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KBS 1TV ‘시사기획 창’ 김태형 기자

보건복지부와 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의 지체 장애인은 등록기준 128만 9천여 명이다. 이들 가운데 장애 형태가 절단으로 분류되는 경우는 13.6% 즉, 17만 5천여 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97.6%가 후천성 장애인이고 의족과 의수 등 장애인 보조기기를 사용한다. 보조 기기 사용하는 데 문제점은 없을까? 

지난 19일 KBS 1TV <시사기획 창>에서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나의 두 번째 발’ 편이 방송되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의족 쓰는 장애인들 인터뷰를 통해 고충과 낮은 보조금 문제 등에 대한 내용이 다뤄졌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20일 ‘나의 두 번째 발’ 편 취재한 김태형 기자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김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장애인 이동권 문제, 어느 날 갑자기 나온 게 아니라 결국 쌓인게 터져 나온 것" 

김태형 기자(오른쪽, 4월 19일 KBS '시사기획 창' 캡처)
김태형 기자(오른쪽, 4월 19일 KBS '시사기획 창' 캡처)

- 지난 19일 방송된 KBS 1TV <시사기획 창> ‘나의 두 번째 발’ 편 취재하셨잖아요. 방송 끝났는데 소회가 어떠세요?

“일단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고요. 방송 보신 분들 가운데 ‘의족이 그렇게 비싼지 몰랐다’, ‘간혹가다 의족을 쓰시는 분들 보면 되게 편하게 쓰시는 줄 알았는데 좋은 의족조차도 의족 쓰는 게 그렇게 편하지만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전동 휠체어도 이동만 잘하면 되는 줄 알았더니 또 다른 기능이 필요한 분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란 말씀을 몇 번 들었어요. 좀 더 많은 사람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의족에 대한 이야기였잖아요. 취재는 어떻게 하게 된 건가요?

“예전에 장애 관련해서 취재를 몇 차례 했었는데 그때 팔이나 다리 절단된 분들이 생활이 어렵고, 이분들 사연이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지금은 그렇게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 다리 잃으신 장애인들 가운데는 밖으로 나오시는 것도 조금 꺼리시는 면도 있다고 해요. 그래서 한 번 기회가 되면 장애인 의족 의족에 관련된 얘기를 기사로 풀어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고요.”

- 최근에 장애인 이동권 문제가 이슈잖아요. 의족과 연결되는 문제라 관심 있게 보실 것 같은데.

“빨리 보완해야죠. 저는 답답한 게 문재인 정부에서도 전동 휠체어 가격이 하나도 안 올랐거든요. 그나마 의료 보조금은 조금 올랐는데 그것도 따지고 보면 2005년과 비교 해서 오른 것이고 물가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었어요. 최근 장애인의 이동권 문제가 어느 날 갑자기 나온 게 아니라 결국 쌓인게 터져 나온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이번에 의족 중심으로 취재했지만 의족 문제를 보다 보면 이게 오랜 시간 동안 아무도 관심을 제대로 갖지 않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우리나라에서 1년에 다리 절단 수술, 1천여 건" 

KBS 4월 19일 '시사기획 창' 화면 캡처
KBS 4월 19일 '시사기획 창' 화면 캡처

- 의족 쓰는 사람들 대부분이 후천적인 장애인지, 아니면 선천적인 장애인도 있나요? 

“제가 만나본 분들 가운데 다리가 없는 상태로 태어난 분은 없었어요. 그리고 통계도 지체장애인의 한 98% 가까이는 후천적이에요. 후천적이라는 건 꼭 사고만 의미하는 게 아니라 병도 의미합니다. 그래서 의족 쓰시는 대다수 분들도 다리가 멀쩡했다가 사고나 병으로 의족 쓰게 되시는 분들이 많은데, 병원 쪽 얘기를 들어보면 당뇨로 발이나 발목, 다리를 절단하게 돼서 의족 쓰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씀들을 하시더라고요.”

