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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임병찬 총재 15년의 장기집권으로 피로감이 만만치 않다. 존재감 자체가 희미해졌다. 일부에서는 애향이 아니라 해향(害鄕)운동본부라고 할 정도다. 전북애향운동본부가 발전적 해체를 통해 이 지역 어른들의 단체로 거듭 났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전북일보가 2018년 10월 24일 보도한 기명 칼럼 내용이다. 신문은 ‘전북애향운동본부, 발전적으로 해체하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뽑았다. 그 당시 전북애향운동본부 총재를 맡았던 인물은 임병찬 전북도민일보 대표이사 사장직을 겸하고 있었다. 

4년 전 전북일보 “전북애향운동본부, 발전적으로 해체하라” 

전북일보 2018년 10월 28일 칼럼(홈페이지 갈무리)
전북일보 2018년 10월 24일 칼럼(홈페이지 갈무리)

전북일보의 해당 칼럼에 의하면 ‘1977년 일어난 익산역 폭발사고를 계기로 당시 중앙정보부(현 국정원) 전북지부장과 언론인, 상공인, 학계 등이 뜻을 모아 발족했다’는 전북애향운동본부는 ‘도민의 자각적, 자발적 참여의 봉사단체’라고 하지만, 그동안 전북도와 시·군의 협력·지원을 받으며 공존 공생을 함께 해 온 '관변단체'의 성격이 짙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특히 지역의 민감한 현안들에 관여하고 대응하는 단체로 40년 넘게 맥을 이어온 거대 조직으로 도민들에게 각인돼 왔다. 이처럼 '애향'을 앞세운 대표적인 단체의 수장을 전북도민일보 대표이사(사장)가 무려 15년 장기간 맡아올 무렵인 2018년 전북일보가 전북애향운동본부를 겨냥해 “발전적으로 해체하라”고 작심한 듯 비판했었다. 

통렬한 비판에 반기는 도민들도 많았지만, 해당 단체와 전북도민일보 입장에서는 못마땅했을 것이 자명하다. 그러더니 4년 만에 상황이 역전되고 말았다. 전북일보 윤석정 사장이 이 단체의 총재를 맡자마자 전북도민일보가 이제는 ‘발전적 해체론'을 들고 나섰다. 

전북도민일보 “시대적 소명 다한 전북애향운동본부, 이제는 발전적 해체에 나서야?” 

전북도민일보 5월 31일 1면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전북도민일보 5월 31일 1면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31일 자 1면 머리기사로 전북도민일보는 ‘시대적 소명 다한 전북애향운동본부 “이제는 발전적 해체에 나서야”’란 제목을 뽑아 달았다. 내용에서도 작심한 듯 성토했다. 4년 전 전북일보가 주장했던 칼럼 제목과 흡사하다. ‘해체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가득 담겼다. 

“지난 1977년 결성된 이후 폐쇄적 노쇠화라는 고질적 문제를 겪고 있는 전북애향운동본부의 태동 과정과 그때그때의 역할 등을 중점 보도함으로서 순수 민간단체라 하더라도 시대적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퇴출될 수밖에 없다고 하는 시민들의 엄중한 경고를 전달할 방침이다.” 

신문은 더 나아가 “이제 지역사회에서는 ‘전북애향운동본부가 이대로 존속하기보다는 발전적 해체를 통한 새로운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면서 “이러한 목소리 또한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10여 년 동안 도내 언론계에서도 꾸준히 제기돼 왔던 사안”이라고 덧붙인 기사는 “도내 한 언론기관의 경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전북애향운동본부의 발전적 해제를 주창해왔다”면서 “각종 칼럼 등을 통해 전북애향운동본부의 노쇠화와 지역사회에서의 미미한 역할 등을 지적하며 자성을 촉구했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기사 말미에서 “전북애향운동본부는 창립 당시보다 전북이 더 어려워졌음에도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성토 내용도 강조했다. 전북일보가 ‘발전적 해체론’을 지면에 강조했던 4년 전 칼럼을 절로 떠오르게 하는 대목이다. 기사에서 '도내 한 언론기관'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애향운동본부 총재, 두 신문사 사장 번갈아 맡으면서 '해체론' 주장, 내막은? 

전북도민일보 2019년 4월 19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전북도민일보 2019년 4월 19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신문사 사장이 전북애향운동본부 총재를 18년여 동안 맡아 왔던 전북도민일보의 이날 1면 기사는 그동안 이 단체에 대해 주로 우호적으로 다뤄왔던 태도와는 사뭇 입장을 달리한 것이어서 어리둥절하게 했다.

지난 2004년부터 올 2월 말까지 전북애향운동본부 총재(13대)를 맡아온 임병찬 씨는 이 단체의 수장직을 맡았던 기간과 중첩되는 1995년부터 2015년 3월 말까지 전북도민일보 대표이사직을 맡아왔다. 

임병찬 전 전북도민일보 사장, 전북애향운동본부 총재 18년 맡아..."장기집권" 

전북도민일보 2019년 10월 25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전북도민일보 2019년 10월 25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전북도민일보 5대 사장에 취임해 11대에 이르기까지 무려 20여 년 동안 직을 함께 수행해 온 셈이다. 임 전 사장은 언론사 재직 기간 중에 전북애향운동본부 총재직을 겸하면서 단체가 추진하는 각종 사업을 진두지휘해 왔다. 장기집권으로 인한 피로감 호소와 비판도 제기됐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유지해 왔다. 

