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진단]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실태와 문제점(상)
올 상반기로 예정됐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위한 정부의 기본계획 수립이 계속 미뤄 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내년 총선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상 기관 수도 발표 때마다 달라 혼선이 증폭되고 있다.
게다가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사활을 걸고 공공기관 유치에 올인하고 나서 갈등이 산재한 형국이다. 같은 공공기관을 놓고 과열된 유치 경쟁을 벌이며 신경전을 펼치는 등 정부의 밑그림이 늦어지면서 지역마다 좌불안석이다.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둘러싼 혼선과 갈등의 원인, 대책을 두 차례에 걸쳐 긴급 진단해 본다. /편집자주

지자체 경쟁 '과열' 속 정부 ‘2차 공공기관 이전 기한’ 넘겨...'혼선'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국토교통부(국토부)는 올해 초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상반기 내 기본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보고했다. 기본계획은 공공기관 이전을 위한 기준과 원칙 등이 담긴 일종의 밑그림으로 이 기본계획이 정해져야 이전 대상 등 세부계획이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2차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한 답변에서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중하고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앞이 꽉 막혀 있어 저도 정말 괴롭다”고 밝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드러냈다.
사실상 공공기관 이전계획 일정에 전면적인 수정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날 이러한 발언과 함께 각 지자체들은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한 로드맵 발표를 공식적으로 연기한 것으로 보고 유치 경쟁 전략을 수정하느라 다시 분주해졌다.
더욱이 이는 윤석열 정부 들어 지역균형발전의 핵심 사업으로 올 상반기 중 공공기관 300여개의 이전 지역이 담긴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연내 일부 기관 이전을 추진하겠다는 약속을 사실상 철회한 것으로 풀이되면서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토부 관계자도 “예상보다 지역의 유치 경쟁이 치열한 데다 이해관계가 복잡해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체계적이고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고 말할 정도여서 당초 계획했던 올 상반기 대신 하반기 또는 내년 상반기로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토부는 당초 지난 6월까지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위한 기본계획'을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행 혁신도시 특별법을 둘러싼 혁신도시와 비혁신도시 간 대립이 예상보다 치열하게 벌어지면서 '갈등 관리'를 이유로 한 발 후퇴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자체들 “윤석열 정부도 '골든타임' 놓친 채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 우려
그러나 이에 대해 각 지자체들은 핵심 국정과제를 구체화해야 하는 시기에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느슨하다는 불만들을 내놓고 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실현되지 못한 채 '선거용 카드'로 전락한 해당 사안이 윤석열 정부에서도 '골든타임'을 놓친 채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로드맵 연기로 인해 정부 책임론 등 후폭풍도 거세질 전망이다. ‘균형발전을 촉구하는 강원·영남·호남·제주·충청권 시민사회단체’는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과 120대 국정과제 선정 발표 등을 통해 2단계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국민에게 한 약속을 사실상 파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2단계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내년 총선 이후로 미뤄질 경우 총선과 연계시켜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연내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됐던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 계획이 정치권의 이해 득실에 밀려 내년 총선 이후로 연기될 것으로 관측되면서 지역균형발전이 또다시 발목이 잡힐 우려를 낳고 있다. 더욱이 정부는 당초 500여곳이라고 했던 2차 공공기관 이전 대상 기관을 360곳으로 조정해 발표하는 등 대상 기관 수가 오락가락하는 행태를 보이면서 아직 밑그림조차 확정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360곳"→올해 "500곳 이상"...이전 공공기관 밑그림 드러나지 않은 채 경쟁만 ‘치열’

지난 4월 20일 김복환 국토부 혁신도시발전추진단 부단장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의 공공기관에 플러스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기관을 포함하고 있다“며 ”그래서 특별법을 다 조사해야 되는데 제 생각에는 500개 이상 될 것 같다"고 말하면서 지자체들이 크게 술렁거렸다.
112개 기관이 전국 혁신도시로 배치된 1차 이전과 비교해 규모가 대폭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앞서 지난해 11월 17일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대구 호텔수성에서 열린 대구·경북 언론인 모임 '아시아포럼21' 초청 토론회에서 "직원 수 200~300명의 중규모 공공기관 약 360개의 이전은 이르면 내년 말부터 가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불과 1년도 안돼 140여 개가 늘어난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토부는 기본계획 수립을 위해 올해 1월부터 최근까지 지자체장, 국토연구원 등 유관기관 전문가, 공공기관 노조 등과 30차례 이상 면담하며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해왔지만 이해 당사자들 간 의견 차가 워낙 커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로 가다가는 상당 기간 동안 지방 이전이 보류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KDB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둘러싸고 해당 은행은 물론 금융권 노동조합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정부의 구체적인 밑그림도 없는 상황에서 2차 공공기관 유치를 위한 지자체들 간 과열 경쟁만 치열하게 전개되는 양상이 계속되고 있다.(계속)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