- 이동기 씨 이야기로 시작한 이유가 있을까요?

“형편이 어렵고 사정이 힘든 케이스로 시작할까 생각도 했었는데요. 그래도 좀 더 평균적인 케이스로 보여주는 게 좀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쉽게 설명드리면 우리 주변에 평범한 이웃인데 의족을 쓰는 분을 보여주는 거로 시작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이동기 씨는 크게 부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또 크게 가난한 것도 아닌 작은 원룸에 살며 중견기업에 다니고 있는 우리 사회 30대 구성원입니다. 의족을 사용하고 있을 뿐이지, 어떻게 보면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웃이에요. 그런데 그런 분도 의족 가격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거죠.”

- 의족 쓰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그 통계는 정확하게 나와 있지는 않고요. 다만 절단으로 분류되는 장애인 가운데 발목 종아리 허벅지 엉덩이 부위가 절단되신 분들은 기본적으로 의족을 써야 되거든요. 그런데 그 숫자와 정확하게 안 맞는 게, 경우에 따라서 의족을 안 쓰고 휠체어를 쓰시는 분들도 있고, 우리나라 장애인 통계가 등록 장애인 기준이라 일부긴 하지만 등록이 안 돼 있는 분도 있대요. 병원 측 얘기는 우리나라에서 1년에 다리 절단 수술이 1천여 건이래요. 그걸 보면 하루에도 아무튼 적어도 몇 건씩은 평균적으로 있다고 보여지는 거죠.” 

"여름철엔 땀이 차서 1시간마다 한 번씩 물기 빼주고 말리는 어려움이 있다” 

KBS 4월 15일 '시사기획 창-미리보기' 화면 캡처
KBS 4월 15일 '시사기획 창-미리보기' 화면 캡처

- 의족을 계속 사용하면 불편한가 봅니다?

“저도 의족 써본 적은 없으니까 쓰면 느낌이 어떤지 저도 정확히 모르죠. 다만 제가 그분들 말씀을 듣고 저도 의족도 들어보고 만져보니까 일단 비장애인들이 한 3, 4kg짜리 신발 신는다고 생각하면 그것만으로도 더 불편할 거잖아요. 의족이 보통 그 정도 무게가 나가거든요. 그게 발에 맞아야 하기 때문에 의족과 살이 맞닿은 부분은 조이게 돼 있어요.

조이지 않으면 헐렁해져서 의족이 떨어져 나갈 수 있어요. 그런 면에서 되게 불편하다고 하고, 그러다 보니까 땀이 되게 많이 나서 여름에는 특히 힘이 든다고 하더라고요. 땀이 나면 증발해야 되는데 증발도 안 될 거 아니에요. 땀이 안에 차서 1시간마다 한 번씩 잠깐잠깐 나가서 땀 찬 거 물기 빼주고 말리는 어려움들이 있다고 합니다. ”

- 의족 가격대가 차 한 대 값하고 비슷할 거 같은데 왜 이렇게 비싼가요?

“먼저 의족이 다 비싼 건 아니라는 말씀드리고 싶고요. 제일 저렴한 건 허벅지 잃으신 분들 쓰시는 대퇴 의족 경우도 한 200만 원 정도면 구입할 수도 있고요. 비싼 거는 1천만 원, 2천만 원 인공지능 의족은 5천만 원 이상 가고 1억 이상 가는 의족도 있죠. 의족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너무 폭리 아니냐란 생각이 드실 수도 있는데요. 이렇게 생각하시면 쉽지 않을까 싶어요.

자전거를 보면 10만 원짜리 자전거도 있고 100만 원짜리 자전거도 있고 좋은 건 천만 원, 한 2천만 원짜리 자전거도 있습니다. 근데 10만 원짜리 자전거나 1천만 원짜리 자전거나 사실 구성물이나 기능 자체는 거의 같잖아요. 그러나 비싼 자전거와 저렴한 자전거의 차이는 부품이 비싼 자전거는 다 좋은 부품을 쓰고 있죠. 이런 식으로 가격대별로 쓰는 부품이나 재질이 다르잖아요. 의족도 그런 거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 하재헌 씨는 양발이 모두 의족 같은데 양발이 모두 의족이면 가격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아요.

