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K리그' 첫 경기 25일 오후 2시 울산문수축구경기장서 열려

‘가드 오브 아너’. 그동안 상대팀 선수들에게 받기만 하던 전북 선수들이 경기장에 입장하는 울산 선수들에게 ‘도전자’의 입장에서 박수를 보내고 있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가드 오브 아너’. 그동안 상대팀 선수들에게 받기만 하던 전북 선수들이 경기장에 입장하는 울산 선수들에게 ‘도전자’의 입장에서 박수를 보내고 있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2023년 K리그가 막을 올렸다. 2월 25일 오후 2시 울산문수축구경기장. 축구 팬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2023 하나원큐 K리그1’ 개막 경기가 치러졌다. 개막전의 주인공은 전년도 리그 챔피언 울산 현대와 FA컵대회 우승팀 전북 현대였다.

울산에서 전북으로 이적...아마노 준이 만들어낸 ‘아마노 더비’

109번째 현대가 더비이기도 했던 이날 경기에서 양 팀은 겨우내 준비한 실력을 총동원했다. 결과는 홈팀 울산 현대의 2:1 역전승. 울산이 승점 3점을 챙기며 기분 좋은 출발을 가져갔다. 원정팀 전북은 선제골을 넣고 시종일관 울산을 몰아붙였지만 후반 중반 이후 깊숙이 내려선 울산의 수비벽을 부수지 못했다.

울산은 4-5-1 전형으로 전반을 시작했다. 왼쪽부터 설영우 김영권 정승현 김태환이 수비라인을 구성했다. 중앙에는 박용우 강원구 이규성이 서고 좌우 날개 공격수로는 바코와 엄원상이 나섰다. 제주에서 이적한 주민규가 최전방 공격수로 뛰고 부동의 수무장 조현우가 골문을 지켰다.

4-2-3-1 전형의 전북은 김진수 박진섭 홍정호 김문환이 포백을 구성하고 백승호 김건웅이 중원에 위치했다. 좌우 공격수로는 송민규 이동준이 선발로 나서고 아마노 준이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맡았다, 최전방에는 월드컵 스타 조규성이 서고 골키퍼 장갑은 김정훈이 꼈다.

아마노 준은 울산 현대가 지난해 17년 만에 리그 우승컵을 차지하는데 일등 공신이었던 선수다.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쳤던 라이벌 팀 전북으로 소속을 옮기며 언론과 팬들의 관심이 집중된 바 있다. 아마노는 울산 팬들의 조롱과 야유 속에서도 송민규의 선제골에 도움을 기록하는 등 자신의 가치를 실력으로 증명했다.

오른쪽 날개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이동준 역시 울산에서 뛰었던 선수다. 독일의 헤르타 베를린으로 이적했으나 부상 등으로 자리를 잡지 못하다 다시 K리그로 돌아오면서 전북과 계약했다. 국가대표급 자원이면서 특유의 폭발적인 스피드와 드리블이 장기인 선수다.

김건웅은 울산에서 프로에 입문한 뒤 전남과 수원FC를 거쳐 전북으로 왔다.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를 아울러 볼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로 이날 풀타임을 소화하며 김진규의 공백을 훌륭히 메웠다. 김정훈은 울산의 공격을 여러 차례 선방하며 스스로 전북 현대의 수문장 자격이 있음을 보여줬다. 송범근이 일본 J리그1 쇼난 벨마레로 이적한 뒤 이번 시즌 전북의 골키퍼는 김정훈과 정민기가 치열한 주전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전북이 공격적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줄곧 울산 진영에서 공격을 전개하던 전북은 전반 10분 송민규의 골이 터지며 앞서 나갔다. 이동준과 아마노를 거쳐 연결된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송민규는 2023년 시즌의 1호골이자 두 시즌 연속으로 개막전 골을 기록했다. ‘아마노 더비’의 당사자가 된 아마노는 리그 첫 경기에서 도움을 기록하게 됐다.

전북의 선제골...역전에 성공한 울산이 개막전 승리

선제골을 터트린 뒤 기뻐하는 송민규와 전북 선수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선제골을 터트린 뒤 기뻐하는 송민규와 전북 선수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울산의 홍명보 감독이 전반 14분 빠르게 교체 카드를 사용했다. 강윤구를 빼고 일본 J리그에서 영입한 아타루를 투입했다. 하지만 선취골 이후에도 전북의 공세가 계속됐다. 특히 아마노 준은 최전방부터 강력한 압박을 통해 울산의 빌드업을 저지했다.

점유율에서 앞서던 울산이 43분 경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수비수 맞고 튀어나온 공을 엄원상이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연결했고 김정훈 골키퍼가 손쓸 수 없는 곳으로 빨려 들어갔다. 전반전은 더 이상의 득점 없이 1:1로 마무리됐다.

후반 들어서 양 팀은 벤치에 있던 교체 자원들을 순차적으로 투입했다. 53분, 이동준이 부상으로 빠지고 문선민이 투입되자 울산도 엄원상을 빼고 스웨덴에서 뛰던 루빅손을 들여보냈다. 59분, 아마노가 빠지고 대전에서 뛴 적이 있는 브라질 출신 공격수 안드레 루이스가 그라운드를 밟았다.

64분, 울산이 경기를 뒤집었다. 홍정호의 다소 강한 백 패스를 김정훈이 완벽하게 처리하지 못하자 루빅손이 볼을 따내 역전골을 성공시켰다. 다급해진 전북은 송민규 대신 한교원, 김문환 대신 정태욱을 투입했다. 박진섭 홍정호 정태욱이 3백으로 변환하고 김진수와 한교원이 윙어처럼 올라서서 공격에 가담했다. 라인을 바짝 끌어올린 전북에 울산은 거의 6백에 가까운 수비 형태로 추가 실점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

경기가 끝난 뒤 홍명보 감독은 “경기 초반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선수들이 경기를 잘 풀어줬다. 역전승은 우리 팀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고, 전북의 김상식 감독은 “멀리서 응원하러 온 팬들께 승리를 안겨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전반은 좋은 모습이었지만 후반엔 그러지 못했다. 앞으로 잘 준비하겠다”라며 다음 경기를 기약했다.

K리그 출범 40주년...더 많은 팬들이 K리그 즐기는 2023년 기대

개막전을 보기 위해 울산문수경기장을 찾은 축구팬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개막전을 보기 위해 울산문수경기장을 찾은 축구팬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올해는 한국 축구의 산실이자 수원지 역할을 하는 K리그가 출범 40주년을 맞는 해이다. 이날 울산문수경기장에는 2만 8천여 명의 관중이 몰려 코로나 이후 K리그 최다 관중을 기록했다. 원정팀 응원석을 가득 채운 전북 팬들도 목청껏 응원가를 부르며 선수들을 응원했다. 이번 시즌 K리그의 흥행을 예감하게 하는 모습이 울산문수경기장에 펼쳐졌다.

울산과 전북의 경기에 이어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서울이 인천을 상대로 2:1 승리를 거두고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는 홈팀 수원이 승격팀 광주에게 0:1로 패배를 기록했다. 두 경기에도 각각 2만 2천여 명과 1만여 명의 관중이 몰려 경기를 지켜봤다. 열정과 박진감 넘치는 K리그 시즌이 드디어 시작됐다. 

/김병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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