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가족 여행기(1)

7월 26일. 아침 6시에 전주를 출발해 남원에서 홀로 사시는 팔순의 친정 어머니를 모시고 10시 55분 광주공항에서 제주행 비행기를 탔다. 예전과 달리 공항에서 '이륙 전까지 바깥을 내다볼 수 있는 모든 창문을 닫으라'는 승무원들의 독촉이 이어졌다.
군사시설과 함께 있는 공항이기 때문이라고 하니, 군산공항이 문뜩 생각났다. 언젠가 군산공항에서도 군 전투기 훈련 관계로 공항 이용이 통제되는 바람에 늦게 이륙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새만금에 공항이 생기면 좀 덜하려나, 오히려 더하려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드디어 이륙이 시작됐다. 이륙 직후 창문을 열고 구름을 뚫고 올라가니 하얀 구름이 햇빛에 반짝인다. 약 150명 정도가 탑승했는데 빈자리가 보이지 않는다.
휴가철이어서 그런지 우리처럼 가족 단위 승객이 많아 보인다. 30분 남짓 만에 제주섬이 멀리 아래로 보였다. 바깥은 절기상으로 가장 덥다는 중복이지만 창공에서 마주한 날씨는 아주 맑고 좋았다. 약 40여분을 날았을까. 조금 낯설지만 친숙한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우리 일행은 모두 4명이다. 올해로 85세인 친정 어머니를 모시고 처음으로 제주도에 여행을 왔다. 2019년 코로나19 여파 이후 남편, 아들과도 함께 한 첫 가족 여행이다. 호텔 체크인 시간이 오후 3시부터여서 미리 예약한 렌트카 업체에서 빌린 승용차를 이용해 공항에서 가까운 용두암 근처 해안도로를 드라이브했다.
참고로 렌트카 업체가 제주도에는 꽤 많다. 특히 공항 근처에 수두룩하다. 그러나 정작 값싸고 편리한 곳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일찌감치 호텔과 항공기 왕복편을 예약하고 바로 렌트카 업체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공항에서 비교적 가깝고 친절한 업체를 물색했으나 예약 호텔에선 쉽게 알려주지 않아 애를 먹었지만 인터넷에서 확인하고 전화로 몇 군데 상황을 체크하면서 자연스럽게 상황을 알게 되었다.

우리 일행은 공항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비교적 대형 규모의 렌트카 업체를 이용했다. 절차가 아주 간소했고 안내도 꽤 친절했다. 용두암은 학창 시절 수학여행의 필수 코스였다. 남편도, 아들도 모두 수학여행 때 와 본 경험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때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어 아쉬움이 컸다.
풍화작용과 바다에서 지내는 새떼들로 인해 많이 달라져 있었다. 예리했던 용의 머리 형상은 온데간데 없고 두루뭉술한 형체며, 새똥으로 범벅이 된 모습이 전에와는 전혀 달랐다. 그러나 시원한 해안도로를 달리는 기분은 상쾌하기 그지 없었다.

기분 좋은 드라이브를 제주공항 끝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타고 약 40분 가량 달렸다. 바닷가 포토 존에서 사진도 찍으며 모처럼 가족들이 함께 같은 공간에서 호흡하며 감동의 해안가 풍경을 만끽했다.
'할머니를 잘 모시라'는 아빠의 특별 당부(?)에 아들은 계단이나 좁은 길을 만나면 엄살을 부리기도 했지만, 할머니는 은근히 손자의 그런 모습이 좋았는지 연신 즐거운 표정을 지으시곤 했다.

맛있는 갈치구이와 조림으로 점심을 마친 후 드디어 호텔에 체크인을 했다. 바다가 훤히 마주보이는 조그만 호텔이지만 창문을 열면 금세 바닷바람과 함께 약간 비릿한 냄새가 방안을 메웠다.
제주시 탑동과 용담동 사이에서 우리 가족 일행은 해안가 올레길을 걸으며 바다를 실컷 감상했다. 가끔씩 바다 위 창공을 오가는 비행기들이 더욱 정취를 아름답게 해주었다.
늦은 오후 제주시에서 꽤 오래되고 유명하다는 동부시장에서 우리 일행은 흑돼지 거리를 마주했다. 곳곳에 세워진 흑돼지 동상, 그림, 안내판, 상호 간판들이 즐비하게 우리를 반겼다.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들어선 우리에게 종업원들은 매우 친절하게 안내해주었다.

다양한 메뉴부터 소개해 주었다. 직접 구워주는 흑돼지에 묵은 김치를 가득 섞어 맛있게 저녁을 마친 우리 일행이 다시 걷기로 한 곳은 해안가 올레길.
저녁의 석양과 마주한 제주 바다의 풍경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형형색색의 물감을 다 뿌려놓은 듯한 석양의 노을 빛에 취한 것은 우리 일행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길을 걷다말고 멍하니 석양의 노을을 바라보았다.


멀리 용두암 주변과 반대편의 등대, 창공을 지나는 비행기들도 석양의 붉은 빛을 머금어 더욱 환상적인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제주의 첫날은 환상의 석양 노을과 함께 서서히 저물어 갔다. 인상적인 제주의 흑돼지 맛과 석양 노을 빛이 오래오래 기억 저편에서 서성일 것 같다.
/김미선 시민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