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이슈 진단

KBS 서울 여의도 사옥 전경(사진=KBS 제공)
KBS 서울 여의도 사옥 전경(사진=KBS 제공)

전기요금과 KBS·EBS 방송 수신료 징수를 분리하기 위한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됨에 따라 시행이 초읽기에 돌입했다. 정부는 11일 국무회의에서 TV 수신료 징수를 위탁받은 자가 수신료를 납부통지·징수할 때 고유업무 관련 고지 행위와 결합해 행할 수 없게 하는 내용 등을 담은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의결했다.

정부, 'TV 수신료 분리징수' 국무회의 의결...대통령 결재만 남아 

특히 개정안에는 KBS의 지정으로 수신료 징수 업무를 위탁받은 자가 KBS 수신료를 납부통지·징수할 때 자신의 고유 업무와 관련된 고지 행위와 결합해 행할 수 없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즉, 국민들이 수신료 징수 여부와 그 금액을 명확하게 알고 납부할 수 있게 해 국민의 관심과 권리의식을 높이겠다는 게 정부가 설명하는 개정안 취지지만 사회적 혼란과 언론계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

더욱이 정부는 TV 수신료 분리 징수를 최대한 신속하게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개정안은 윤석열 대통령 재가 절차를 거쳐 공포되면 바로 시행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리투아니아를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은 현지에서 전자결재로 개정안을 재가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KBS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공포 즉시 헌법소원"  

당장 KBS가 11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전기요금과 TV 수신료 분리징수와 관련 시행령이 공포되면 사회적 혼란이 우려된다며 헌법소원을 예고했다. KBS는 이날 즉각 입장문을 통해 "방송법 시행령 개정령안이 공포되는 즉시 헌법소원을 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개정안 중에는 수신료 징수를 위탁받은 자가 수신료를 납부통지·징수할 때 고유업무 관련 고지 행위와 결합해 행할 수 없게 하는 내용이 골자를 이룬다. 그러나 이날 KBS는 "정부가 '국민 불편 해소와 선택권 보장'을 이유로 시행령을 개정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 KBS는 "수신료 징수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에 놓일 것"이라며 "국민이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별도로 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기고, 징수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회적 혼란과 갈등으로 국민의 불편이 가중될 위험도 크다"고 강조했다.

김의철 사장 "막무가내식 추진 막아내지 못해 죄송...비상경영 선포"

김의철 KBS 사장(사진=KBS 제공)
김의철 KBS 사장(사진=KBS 제공)

앞서 10일 김의철 KBS 사장은 TV 수신료·전기요금 분리징수 시행을 앞두고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김 사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수신료 분리징수가 현실화됨에 따라 오늘 이 시간부로 비상경영을 선포한다”며 “그동안 회사는 수신료 분리징수가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부당하다는 합리적인 의견을 제시했지만 결과적으로 정부의 막무가내식 추진을 막아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한 김 사장은 “구성원들에게 큰 부담과 걱정을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하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앞서 방송통신위원회는 수신료와 전기요금을 통합 징수하는 현행 방식과 달리 두 항목을 분리해 걷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 5일 의결했다. 개정안은 이튿날 열린 차관회의를 통과한 데 이어 곧바로 11일 국무회의에 상정돼 통과했다. 

KBS는 비상경영 선포에 따라 신규 사업을 모두 중단하고 기존 사업과 서비스 역시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김 사장이 총괄하는 비상경영 TF를 구성해 실무 대응팀도 만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특히 김 사장은 "위기 상황에서도 직원들의 고용 안정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김 사장은 또 “우리 모두는 이번 사태를 계기 삼아 KBS의 고질적인 숙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분골쇄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KBS가 이 위기를 딛고 더 견고한 기반 위에서,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모두의 힘과 뜻을 모아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아울러 "1994년부터 KBS와 계약을 맺어 수신료를 위탁징수해온 한국전력과 협상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민언련 “수신료 분리징수 졸속 추진 반대” 전국 1인 시위

10일 서울, 부산, 광주, 경남, 충북, 전북 등 전국에서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동시 1인 시위가 각 지역 KBS총국 앞에서 진행됐다. 전북민언련의 KBS전주총국 앞 시위 모습.(사진=전북민언련 제공)
10일 서울, 부산, 광주, 경남, 충북, 전북 등 전국에서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동시 1인 시위가 각 지역 KBS총국 앞에서 진행됐다. 전북민언련의 KBS전주총국 앞 시위 모습.(사진=전북민언련 제공)

