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6·1 지방선거가 끝났지만 많은 후유증이 곳곳에 남아 있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북지역은 50% 미만의 ‘반쪽 투표율’과 역대 ‘최다 무투표 당선’이라는 기록 속에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무엇보다 더불어민주당의 일당 독식 구도와 묻지마 식 투표의 덫에 걸려 지방정치의 꿈을 접어야 하는 무소속과 소수 정당 소속의 참 일꾼들이 다수 발생해 더욱 아쉬움이 크다.

민주당 소속 경쟁자와 근소한 차이로 낙선하거나 아예 일찌감치 선거를 포기한 사례까지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게 한다. 대표적인 사례들을 살펴본다. 

#시민활동가·시의원 출신 무소속 ‘임형택’, 민주당 후보에 익산시장 선거 ‘고배’ 

임형택 전 익산시의원(임형택 후보 캠프 제공)
임형택 전 익산시의원(임형택 후보 캠프 제공)

민주당의 벽은 역시 높았다. 학생활동 10년, 시민운동 12년, 의정활동 8년 등 30여 년 동안 익산지역에서 시민들과 함께 환경문제 전문가, 사회적 경제 전문가로 활동하며 익산시 발전을 위해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했던 그가 민주당 후보에게 무릎을 꿇어야 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익산시장에 출마한 무소속 임형택 전 시의원은 지난 7대와 8대 익산시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집행부를 예리하게 견제·감시하며 날카로운 시정 질의 등으로 시민들에게 잘 알려진 시의원 출신이다.

'Like익산포럼' 대표와 '희망연대 시민교육센터' 운영위원, '좋은정치시민넷' 운영위원 등도 역임하면서 누구보다 지역 일에 관한 문제점과 대안을 체계적으로 갖춘 의원의 의정활동이란 점에서 시민들과 지역 언론으로부터 호평을 받아왔다.

16.6% 득표율 2위...민주당 복당 ‘정헌율’ 3선에 무릎 

그러나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에 복당한 정헌율 시장의 3선 도전에 맞선 3명의 익산시장 후보들 중 한 명이었던 임 전 의원은 무소속으로 도전해 2위에 머물렀다. 개표결과 민주당 정헌율 후보 69.97%, 무소속 임형택 후보 16.62%, 국민의힘 임석삼 후보 9.35%, 무소속 박경철 후보 4.04% 순으로 나타났다.

시민할동가와 시의원으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실력, 능력, 경력 있는 준비된 젊은 시장’임을 강조하며 미래 세대를 위한 익산 비전을 제시한 임형택의 고배에 많은 시민들은 아쉬워 하고 있다. 

15% 이상의 지지표를 얻어 다행히 선거비용을 모두 보전받게 됐지만 왕성한 의정활동도 당분간 볼 수 없게 돼 더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임 전 의원은 선거기간 동안 ”행정의 시대를 넘어 시민의 시대를 열겠다“면서 ”시민과 소통없이 행정이 일방적으로 추진한 일부터 제대로 바로잡겠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면서 그는 구 익산경찰서 부지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계획 전면 재검토, 수도요금 113억원 인상되는 광역상수도 전환 반대, 모현 우남아파트 해결방안 제시, 재정구조 개편, 민간 전문인력 적극 활용, 주민자치회 대폭 확대, 시민참여 예산제 강화, 시민 배심원제 도입, 시민 공론화 정례화 등 시민의 시대를 위한 구체적인 공약들을 제시했었다.

#전북도의회 여성 의정활동 주목 받던 ‘최영심’, 민주당 후보에 아쉬운 패배 

전북도민일보 4월 5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전북도민일보 4월 5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전북도의회 교육위원회 최영심(정의당 비례대표) 의원이 제11대 전북도의회에서 가장 활발한 의정활동을 펼친 것으로 나타났다. 최 의원은 지난 2018년 7월 제11대 전북도의회가 개원한 이후 지난해 말까지 5분 자유발언 17차례를 비롯해 각종 조례안 제개정 35건, 대정부 건의 및 결의안 발의 13건, 도정·교육학예에 관한 질문 7차례 등 총 72건의 의정 활동 실적을 기록했다.“

전북도민일보가 지난 4월 5일 기사에서 칭찬한 인물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북도의원 전주 제4선거구(서신동)에 출마한 정의당 소속 최영심 전 도의원이다. 민주당 일색인 전북도의회에서 정의당 비례대표 출신임에도 2018년 전북도의회 개원 이후 왕성한 여성 의정 활동가로 주목을 받아왔다. 

