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부터 25일까지 예술회관서 서예· 조각· 조소 작품 전시

여태명 교수(원광대 미술대)가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2주년 기념 및 정년퇴임 기념전을 19일부터 25일까지 전북 예술회관에서 연다.

이번 전시는 당초 지난 4월27일부터 열려다가 코로나 19 때문에 미뤘던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2주년 기념전시회를 정년퇴임 기념전시회와 동시에 갖게 된 것. 여교수는 내년 2월 말로 원광대학교에서 정년퇴임한다.

이번 전시는 이름부터 남다르다. ‘일어서서 나에게 다가온 문자’라고 이름붙인 것은 평생을 문자를 놓고 씨름해온 여교수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어서다.

여교수는 “문자가 내게 다가오고 있어서 여태명전 보러 간다”고 전시의 의미를 자임하면서 연륜이 쌓일수록 문자와 친구가 되는 느낌이라고 술회한다.

전시회에는 서예작품도 그렇지만 출품되는 조소·조각 작품은 감상자들에게 어렵고 딱딱하게만 여겨졌던 문자를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게 만들고자 노력했다.

큰 대자를 사람으로 형상화한 ‘大’에서부터 문을 형태로 만든 ‘門’이라든지 어머니가 연상되는 ‘엄마’라는 작품들이 그러하다.

여태명 작품 '똥'
여태명 작품 '똥'

또 한자의 상형성을 고스란히 작품으로 옮긴 ‘虎’, ‘竹’, ‘集’, ‘吉祥’ 등도 재미를 더해준다.

특히 글을 돌에 새긴 서각 작품 ‘칼’은 그 내용이 참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너희들은 우리에게 못된 짓을 많이 하였으니 내 칼을 받아라.’ 예사로운 듯하면서도 사뭇 결곡하다.

이밖에 ‘ㄱㄴㄷㄹ’이나 ‘ㅏㅑㅓㅕ’도 문자추상을 보다 친숙하게 형상화한 작품이고 ‘똥’ ‘움’ ‘부부’등은 작품을 보는 즉시 곧 고개를 주억거리게 만든다.

이같은 일련의 작품들은 여교수가 예술 인생의 전체를 일관되게 추구해온 독창적이지만 친근한 작품을 만들자는 신념에서 비롯된 결과다.

여태명 작품 '길상'
여태명 작품 '길상'

여교수는 작품이 어렵거나 무거우면 사람들이 안 쳐다본다는 것을 일찍이 알았다. 서예나 그림이나 조각이나 모두 마찬가지다.

“지난 날 내 작품 천·지·인 초기에 그런 면이 있었다. 전체적으로 어려웠다. 내용이 좋은들 무엇 하겠는가. 사람들에게 호응받지 못하면 작품으로는 버림받은 거다. 작가 자신이 만족한다고 해서 그것이 좋은 작품인가? 작품이란 감상자가 있어야 한다. 그러니 감상자에게 어필하는 작품이 돼야 한다.”

여태명 작품 '엄마'
여태명 작품 '엄마'

이번 전시 출품작은 특히 대학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던 생활을 접게 되면서 어떤 매듭을 지어야할지 고민한 끝에 나온 작품들이다.

여교수는 “1991년부터니까 원광대 미술대학 서예과에 출강한지 30년이 흘렀고 사회적으로나 대학교육이 참 많이 변했다”며 “지금까지 동료 후배 제자들의 폭 넓고 활발한 문자예술활동을 보면서 늘 감사함을 느꼈다”고 돌이켰다.

여교수는 지난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함께 심은 나무의 표지석 글씨 ‘평화와 번영을 심다’를 민체로 쓴 바 있다. 그 2주년 기념전을 지난 4월중 열려다가 코로나19 때문에 미뤘고 이번 퇴임기념전과 함께 전시회를 갖게 됐다.

           여태명 작품 '칼'
           여태명 작품 '칼'

여교수는 “평화의 길로 가는 남북 정상회담에 내 작품으로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당시 두 정상이 말한 것처럼 한반도 평화 선언이 다시 뒤로 가지 않아야 하는데 지금 다시 남북관계가 어려운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어 마음이 무겁다”고 걱정스러워 했다.

여교수는 “무한히 변해야 한다는 것이 예술가의 숙명”이라며 “30년간 몸 담아왔던 대학을 떠나 새로운 예술활동을 위해 땀 흘리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코로나19 때문에 이번 전시의 개막식은 별도로 갖지 않는다.

/이강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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