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큐레이터 시선
전주시가 지난 주말 폭설에도 불구하고 제설작업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아 시민들에게 큰 불편을 준 것과 관련해 우범기 시장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뒤늦은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공분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시민들은 '눈속임으로 기만하고 있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비난의 목소리를 더욱 키우는 모양새다. 특히 전주시가 지난 주말 대설 주의보와 특보가 발효됐을 당시 제설작업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았으면서도 SNS상에서 작업을 한 것처럼 시민들을 기만했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우범기 전주시장 “폭설 불편, 무거운 책임⋯재발 방지 노력”

이와 관련 우범기 시장은 19일 간부회의에서 “지난 17일 폭설로 인해 간선도로 제설부터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전주시내 전반에 걸쳐 큰 교통혼잡이 발생했다”며 “이제라도 제설대책의 허점을 찾아서 제대로 고칠 것”을 주문했다.
우 시장은 또 “제설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간선·지선도로를 찾아 제설작업을 마무리해 달라”며 “동별로 제설 취약지역을 파악해 제설작업을 즉시 진행하라”고 지시하는 등 전반적인 안전관리 체계의 점검을 당부했다.
앞서 지난 17일과 18일 전주지역에는 8㎝ 이상의 눈이 내린 가운데 낮은 온도로 인해 도로 곳곳이 결빙되면서 많은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특히 전주시의 제설 관련 재난행정이 너무 늦거나 미온적으로 작동해 시민들의 비난이 거셌다.
전주시, 겨울만 되면 반복되는 '제설작업 부실' 논란...시민들 불편·불만 '반복'
이를 의식한 듯 우 시장은 이날 폭설로 인한 피해 재발 방지를 비롯한 전반적인 재난안전 시스템과 매뉴얼 점검을 주문했지만 매년 전주시가 겨울만 되면 강조해 왔던 점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비난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전주시는 앞선 민선 6기와 7기에도 종합제설대책을 마련해 운영했다. 시는 그동안 ‘대설경보 6시간 전 제설작업 여부에 대한 상황 판단에 나서는 등 경보 4시간 전에는 교량·터널 등 취약구간 사전 살포, 3시간 전에 전 노선에 대한 사전 살포를 진행한다’는 것과 ‘7㎝ 이상 폭설 시에는 전 직원이 동원돼 이면도로 제설작업에 돌입한다’는 내용을 홍보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 내린 눈은 7cm 이상에 달하는 적설량이었음에도 전주시내 주요 도로에서 공무원은 고사하고 제설차도 구경하기 힘들었다는 시민들의 불만이 SNS 등에서 폭증했다. 심지어 결빙 구간의 안전 조처용으로 쌓아두었던 모래주머니도 구경하기 어려웠다는 지적이 나와 전주시가 말로만 제설대책을 마련하고 실천은 하지 않고 있다는 따가운 비판이 일고 있다.
"전주시, 재난문자 대설 경보 한 시간 넘어 첫 발송"

여기에다 KBS전주총국은 20일 '전주시 폭설 교통 대란…재난관리체계 점검'의 기사에서 "지난 주말 전주에 시간당 4cm에 가까운 폭설이 내리기 시작된 건 오후 3시쯤, 전주에 대설 경보가 발효됐고, 한 시간 만에 누적 적설량은 8cm를 넘었다"며 "전주시가 보낸 대설 관련 재난문자는 '야외 활동 자제와 대중 교통 이용' 등을 당부했는데 보낸 시간이 오후 5시 9분"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기사는 "대설 경보가 내려진 지 한 시간여가 지나서야 전주시가 첫 재난 문자를 발송한 것"이라며 "이미 시민들이 빙판으로 변한 도로에서 큰 불편을 겪고 있을 때"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전주시의 늑장 대응으로 지난 주말 폭설로 얼어붙은 도로에서 보행과 통행에 큰 불편을 겪었던 시민들은 전주시가 SNS에 올린 제설작업 관련 안내가 '시민들을 기만한 거짓 행정이었다'며 더욱 분노를 삭히지 못하고 있다.
전주시 “제설 차량 35대 투입 작업 중”...시민들 “눈 씻고 찾아봐도 안 보여, 왜 속이나?”
전주시는 17일 SNS에 “전주시는 오늘 오후 12시부터 제설작업 준비를 완료하였고, 오후 2시 40분부터 제설차 35대(완산구 16대, 덕진구 19대)를 투입해 제설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으나 많은 시민들은 “전주시내에서 제설작업을 하는 모습이나 차량을 눈 씻고 찾아봐도 보지 못했다”고 잇따라 주장했다.
또한 “누가 그런 거짓말로 시민들을 우롱하는지 원인을 규명하고 차후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글들이 SNS에 쇄도하고 있다. 한 시민은 "전주시가 SNS상에서 지난 18일 ‘전주시 폭설에 따른 재설 현황 안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작업 내용과 함께 사진들을 올렸으나 사진들은 모두 수년 전에 정비하던 모습“이라고 비난했다.
실제로 전주시는 지난 18일 '전주시 폭설에 따른 제설 현황 안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작업 내용과 함께 제설 사진 4장을 게재했다. 제설 사진에는 열선이 깔린 도로 모습과 눈길을 정비하는 제설차 등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수년 전에 정비하던 모습...최근 제설 작업과 무관“

그러나 전북CBS·노컷뉴스는 19일 관련 기사에서 ”취재 결과 해당 사진들은 모두 수년 전에 정비하던 모습으로 최근 제설 작업과는 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기사는 ”지난 2021년 11월 당시 전주시의 제설 모습 일환으로 찍힌 사진을 재사용하는 등 과거 사진을 최근 모습으로 둔갑한 것“이라며 ”전주시가 제설 작업 소홀로 각종 온라인커뮤니티 등에서 여론이 악화되자 제설 사진 연출을 통한 해명으로 시민들을 기만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기사는 ”전주시 관계자는 과거 사진을 재활용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주말 간 대설 경보가 내려진 것을 지난 17일 확인해 제설차 35대를 투입해 제설작업을 진행했다’고 해명했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에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전주시의 제설작업 상황을 두고 '아이스링크장'이라고 부르는 등 조롱성 게시글이 넘쳐났다.
이런 와중에 우범기 시장은 대설이 예고됐음에도 현장 지휘 없이 체육대회에 참가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전주시 제설행정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과 불만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우 시장은 지난 17일 오전 시의원 체육대회에 참여하면서 별도의 현장 지휘가 없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폭설·한파 또 온다” 예고에 시민들 ‘불안’

전주시의 총체적인 제설행정 부실에 대한 비난이 증폭되고 있음에도 전주시 관계자는 "17일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8.5cm가량의 폭설이 순식간에 내렸다"며 "제설차가 가동은 됐지만, 순식간에 폭설이 내리면서 제설차가 언덕을 오르지 못하는 등 정체가 됐다"고 해명, 평소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았음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우 시장은 "시민의 불편이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전반적인 매뉴얼을 다시 점검하라"고 주문했지만 앞으로 또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을까 많은 시민들은 우려하고 있다.
한편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주 또다시 한파 특보와 함께 주말까지 더 많은 눈이 올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21일(수요일)부터 다시 강한 추위와 함께 내리기 시작한 눈은 주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보됐다. 지난 주말 사이 많은 눈이 내린 전북지역에선 교통사고 등 폭설 피해 신고가 70건 넘게 접수됐고, 빙판길 낙상 사고와 수도 계량기 동파도 잇따랐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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