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전편 기사]
전주MBC의 '전주시 백제대로 자전거도로 관련 기사'를 비판한다(1)
전주시 자전거도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이해를 돕기 위해 전주시 백제대로 자전거도로 이야기를 시간 순서로 다시 정리해 보겠다. 이야기의 시작은 애초 자전거도로 이야기가 아니라 ‘바람길 숲 조성사업’이었다. 백제대로 구간에 바람 길이 되는 숲을 조성해 열섬현상을 해결하자는 산림청의 사업에 공모하여 시작되었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 존재하는 보도 위의 보행자 자전거 겸용도로를 어떻게 할지가 고민이 되었다. 이를 담당하던 당시 자전거 정책과에 사업진행과 관련한 입장 회신 요청이 왔고 이와 관련해 논의를 진행하였다. 이 당시 자전거인들은 이 사안과 관련해 크게 두 가지의 입장으로 나뉘어 제시한다.
그러나 공통된 견해는 ‘여건이 안되는 경우 보도를 온전하게 보행자에게 되돌려 주는 게 추후 차로 쪽으로 자전거 전용 차로를 놓을 수 있어서 낫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때부터 논의가 시작되더니 갑자기 ‘전용차로’를 놓자는 논의가 시작된다. 바람길 숲이 백제대로 자전거도로 개설로 변동되는 순간이다. 원론적으로 ‘여건이 되는 곳은 차로 쪽에 자전거 도로를 놓되 불가피하고 보도 폭이나 여건이 되는 경우 기존의 형태를 유지 하는 쪽으로 진행하자’는 시의 제안에 대해 반대할 사람은 적어도 자전거인들 사이에서는 없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바람길 숲’사업으로 건드리는 보도위의 기존의 겸용도로는 어떻게 되는지에 관해 확인을 하기 시작했다. 응당 보행자에게 온전하게 되돌려지고 자전거는 바깥의 차로 쪽으로 놓여 지겠거니 생각했던 상식적인 판단이 빗나가기 시작한다. 말하자면 차로에 자전거 전용차로(또는 전용도로)를 놓겠다면서 인도 위의 겸용도로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2개의 자전거도로는 이때 나왔다.
"계획대로라면 2022년 상반기 중에 '자전거도로' 개설됐어야"
필자는 이때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하였다. 그리고 의심을 제기하며 주장한바가 있다. ‘결국 보도 위의 겸용도로를 놓고 끝나게 될 것이며 차로 쪽의 자전거도로는 (실제)의도를 감추기 위한 속임수’라는 주장이었다. 결과적으로 필자가 예측한대로 진행되었다. 지금의 전주시에서 밝히는 입장처럼 정리되고 말 것이라고 예견하였고 그대로 적중하고 있다.
당시 이런 제기를 하면서 전주시의원과 지역 국회의원(실) 등에 물어보고 확인한 입장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전주시의 계획 자체를 아는 사람들이 없었고 상황을 확인한 후의 반응은 대체로 ‘불필요한 논란을 없애기 위해 차로 쪽에 자전거도로를 놓게 된다면 인도는 온전하게 사람들에게 돌려주도록 정리되어야 한다’라고 할 수 있다.
2021년 11월경이었던 당시 전주시장실과 담당 부서인 자전거 정책과는 ‘해가 바뀌는 2022년 초반 바람길 숲 사업 완공에 맞춰 차로 쪽의 자전거 도로 개설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며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예산이 확보되었고 공사를 두 번 하는 것보다 한꺼번에 진행하는 게 공사를 통한 시민들 불편을 최소화 시키는 게 좋겠다며 일정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전주MBC, 2022년 1월 이틀 연속 보도 통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뭐였을까?...지금은 왜 또 이런 보도를 하는 걸까?
그 당시의 전주시청쪽 설명대로라면 2022년 상반기 중에 자전거 도로는 개설되었어야 한다. 그런데 시장이 바뀌었다. 계획을 세우고 이상한 행태를 보이더니 약속 시점을 넘겨버리면서 후임 시장에게 공을 넘긴 전임 시장의 책임이 클까? 아니면 전임 시장이 준비 해놓은 걸 뒤집어버리고 없던 일로 만드는 후임 시장의 잘못이 클까? 이걸 따지는 일은 의미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전편에 이어 이번에 지적하고자 하는 문제는 이런 일을 대하는 언론들의 보도 태도이다. 시청에서 어떤 일을 할 때 귀신같이 숨겼다가 어느 날 갑자기 일을 저질러 버리는 경우는 없다. 절차상의 문제 때문에도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 백제대로 자전거 도로 개설에 관한 보도는 이 당시부터 최근까지 수없이 이뤄졌다. 하지만 천편일률적이다. 시청에서 보도자료를 통해 ‘홍보하고 싶은 부분’만 강조된 기사들이 대부분이다.
이를테면 이번의 백제대로 자전거도로 소식에 관해 전주MBC는 2022년 1월 26일자 기사에 ‘전주 자전거도로 추가 개설, 공영대여소 신설'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한다. 보도에서는 ’탄소중립을 위해 자전거 타기 좋은 환경 조성이 추진됩니다.‘라는 설명을 하며 관련 내용을 전한다. 전주MBC가 백제대로 개설에 관해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적어도 2022년 1월에는 알고 있었고 긍정적으로 소개까지 한다. 이보다 하루 앞선 1월 25일자에는 ’폭 좁은 인도에 정류장까지, 자전거 분리 '무색'‘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인도 위에 놓은 자전거도로가 문제라는 내용의 비판적 기사를 하기도 했다.