“만만치 않죠. 하재헌 씨가 쓰는 한쪽 대퇴의족이 포스코에서 후원받은 건데 그게 국내에서 유통되는 의족 중에 제일 좋은 의족으로 알려져 있어요. 1억 원 정도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나 의족은 평생 쓸 수 있는 게 아니에요.”

- 5년밖에 못 쓴다고 나오던데 왜 이렇게 짧은 거죠?

“일단 의족이 계속 움직여야 되잖아요. 움직이면 체중을 다 지탱을 해야 돼서, 많이 걷다 보면 의족이 부품 수명이 다하는 경우가 계속 일어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이게 텔레비전이나 컴퓨터처럼 책상 위에 놓고 쓰는 게 아니라 의족을 신고 걸어 다니면 순간순간 그 의족이 의족 쓰는 사람의 체중을 다 지탱을 해야 된단 말이에요.

그래서 그런 충격이 계속 누적이 되면 한 5년 안팎 정도 쓰면 의족 부품들이 조금씩 고장이 나고 약해지게 되고, 그리고 의족이 약해진 상태로 다닐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의족 수명은 보통 한 5년 정도로 보는데 활동을 적게 하면 좀 더 늘어날 수 있고 활동을 더 많이 하면 더 줄어들 수도 있고요, 경우에 따라 다를 수는 있는데 일단 일반적으로 5년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 의족 보조금이 있는 거 같은데 의족 가격대와 보조금 차이가 있네요?

“크다고 봐야 됩니다. 지금 허벅지 절단된 분들 쓰는 대퇴의족이 그나마 16년 만인 작년에 올라서 296만 원이 됐어요. 300만 원이 채 안 되는데 좀 괜찮은 의족은 한 1천만 원 정도 줘야 좀 괜찮은 의족을 쓴다고 하고요. 많이 나가는 거는 한 600만 원, 700만 원대 의족이 많이 나간다고 하고요. 자기가 원하는 의족 쓰기 힘든 경우가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전동휠체어는 수천만원 하는데, 그런 휠체어가 꼭 필요한 분들이 있다" 

KBS 4월 19일 '시사기획 창' 화면 캡처
KBS 4월 19일 '시사기획 창' 화면 캡처

- 의족 연구하는 게 정형외과가 아니라 성형외과네요?

“꼭 그런 건 아니고요. 정형외과에서도 할 수 있고 성형외과에서도 할 수 있죠. 우리가 성형외과 하면 도심 한복판에 있는 성형외과를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종합병원 성형외과에서는 재건술도 같이 해요. 교통사고가 나서 크게 다치면 정형외과도 가지만 성형외과도 들리는 경우가 있는 것이죠. 그래서 종합병원 성형외과 의사님들 가운데 재건술을 하다가 보니까 재건의 목적이 원래 다치기 전의 몸 상태를 가능하면 만들어주는 거잖아요. 그런 일을 하다 보니까 의족에도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고 합니다.”

- 일반 의족으로는 달리지 못하는 건가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의족이 굽혀졌을 때는 힘을 못 받아요. 우리가 달릴 때는 무릎이 굽힌 상태로 땅을 박차고 나가잖아요. 근데 의족은 그렇게 굽힌 상태에서 힘을 못 받으니까 일반 의족으로는 거의 구조적으로, 물리적으로 뛴다는 건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그냥 걸을 수 있는 거죠.”

- 전동휠체어도 가격 차가 크네요?