도정 전반에 걸친 문제점 예리하게 지적, 사회적 약자들 위한 정책 노력  

최영심 전 전북도의원(최영심 후보 캠프 제공)
최영심 전 전북도의원(최영심 후보 캠프 제공)

이 외에도 지역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최 의원은 가장 먼저 전북교육청과 전북도청의 용역근로자 정규직 전환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하고 관련 조례안을 발의하는 등 그동안 노동자 처우개선에 집중해왔다. 

또한 환경미화원 근무환경 실태 개선 촉구, 소상공인 지원 조직 개편, 택배노동자 처우개선, 방과후 강사 돌봄 전담사 학교운동부 지도 처우개선 간담회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 마련에도 힘써왔다. 

특히 도내 모든 여성 청소년에게 생리용품을 지급하자는 5분 자유발언과 대정부 건의안은 큰 결실을 맺기도 했다. 전북도의 행정사무감사 때마다 도정 전반에 걸친 문제점을 예리하게 지적하며 지방의회의 집행부 감시와 견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는 평가도 받아왔다.

그런 그가 이번 선거에서 지역구에 출마해 민주당 김이재 후보에게 져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역시 민주당의 벽을 뛰어넘지 못한 것이다. 전북도의회에서 활발한 의정 활동으로 눈길을 모았던 그의 모습을 당분간 지방의회에서 볼 수 없게 돼 아쉬움이 크다는 반응들이 나오는 이유다.

#‘전주시장 저격수’ 소릴 듣던 ‘허옥희’, 왜 지방선거 포기했나?

허옥희 정의당 소속 전 전주시의원(사진=전주시의회 제공)
허옥희 정의당 소속 전 전주시의원(사진=전주시의회 제공)

집행부를 상대로 시민을 대신하여 송곳같은 질문을 퍼붓는 지방의원의 군정이나 시정·도정 질문은 지방의회의 꽃이라 할 수 있다. 질의 내용을 집행부에 사전에 흘리지 않고 자치단체장을 상대로 직접 현안에 대한 문제점을 묻고 대안을 추궁한다면 누구보다 시민들이 가장 좋아할 것이다.

그런데 지방의원들의 질문들이 ‘현문우답(賢問愚答)’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워낙 민감한 문제점을 지적할 경우 다음 선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자치단체장은 두루뭉술한 답변을 내놓기 일쑤다. 아예 즉답을 회피하며 서면 답변으로 대체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그럼에도 끈질기게 추가로 질문하고 또 다음 임시회에서 5분 자유발언을 신청해 집요하게 묻고, 시정질문을 통해 추궁하며 물고 늘어지는 지방의원이 있다면 시민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낼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런 지방의원들이 얼마나 있을까?

지난 민선7기 내내 전주시의 주요 현안에 대한 송곳 시정질문으로 주목 받는 시의원이 있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절대다수인 시의회 구도 속에서 소수인 정의당 소속 시의원의 고군분투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았다. 그 주인공은 바로 정의당 소속 허옥희 의원이었다.

전주시 쓰레기 대란·시설공단 인사 문제 등 송곳 시정질문 '유명'...정의당 내부 문제로 선거 포기 '아쉬움' 

지난해 전주시에서 발생한 쓰레기 대란 현장 모습.
지난해 전주시에서 발생한 쓰레기 대란 현장 모습.