여기서 의문이 든다. 전주MBC는 그때는 문제 의식을 가지지 못하다 다시 생각해보니 문제다 싶어서 최근 연 3일간 보도한 걸까? 그렇다면 2022년 1월 당시에 이틀 연속 보도를 통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또 뭐였을까? 그때는 왜 저렇게 보도하고 지금은 왜 또 이런 보도를 하는 걸까? 다룬 기자의 시선과 접근이 달라서일까?


언론의 역할은 무엇이어야 할까?
다음은 전주시 백제로 자전거도로에 관한 전주MBC의 보도 내용과 전주시의 교통 행정에 대해 잘 알만한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본 내용이다.
▲허옥희 전 전주시의원
“이번 보도를 보면서 화가 많이 났습니다. 무엇보다 언론사는 문제의 근원을 찾아 시민들에게 환기시킬 의무와 책임이 있습니다. 백제대로 자전거도로 개설에 관해 그때는 몰랐고 이제야 알았을까요? 이 논의가 시작된 2021년경에 문제가 있다는 제기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다루지 않고 있다가 최근에 그 문제를 다루는 것은 시점상으로도 뒷북 때리기에 다름없습니다. 지금 백제대로보다 더 중요한건 기린대로 BRT추진과정상의 문제라고 여깁니다.
BRT를 추진하게 되면 10년 동안 논의되고 마무리 되고 있는 자전거 도로와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들었습니다. 도시계획이 왜 이리 엉망인지 모르겠습니다. 자전거도로 놓는다고 기껏 수십억의 돈을 들여서 해오더니 그 공사가 끝나기도 전에 다른 것 한다고 부수는 논의가 어디에 있는지 부끄럽고 참담한 일들이 많습니다. 결국 무시못할 큰 금액의 설계용역비용만 날리고 말 가능성이 큽니다. BRT 이야기는 자전거 도로 개설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큰 충격을 이루는 내용이며 시민들과 함께 충분하게 토론하고 합의할 성격의 일입니다.
그런데 그게 어느 단계에까지 왔는지 아는 사람이 없어요. 그러다 또 어느 날 갑자기 차로 하나를 줄이고 좌회전이 금지되는 체계의 시스템을 하겠다고 발표를 하게 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언론이 맡아야 할 책무는 이렇듯 엉터리인 도시계획의 시스템을 지적하고 시민들로부터 합의되는 미래의 전주를 만들어 가는데서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 언론이 그렇게 역할하고 있는지 매우 의문이 큽니다. 벌어진 다음에 지적질 하는 뒷북질이 아니라 예상되는 문제를 찾아서 대안을 제시하고 제대로 만들어 갈수 있도록 시선을 돌렸으면 합니다.”
▲최서연 전주시의원
“이번 일과 관련해서 매우 유감스럽습니다. 언론에서 기사를 냈다고 며칠 만에 없던 일로 하자는 집행부의 도시계획을 대하는 입장에 화가 납니다. 백제대로 자전거 계획에 문제가 있었다고 하지만 엄연하게 시민들과 거버넌스를 통해 만들어지고 시의회가 통과시킨 도시계획입니다. 문제가 제기되면 제기되는 문제를 보완해서 가야지 비판적 여론이 있다고 이렇게 흔들리는 도시계획이 우리의 현주소가 엉망이라는 점을 시사해서 참담한 마음도 듭니다. 백제대로에 자전거 길을 냄으로써 교통 혼잡이 벌어진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릅니다.
그에 관해서도 경찰, 전문가 등과 논의하여 충분하게 판단하고, 도로가 막히는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동차를 줄이고, 자전거와 대중교통으로 전환해야 하는 게 기본적 방향이 아닐런지요. 집행부는 무게중심을 잘 잡고 방향을 잘 잡아 가야 합니다. 그리고 이번 일처럼 흔들릴 일이 아니라 계획단계에서 충분하게 안을 만들고 적극적으로 시민들에게 알려가며 의견을 수렴하고 계획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확인되었다고 보여집니다. 5분 발언 등을 통해 이를 따져나갈 생각입니다.
기린대로 BRT 추진과 관련해서는 아예 시민들이 모르고 있는 상태입니다. 충분한 공론은 커녕 뭐가 진행되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공사에 들어가면 대혼란에 빠지게 될 겁니다. 언론도 이 문제에 본질을 같이 고민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도시계획의 문제가 어디서 발생하는지를 잘 살펴보는게 필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도시의 미래를 열어가는 선도적 역할을 주문하고 싶습니다.”

'백지화', 명백한 오보...왜 그랬을까?
필자는 기사를 정리하던 단계에서 새로운 사실이 확인되었다. 전주MBC의 5월 15일 자 보도 <"출퇴근길 어쩌나"...차로 줄여 자전거도로 개설> 이라는 보도와 함께 전주MBC는 총 4개의 관련기사를 보도했다. 이어 16일에는 <전주시, 백제대로 자전거도로 개설 전면 재검토>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후속 보도를 했다. 이어 17일 자 보도에서는 "전주 백제대로 차로를 줄여 자전거 전용차로를 만들겠다던 계획이 백지화됐다는 소식, 이미 전해드렸는데요.”라고 언급하면서 아예 백지화 되었다는 소식까지 전했다. 드라마틱한 행정의 입장 변화라 할 수 있다.
필자는 19일 전주시의회 의원들과 전주시 담당 부서의 책임자 간에 진행된 간담회 소식을 듣고서 깜짝 놀랐다. 전주시의회에서 심의를 거쳐 진행하던 사업을 느닷없이 백지화 하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상황 파악을 위해 만들어진 자리인 모양이다. 이 자리에서 전주시의 입장이 ‘백지화가 아니라 재검토’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재검토'와 '백지화'는 엄연하게 다르다. 따라서 '백지화'란 보도는 명백한 오보가 아닐까 싶다. 관련한 보도는 다시 이어질 예정이다.(계속)
/김길중(자전거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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