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도사([追悼辭)
“길은 하나, 더 이상 생태계에 폭력을 가하지 않고 인간다운 생존·생활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길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
금년(2020) 4월 17일, 김 선생님이 <<한겨레신문>>에 쓰신 칼럼 <코로나 환란, 기로에 선 문명>에서 하신 말씀이지요. 세상에 주는 선생님의 마지막 유언 말씀이 되고 만 것도 같습니다마는, 지난 30년 넘게 수도 없이 강조하신 바가 이 한 마디에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씀처럼 지난날 우리는 생태계를 끊임없이 망가뜨렸습니다. 그 결과 겉보기에는 살림이 제법 부유해진 것 같지만, 실상은 인간다운 삶의 길에서 너무 멀어져 버렸습니다. 인간은 현재 생태계의 폭력배나 다름없는 존재입니다만, 언제까지나 이런 방식으로 살 수도 없겠고 그렇게 해서도 절대 아니 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인간다운 생존이 무엇인지,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생활시스템은 어떤 것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할 때입니다. 물론 이 문제에 대하여서도 김 선생님은 생전에 탁견을 내놓으셨다고 생각하지요.
한 마디로, 산업화 이후에 형성된 정치, 경제 및 사회제도로부터 과감하게 벗어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로 그런 점에서 김 선생님은 특히 숙의민주주의와 기본소득제도의 도입을 강조하셨고, 기회가 될 때마다 현행의 대의제도와 신용화폐의 폐지를 주장하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처럼 완전히 새로운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서, 선생님은 여러 동지와 함께 이 땅에 ‘녹색당’의 기치를 높이 드신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행히 저는 김종철 선생님을 직접 뵐 기회가 몇 번쯤은 있었습니다. 선생님의 고결한 인품과 심중에 간직하신 높은 뜻을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는 시간이 저에게도 허락되었던 것입니다.
또, 선생님이 펴내신 <<녹색평론>>의 지면을 얻어 뜻도 잘 통하지 않는 부족한 글을 발표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모든 것이 제게는 분수에서 벗어난 크나큰 영광이었습니다.
불행히도 김 선생님은 뜻하신 바가 제대로 이루어지는 것을 보지 못하신 채 유명을 달리하셨습니다. 너무도 급작스럽게 우리 곁을 떠나셨습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셔서 이 혼탁한 세상에 맑고 깊은 가르침을 끝없이 베풀어주실 것으로 믿었는데, 허무하게도 영결의 순간이 갑자기 닥치고야 말았습니다.
김종철 선생님의 때 이른 서거를 애통해하며, 선생님이 한 송이 연꽃처럼 세상에 던져주신 화두를 품에 안으렵니다.
‘길은 오직 하나뿐이니, 더는 생태계에 폭력을 가하지 말라. 그대는 사람다운 삶이 가능한 새로운 제도를 어디서 발견하려는가.’
/백승종(한국기술교육대학교 겸임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