그런데 임 총재의 뒤를 이어 올 3월 취임한 14대 전북애향운동본부 총재에 전북일보 사장이 승계했다. 지역 일간지 사장들 간에 애향운동본부 수장 자리를 놓고 이·취임이 이뤄졌으니 말이 무성하게 나올 만도 했다. 

‘애향’이라는 순수한 의미보다는 ‘관변’의 성격이 짙은 단체의 대표 자리가 지역에서 내로라하는 간판격 일간지 사장들의 차지가 되고 있는 것 외에도 지역 언론이 관변 언론으로 전락할 우려가 높게 제기돼 온 때문이다. 

지역 일간지 구조 상 가장 높은 단계의 ‘게이트 키퍼’에 위치한 사장이 전라북도와 시·군 등 행정기관과 관련 단체·기관 등의 지원과 협력을 받으며 ‘전북’과 ‘애향’이란 같은 구심점 안에서 활동하는 모습은 일종의 ‘악어와 악어새’를 떠오르지 않을 수 없게 한다. 

행정기관들과 상호 협력 넘어 공생 관계 단체...언론사 사장들의 총재 겸직, 바람직한가?

전북일보 3월 30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전북일보 3월 30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전북애향운동본부의 사업적 특성만 보더라도 행정 또는 유관기관들과 상호 협력을 넘어 공생 공존하지 않을 수 없는여건이란 점을 감안하면 언론의 중추적인 사회적 기능과 역할, 주민의 알 권리를 위해 엄격한 자기 관리와 술선수범을 보여야 할 언론사 대표가 해당 단체의 장을 겸직한다는 것은 언론 본연의 책무에 자칫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런데 전북일보는 지난 3월 30일 전주라한호텔에서 열린 전북애향운동본부의 제14대 윤석정 총재(전북일보 사장) 취임 및 출정식을 보도하면서 많은 의미를 부여했다. 신문은 이날 기사에서 “전북 발전을 위한 선도적 봉사활동을 다짐했다”고 방점을 찍어 보도하면서 “윤석정 신임 총재와 임원진들은 전북의 중흥을 위해 새로운 모습으로 재도약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새로 출발한 전북애향운동본부 총재 취임식 분위기를 띄웠다. 

전북도민일보가 그동안 줄곧 그래왔던 것처럼 전북애향운동본부 총재 활동 소식이 독자들에게 전하는 중요 의제로 채택된 것이다. 4년 전 지면을 통해 “전북애향운동본부, 발전적으로 해체하라”는 제목과 관련 기사는 깨끗이 잊은 듯이 전북일보는 전북애향운동본부 총재를 맡은 자사 사장과 총재단에 거는 기대가 컸다. 

이이 대해 많은 시민과 독자들은 “언론사 사장이 관변단체 성격이 짙은 애향운동본부 총재직을 맡으면 해당 언론의 제 기능과 역할에 미치는 영향이 클 텐데, 왜 언론사 대표들이 서로 맡으려 하는지 의문”이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전북애향운동본부, 발전적 해체 통해 거듭나야” 공통 주문 

​전북애향운동본부 홈페이지 초기화면 갈무리
​전북애향운동본부 홈페이지 초기화면 갈무리

그러더니 전북애향운동본부 새 총재 취임 2개월 만에 전북도민일보가 “시대적 소명 다한 전북애향운동본부 ‘이제는 발전적 해체에 나서야’”란 자극적인 제목의 1면 기사를 내놓아 더욱 의구심을 키웠다. 

기사는 리드에서 “지난 1977년 ‘이리역 폭발 사고’ 후 ‘내 고장 사랑으로 낙후의 때를 벗자’라는 슬로건 아래 출범했던 전북애향운동본부가 그 시대적 소명을 다함과 동시에 발전적 해체의 기로에 서 있다는 여론이다”고 에둘러 강조했으나 저간의 사정이 있음이 행간 곳곳에서 묻어났다. 

더욱이 양 신문사 사장들이 돌아가며 전북애향운동본부 총재를 차례로 맡으며 지면에선 오락가락하는 논조를 보이는 행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홍보와 비판을 오가는 보도들로 인해 의구심과 불신을 살만도 하다. 

“헤진 갓끈을 부여잡고 놓으려 하지 않는 것은 노욕이요, 노추(老醜)다. 나이 들수록 베풀면서 귀를 열어야 한다지 않던가. 전북애향운동본부가 발전적 해체를 통해 이 지역 어른들의 단체로 거듭 났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전북일보·전북도민일보 '반추·성찰'하게 하는 대목은? 

전북일보가 최근들어 전북애향운동본부에 관해 내보낸 홍보 일색의 기사들에선 4년 전 신문이 칼럼에서 일갈했던 ‘발전적으로 해체하라’는 논조를 새삼 반추하게 한다. 또 전북도민일보는 전북애향운동본부에 관한 그동안 수많은 홍보성 기사들 속에서 감시와 비판의 논조를 독자들에게 오늘 자(31일) 지면에서 보여준 것처럼 얼마나 보여왔는가를 재삼 성찰하게 한다.

전북애향운동본부와 관련해 두 신문의 공통 분모는 해당 언론사 사장들의 총재 겸직 외에 ‘발전적 해체'와 더불어 '거듭나기’를 서로 주장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거듭날 것'을 기대하고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다. 해당 단체와 해당 언론사들 모두에게.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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