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금융중심지’ 대통령 공약, 실태 점검①
10일이면 윤석열 정부의 취임 1주년을 맞는다. 그런데 1년 전 약속한 대통령 공약을 놓고 전국 지자체들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2차 금융공기업 이전에 따른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줄곧 강조했던 ‘전북 금융중심지 지정’ 공약은 온데 간데 없이 이제는 특정 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전 지역들이 이에 가세해 쟁탈전을 벌이는 형국이다.
여기에 해당 금융기관 노동조합은 ‘일방적인 지역 이전’을 거세게 반대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 집권 1년을 맞는 시점에서 ‘전북 금융중심지 지정’ 공약 이행 가능성과 금융공기업 이전에 관한 상황을 두 차례에 걸쳐 긴급 점검해 본다. /편집자 주
윤 대통령 ‘전북 금융중심지 지정’ 공약 1년 만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이전' 검토·지시...왜?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전북지역 공약 이행은 청신호보다는 암운이 짙게 드리운 상태다. 윤 정부의 전북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46개 세부과제로 이뤄져 있으며, 예산은 25조 6,975억원 규모이다. 양적으로는 많아 보이지만 질적으로 보면 다른 지역들에 비해 차별성이 덜하다는 분석이다.
그 중 가장 핵심인 7대 공약은 △새만금 메가시티·국제투자진흥지구 지정 △전북 금융중심지 지정 △주역산업 육성·신산업 특화단지 조성 △동서횡단 철도·고속도로 건설 △농식품 웰니스 플랫폼 구축 △국제태권도 사관학교·전북 스포츠종합훈련원 건립 △관광산업 활성화·동부권 관광벨트 구축으로 이 중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행된 것이 없다.
그나마 지난 1년간 전북 공약들 중 연속 사업의 성격이 짙은 46개 세부과제 가운데 ‘38개는 (정상) 이행, 8개 사업은 협의·진행 중’으로 분류됐으나 올해 예산 확보액은 9,575억원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아직 안개 속에 가려진 채 로드맵을 찾지 못하고 있는 공약들이 많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해 윤 대통령은 당선 이전부터 줄곧 전북을 금융중심지로 지정하도록 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불과 20대 대선을 한 달여 앞둔 2022년 2월 전주를 방문해 윤 대통령은 “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와 있다. 그럼 우리는 이걸 또 바탕으로 해서 새만금에 투자와 함께 이 전주가 이제 서울에서 독점해오던 금융산업을 제2의 금융도시로 육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래서 대선 이후에도 전북의 7대 공약 사업 중에 ‘전북 금융중심지 지정’이 포함됐다.
국토교통부, ‘산업은행 부산 이전’ 지정·공시...의미는?
그러더니 불과 1년도 채 안 된 지난 3월 6일 윤 대통령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국민연금 기금 운용 수익률을 높이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하면서 국민연금의 재정 건전화 등을 이유로 ‘기금운용본부의 서울 이전 등을 포함해 검토’를 지시했다는 내용이 일부 서울 언론들에 일제히 보도됐다.
‘전북 금융중심지 지정’을 공약했던 것과는 정 반대로 기금운용본부의 이전 검토·지시 발언 보도에 대해 대통령실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으나 대통령과 정부는 관련 공약의 이행 의지를 분명히 드러내지 않고 있다. 전북도와 지역 정치권도 이에 대한 반응을 아끼고 있다.
그래서 일까? 반면 국토교통부는 3일 KDB산업은행을 부산 이전 공공기관으로 지정·고시했다. 국토부는 "금융 관련 기관이 집적화돼 있는 부산으로 산업은행을 이전함으로써 유기적 연계·협업과 시너지 효과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며 결정 취지를 밝혔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 부산 이전과 관련한 행정 절차는 사실상 마무리됐다.
부산은 산업은행 이전에 발맞춰 한국수출입은행은과 수협중앙회 등을 유치해 ‘해양금융 중심지’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장수 출신 박용진(더불어민주당·서울 강북을) 의원이 “영남은 꼼수, 호남은 무시. 이것이 윤석열 정부의 영호남을 향한 태도”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공공기관 이전 고시, 사실상 국회를 거수기로 만드는 행위”
박 의원은 5일 “한국산업은행법에 본점은 서울로 한다고 분명히 되어 있는데, 법 개정을 위한 설득작업조차 하지 않고 고시부터 하면서 입법권 침해 월권행위를 자행하면, 산은 이전을 찬성하고 싶어도 도저히 찬성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지만 산업은행 이전은 이미 대세로 기울었다.
박 의원은 또 정부의 산업은행 부산 이전 지정 고시에 대해 “이전을 위한 정부의 무리수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며 “산업은행을 아예 이전 공공기관으로 지정 고시한 것은 사실상 국회를 거수기로 만드는 통보며, 이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고, 공공기관 이전과 균형발전을 위한 윤석열 정부의 진의조차 의심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부산시와 해당 지역 국회의원 등 정치권은 이미 산업은행 이전은 확실해 졌고, 이에 더해 한국수출입은행 이전에 필요한 주거와 복지, 교육, 보육 등 29개 지원 시책을 마련하는 등 이미 오래 전부터 TF를 구성해 대구시와 유치전을 본격화하고 나섰다는 지역 언론들의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7월 중 금융기관 등 2차 공공기관 이전 기본계획 발표 예정...전북도·지역 정치권, 앉아서 기다리기만?
국토부는 오는 7월 선정 기준 등을 담은 ‘공공기관 2차 이전 기본계획’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여기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금융기관 등의 유치에 지자체들이 경쟁을 벌이며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전북도와 지역 정치권은 정부의 '전북 금융중심지 지정' 공약 이행이 저절로 이뤄지기 만을 바라는 듯한 양태다. 이를 두고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형태’라는 우스개가 나올 정도다.
부산지역도 전북과 마찬가지로 '금융중심지 지정'은 대통령 공약들 중 하나다. 그럼에도 속도를 내고 있는 배경에는 지역 정치권과 부산시의 부단한 노력과 합심에 의한 결과라는 점을 해당 지역 언론들은 연일 부각시키고 있다. 전북도와 전주시, 지역 국회의원들이 간과해서는 안 된다.(계속)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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