“가격 차가 큽니다. 500만 원, 1천만 원, 그 이상 하는 전동 휠체어도 있고요. 가격 차 큰 이유 중에 하나가 전동 휠체어가 그냥 가고 서고만 있는 게 아니라, 휠체어 왜 우리도 사무실에 요새 의자들 보면 뒤로 젖혀지는 의자 있잖아요. 그런 의자가 좀 더 비싸잖아요. 전동 휠체어도 마찬가지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다만 전동 휠체어는 뒤로 젖혀지는 게, 사람이 힘으로 자기 등을 뒤로 밀어서 젖혀지는 게 아니라 모터가 달려 있어서 정밀한 모터에 의해서 휠체어 의자가 젖혀지는 것이죠.

전동휠체어가 마치 로봇처럼 일자로 형태가 변해서, 사람을 설 수 있게도 하고요. 이런 전동휠체어는 수천만 원 나가기도 하는데, 그런 휠체어가 꼭 필요한 분들이 있어요. 그리고 어떤 분들은 거의 가슴 아래를 못 쓰시는 분도 있고, 휠체어 쓰시는 분들도 사정이 다 조금씩 다르거든요. 그래서 좀 더 좋은 휠체어가 필요한 분들이 있는데 휠체어 보조금도 그냥 209만 원으로 똑같이 주고 끝나니까 다기능 휠체어가 필요하신 분들은 자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거죠.”

- 장애인 보조 기기를 안경과 같은 거로 인식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안경을 쓴다고 장애인으로 인식하지 않으니까요.

“그렇죠. 저도 그렇게 생각이 많이 들어요. 옛날에는 의족을 쓰면 주변 시선을 의식해서 그런 게 좀 힘들었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 20대, 30대 젊은 분들은 이 기자님 말씀하신 것처럼 ‘안경 쓰고 다니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나도 이게 내가 내 몸에 이게 필요해서 의족을 쓰는 건데 내가 이걸 굳이 가리고 다니거나 다른 사람들 시선을 의식하거나 이럴 필요 없다고 느낀다’라고 말씀 하시더라고요.” 

"정부가 할 일만은 아니고 사회의 관심, 우리 모두의 관심이 중요" 

- 취재하면서 특별히 느끼점이 있다면요? 

“일단 지체장애인의 한 98% 정도가 태어난 이후에 아무튼 병이 생기거나 사고로 지체 장애가 생겼기 때문에 그런 거 보면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잖아요. 그 생각이 좀 자주 들었고요. 그리고 나이가 많이 들면 다들 한두 가지 장애를 안고 살아간다는 얘기도 있고요. 그래서 장애인들의 문제를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 같다는 생각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 많이 들었어요.

암 환자 같은 경우는 건강보험에서 지원을 되게 많이 해줘요. 그리고 그거에 대해 사람들이 다 공감하고 있잖아요. 왜냐하면 누구나 나도 언젠가 암에 걸릴 수 있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암 환자에 대한 보장을 늘리는 일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가 있는 것이죠. 저는 장애인에 대한 지원도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생각 해봤으면 좋겠고요.

예를 들면 보조기기 지원도 그렇고 전철역에 엘리베이터 만드는 일도 그렇고, 예산이나 이동권, 모두 다 장애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문제가 될 수 있죠. 그리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장애인들이 거리에 좀 더 많이 나와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사회가 정말 선진국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런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겠지만, 정부가 할 일만은 아니고 사회의 관심, 우리 모두의 관심이 아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태형 기자
김태형 기자

- 취재할 때 가장 큰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요?

“개인적인 건데, 예를 들면 다리 잃으신 분들한테 ‘다리 어떻게 잃게 됐느냐’ 그리고 ‘그때 수술할 때는 어땠냐, 다리 잃고 나서 생활은 어땠냐’는 질문을 해야 되잖아요. 그런 질문하는 게 힘들었어요. 그리고 불만이나 하고 싶은 얘기는 많은데 또 방송 나가는 건 원치 않는다고 피하신 분들도 꽤 있었어요. 이해는 하죠. 그런 분들이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모습 드러내는 일은 부담스럽다는 얘기를 들을 때 좀 더 안타까웠습니다.” 

/이영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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