한편 10일 오전 서울, 부산, 광주, 경남, 충북, 전북 등 전국에서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동시 1인 시위가 각 지역 KBS총국 앞에서 진행돼 시선을 끌었다. 민언련은 “공영방송 위축시키는 수신료 분리징수 졸속 추진을 반대한다”며 “시민공론화 추진으로 공영방송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 학계, 언론계, 시민사회, 정치권을 망라한 범국민적 차원의 공론화위원회 설치를 통해 수신료에 대한 시청자 여론을 제대로 수렴하고, 합리적 숙의 과정을 거칠 것”을 국회에 촉구했다. 

전국 민언련은 지난 5일에도 공동성명을 내고 “헌법재판소의 현명한 판단과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로 시행령 개정 폭주를 멈춰 세워야 할 것”이라며 “정치권을 망라한 범국민적 차원의 공론화위원회 설치로 수신료에 대한 시청자 여론을 제대로 수렴하고, 합리적 숙의 과정을 거쳐서 방송을 손아귀에 넣으려는 거대 양당의 정치 후견주의로 엉켜온 실타래를 이젠 풀어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TV 수신료 분리징수, 지역 언론계에 큰 ‘타격’ 우려...왜?

좌측부터 충북민언련, 광주민언련, 경남민언련 1인 시위 모습(사진=민언련 제공)
좌측부터 충북민언련, 광주민언련, 경남민언련 1인 시위 모습(사진=민언련 제공)

정부가 TV 수신료 분리징수안을 일사천리로 밀어붙이면서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감에 따라 KBS와 EBS가 당장 비상경영이 불가피하게 됐지만 지역 언론계, 특히 지역 방송사들이 가장 큰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우선 KBS 본사는 물론 전 지역 총국들도 수신료 납부율이 큰 폭으로 떨어질 것이 가장 큰 고민이다. 한국전력공사에 위탁징수 하기 전인 1993년의 수신료 납부율은 52.6%에 불과했지만, 2021년 수신료 납부율은 99.9%로 매우 높았다. 그러나 분리징수될 경우 현격하게 납부율이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효재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은 시행령 의결 후 낸 입장문에서 "KBS 수신료는 절대 내고 싶지 않지만 전기료와 함께 고지되고 징수되니 할 수 없이 강제로 내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분리징수할 경우 현재 수신료 수입이 6분의 1로 토막날 것이라는 사실을 (KBS)스스로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분리징수가 시행되더라도 TV 수신료는 납부해야만 한다. 납부하지 않을 경우 '체납자'가 된다는 점에서 TV 수신료가 분리징수될 경우 파생되는 문제와 이로 인한 혼란이 많이 야기될 수 있다. 문제는 KBS의 수신료 수입이 떨어질 경우 KBS와 EBS 뿐만 아니라 방송광고시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광고시장을 맴돈다. 

KBS 1TV, 광고영업 뛰어들 경우 지역 중소 방송사들 광고 수익 구조 큰 영향 

특히 거대한 조직망과 네트워크를 지닌 KBS가 수신료 수입이 크게 떨어져 방송광고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MBC와 SBS 등 지상파 방송사들의 수익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고, 이는 결국 지역의 중소 방송사들에게 더 큰 타격을 가져올 것이 뻔하다. KBS의 비상경영도 서울보다는 전 지역 총국의 비상체제가 더욱 혹독할 것이란 우려감이 팽배하다. 

이와 함께 결합판매를 하고 있는 중소 방송사들의 수익구조가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도 벌써부터 나온다. KBS의 수신료 수입이 떨어질 경우 1TV가 광고영업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고, 지상파 방송사는 물론 종편 방송사들 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경우 중소 방송사들의 광고수익 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TV 수신료 분리징수가 결과적으로 지역 중소 방송사들의 생존 자체에 위협을 가할 것이란 어두운 전망이 가득하다. 게다가 TV 수신료 분리징수로 인한 '도미노 타격'이 가뜩이나 위축된 지역 언론계를 더욱 암울하게 만들 것이란 우려가 팽배한 현실이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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