34명의 전주시의원들 중 29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로 구성된 가운데 5명의 소수당 의원들 중 한 명이었던 허 전 의원은 시 의회에서 '5분 발언'과 '송곳 시정질문'으로 유명했다. 허 전 의원은 민주당 소속 의원들을 제치고 중요 현안마다 총대를 메고 나섰다. 이 때문에 '해결사' 또는 '전주시장 저격수'로 통했다.

특히 전주시 쓰레기 대란과 시설관리공단 이사장 및 임원 인사 논란이 제기될 무렵 날카로운 송곳 질의로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켜 준 대목은 유명한 사례로 남아 있다. 그런 그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출마를 접어 많은 시민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정의당 소속인 허 전 의원은 지난 3월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비례의원 1회 원칙 확인 및 실현‘에 관한 자신의 굳은 의지를 피력해 주목을 끌었다. 그는 ”비단 전북도당에 국한된 문제만이 아니라 이런 원칙이 무너진다면 전국 광역시도당 전체의 비례후보 선출에 대한 질서가 무너지는 심각한 상황이 될 수 있기에 이번 기회를 계기 삼아 바로 잡히기를 기대한다“며 중앙당 공심위의를 향해 직언을 날렸다.  

앞서 3월 18일에도 허 전 의원은 ”안타깝게도 최근 전북도당 안에서 몹시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정의당 전북도당의 지방선거 후보자 공모에 전 전북도당 위원장이 전라북도의원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하겠다고 공천을 신청했다“고 밝힌 뒤 “몰상식하고 불공정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지역구 예비후보 출마를 준비하던 허 전 의원의 이러한 고언과 지적 등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방선거 출마를 접은데 대해 지금도 많은 시민들은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전주시를 향한 예리한 송곳 질문들을 당분간 볼 수 없게 된 때문이다. 

#’장점마을 참사‘ 책으로 쓴 '손문선', 도의회 입성 실패..."무소속 한계"

 손문선 전 익산시의원(사진=좋은정치시민넷 제공) 
 손문선 전 익산시의원(사진=좋은정치시민넷 제공) 

이번 지방선거에서 익산시 도의원으로 출마한 무소속 손문선 후보는 장점마을 민관협의회 위원으로 주민들을 대변해왔지만 839표 차이로 도의원 배지를 놓쳐 많은 시민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손 후보는 무소속으로 익산시의회 4·5·6대 의원을 수행하면서 익산시 악취대책 민관협의회 위원장, 익산시 환경정책위원장, 함라 장점마을 민관협의회 위원장, 좋은정치시민넷 공동대표를 맡을 정도로 환경 문제에 관한 한 누구보다 앞장서 왔던 시의원이었다.

장점마을·환경문제 전문가, “현실적인 정치 벽 깨지 못해 무척 아쉬워”

지난해 11월 그가 직접 펴낸 ’장점마을‘이란 책은 장점마을에 들어선 비료공장으로 시작된 마을 주민들의 집단 암과의 투쟁과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고통, 민관협의회 구성과 역학조사 청원 등 장점마을 환경오염과 피해사건 원인 규명 활동 등을 기록한 보고서로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는 “주민들과 함께 피해 원인을 밝히기 위해 싸웠던 3년간의 과정을 기록한 것”이라며 “공무원들의 인식이 바뀌고, 허술한 법도 개정돼 장점마을과 같은 환경 참사가 더는 발생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집필했다”고 책 출간 소감을 언론에 밝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더 큰 지방정치에 참여하기 위해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북도의원에 출마한 그는 무소속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아슬아슬한 차이로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익산시 제3선거구(낭산·망성·여산·금마·왕궁·춘포·삼기면, 영등2·삼성동)에 출마한 윤영숙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손문선 무소속 후보의 득표율 차이는 3.47%p에 불과했다. 윤 후보는 51.73%(1만2천513표)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48.26%(1만1천674표)를 획득한 손 후보를 간신히 제치고 당선됐다. 

손 후보는 선거 후 "좋은 가치관과 철학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소수 정당이나 아니면 무소속 후보로 더 많이 진출하고자 노력했었는데 현실적인 벽을 깨지 못해 무척 아쉬움이 남는다“고 토로했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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