민을 능욕하고, 국회를 무시하는 태도”라며 “잼버리 사태에 책임을 지고 있는 여가부 장관이 여당의 참고인 핑계에 숨어서 나타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한준호 의원 “실제 참가자 조사 결과 18개국 500명 누락...직원들 징계·장관 해임” 요구 

민주당 한준호 의원은 이날 "잼버리 실제 입영 현황 자료를 요청했는데 이를 토대로 실제 조사를 해보니 18개국 500명의 인원이 빠져 있다"고 지적한 뒤 "야당 의원들에게 잘못된 자료를 보내면서 속임수를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 의원은 “해당 여가부 직원들에 대한 징계 요구와 장관에 대한 해임”을 요구했다. 

민주당 간사인 신현영 의원도 “책임 있게 잼버리 사태를 규명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건 국회의 의무”라며 “몇 주 전부터 합의됐고, 공지된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고 지적했다. 또 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장관의 귀책 사유를 물어 고발을 검토하거나 상임위 차원에서 장관 해임 건의를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민주당 양경숙 의원(비례)은 "잼버리 현안 질의의 파행이 행정안전위원회에 이어 계속되고 있다"며 "여당 의원들이 국회의원의 본분을 망각하면서 대통령의 나팔수가 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대통령실 경호처장 출석 요구, 누가 봐도 터무니없는 주장”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경호처장 출석 요구는 진상 규명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고 회의 자체를 합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소속 정경희 국회 여성가족위 간사는 "이번 새만금잼버리 파행의 중심에 있는 전라북도가 아닌 대통령실 경호처장의 출석을 요구하는 것은 누가 봐도 터무니없는 주장이고 정치 공세“라고 주장했다.

또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화장실까지 쫓아가서 여가부 대변인을 괴롭히는 건 또 무슨 경우냐”며 “입버릇처럼 인권 얘기하던 당 맞느냐. 왜 국회에서 ‘런닝맨’을 찍으시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김관영 지사 “사실관계 규명하고 책임 추궁해야”

한편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잼버리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전북 책임론을 해명하겠다며 이날 국회에 갔지만 결국 여가부 전체회의 파행으로 참석하지 못하자 국회 소통관에서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고 "엊그저께 행안위도 마찬가지고 오늘 여가위도 마찬가지고 지금 여당 쪽에서 일체 잼버리와 관해서 국회에서 얘기하고 질의할 기회 자체를 봉쇄하고 있다“며 ”이번 대회는 대통령이 명예총재인 한국스카우트연맹이 주최 기관이고 국무총리가 정부지원위원회 위원장, 3개 정부부처 장관이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아 치른 범국가적 국제행사”라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이어 “잼버리 파행 책임을 모두 개최지인 전북으로 몰아가며 희생양을 삼는 것은 온당치 못한 처사다”며 “실패의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한 잘못된 처방이다. 개별 사업별로 실제 이뤄진 일에 기반해 사실관계를 규명하고 그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새만금잼버리 파행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국회에선 행안위에 이어 여가위까지 회의 자체를 잇따라 무산시켜 새만금잼버리 파행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의지가 있기는 한 건지 의문이 들게 할 정도다. 국정조사 추진도 여야가 맞서고 있어 새만금잼버리 파행의 책임 공방은 더욱 짙은 안개 속으로 빨려 들며 장기화될 조짐이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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