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구의 '생각 줍기'
최근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자 은행연합회는 처음으로 은행권 예대금리차를 공시했습니다.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뿐 아니라, 평균 대출금리에서 저축성 수신금리를 뺀 예대금리차를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 별도로 공시한 것입니다. 예대금리차 공시가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세웠던 공약 중 하나였던 모양입니다. 이런 공약은 대한민국에나 있는 공약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 경제가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인플레 우려로 세계 각국들이 경쟁적으로 금리를 올리다 보니 우리나라 금리도 올라가고 따라서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은 고객들의 금리부담이 늘어나니 어려운 시기에 서로 상생하자는 의미로 예대금리차를 인하하도록 금융감독원에서 유도를 한 점은 이해가 갑니다.
은행연합회, 전국 19개 은행들 대출 및 예금금리, 예대금리차 자료 공시

그런데 정치권은 자신들은 잘못한 게 없고 은행들만 금리장사를 하는 악(惡)으로 몰아가며 비난을 하는 거 같은데 정치를 잘했으면 집값 폭등으로 젊은이들은 은행빚을 끌어다 집을 사지도 않았을 겁니다.
정치권도 반성해야 할 점이 많습니다. 잘못되면 항상 힘없는 은행들만 불러다가 고리대금업자로 매도할 것이 아닌 거 같습니다. 그리고 예대금리차와 관련하여 우리나라는 은행들만 이자장사로 배를 불린 것처럼 언론들이 호도를 하고 있는데 제대로 분석을 해서 보도를 해야 할 거 같습니다.
최근 기준금리가 올라서 은행들이 금리를 올린 측면도 있지만 기준금리가 0.5%이던 2020년 12월 은행들의 예대금리차는 1.84%(가계대출은 1.89%), 그리고 기준금리가 1.0%이던 2021년 12월의 경우 예대금리차이는 1.55%(가계대출은 1.96%)인 반면, 7월 현재 기준금리가 2.25%일 때 예대금리차는 1.21%(가계대출은 1.37%, 5대 시중은행 기준)로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오르기 전보다 오히려 더 낮았습니다.

그리고 올 7월의 예대금리차이는 전월인 6월보다 더 낮았습니다. 그리고 은행감독원 홈패이지에 들어가 보니 싱가포르, 홍콩, 스위스, 노르웨이, 헝가리와 한국의 최근 5개년 예대금리차를 비교분석한 자료가 있어 들여다보니 5개국 중 한국의 은행들의 예대금리차가 가장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정치권이나 금융감독기관 그리고 언론에서는 무조건적으로 은행들만 매도할 게 아니라 감독원 같은 곳에 들어가 자료라도 한 번 찾아보고 제대로 된 기사를 써야하겠습니다. 그리고 은행연합회에서 공시한 전국 19개 은행들의 대출 및 예금금리 그리고 예대금리차 자료를 검토해보니 과다하게 금리가 높은 곳이 한 곳 있습니다.
전북은행, 가계대출 예대금리차 시중은행 4-5배...이해 안 돼

전북은행의 경우 가계대출 예대금리차가 6.33%로 시중은행의 4-5배로 과다한데다 기업대출과 가계대출의 금리 자체가 은행권에서 제일 높았습니다. 외국계 은행보다도 훨씬 높았고, 같은 지방은행 중에서도 제일 높았고, 인터넷 은행보다도 높았습니다. 42년이란 긴 세월을 은행권에서 근무했던 금융인으로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전북은행 측에서는 저신용자에게 문턱을 낮춘 결과로 인한 것이라는데 그러면 기업대출은 금리가 좀 낮아야 하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유독 전북은행을 거래하는 고객들만 가계나 기업할 거 없이 신용도가 낮은 고객들만 있다는 말인데 이해가 안갑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전북지역에 거주하는 전북도민들만 유독 신용도가 낮다는 말씀 같기도 한데 이 부분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신용도가 낮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높은 금리를 받아 은행이 돈을 벌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금리가 낮은 우량고객을 많이 유치해야 은행의 건전성도 유지되는 겁니다.

그리고 저신용자들이 많아 높은 금리를 받는 은행을 거래하는 정상적인 고객 분들은 저신용자들의 부실채권까지 책임져야 하는 불평등이 발생하게 되고 이는 결국 고객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끝으로 정치권에서는 권력을 갖고 있다고 힘없는 은행권을 대상으로 일방적인 줄세우기만 시킬 게 아니라 정치를 똑바로 해서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게 만들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글·사진=이화구(CPA 국제공인회계사·임실문협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