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김성회 '씽크와이 정치연구소' 소장
어느덧 20대 대선이 끝난 지 한 달이 되어 간다. 한 달 동안 윤석열 당선자의 행보에서 기억에 남는 건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뿐이다. 5년 동안 어떻게 이끌지 비전은 보여주지 못했다. 보통 대통령에 당선되면 지지도가 70~80%를 기록한다. 하지만 윤석열 당선자는 문재인 대통령과 엇비슷한 지지율을 보인다.
윤석열 당선자의 행보를 비롯해 현재 정치권의 움직임과 함께 지방선거에 대해 전망해보고자 지난 1일 열린민주당 대변인을 지낸 김성회 '씽크와이 정치연구소' 소장과 전화 인터뷰를 실시했다. 다음은 김 소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정권 초기 ‘열심히 해보세요’라고 박수쳐주는데...지지율 너무 꺾여 우려"
- 대선이 끝난 지 3주가 지났는데 정치권 상황을 어떻게 보고 계세요?
“윤석열 당선자가 집권 초기에 어떤 어젠다로 나갈지에 대해서 상당히 궁금했어요. 그런데 당선자가 의외로 용산 이전이라는 카드를 들고나왔고 당 안팎의 반대를 무릅쓰고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민들과 많이 부딪힌 것 같습니다.
국민들의 일상이나 민생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다 보니 사람들의 실망이 커졌죠. 인수위가 나름 열심히 이런저런 활동들하고 있는데 용산 문제에 모든 것이 뒤덮이면서 인수위 활동의 모습이 전혀 밖으로 드러나지 않게 되니까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어요.
결국 이것이 당선자에 대한 지지율의 하락을 불러온 결정적인 원인이 아닐까 싶죠. 보통 70~80%의 유권자들이 정권 초기에는 다 ‘열심히 해보세요’라고 박수쳐주는데 당선자가 필요 없는 고집으로 처음부터 지지율이 너무 꺾여서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되네요.”
- 왜 그럴까요?
“코로나 이후 경제 문제는 어떻게 해야 되고, 외교 문제는 어떻게 해야 되는지에 대한 당선자의 비전 같은 것을 후보시절에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정치 경험이 부족할뿐더러 국정 전반에 대한 식견이 없는 당선자의 입장에선 복잡한 경제 외교 문제에 대해서 본인이 할 수 있는 말의 범위가 제한되어 있을 것이라고 보였고요.
그런 가운데 본인이 관심 있는 것, 자기 목소리로 얘기할 수 있는 것에 지나치게 집중한 게 아닌가 해요. 탈 권위주의를 만들고 탈 청와대를 하겠다는 당선자의 뜻은 제가 이해 하겠어요. 다른 이야기도 하면서 그 얘기를 섞었다면 모르겠는데 본인이 관심 있다고 용산 얘기만 너무 하죠 .
게다가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처음에 선언했고, 경호 문제나 안전 문제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호언장담하다가 일을 완전히 그르친 거잖아요. 그렇게 하는 과정에서 본인이 그거 외에는 잘할 수 있는 게 없어서 그렇게 한 것이 아닐까라는 의심과 걱정이 되네요.”
"1년 동안 치밀한 준비 거쳐서 용산으로 옮겼다면 상당한 박수 받았을 것"

-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는 어떻게 보세요?
“권위주의적인 청와대를 벗어나서 새로운 그림을 만들겠다는 당선자의 의지는 존중합니다. 충분히 해볼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만약 앞으로 1년 동안 준비해서 2023년 5월 1일부터 용산의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하고 1년 동안 치밀한 준비를 거쳐서 용산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옮겼다면 국민들로부터 상당한 박수를 받았을 거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광화문으로 가겠다. 아무 문제 없다. 광화문이 안 될 것 같다.’라고 하고 ‘용산으로 가겠다. 문제가 있지만 가겠다.’고 하다가 결국 ‘청와대에서는 단 하루도 잘 수 없다. 벙커도 안 쓰겠다.’라고 하더니 국가 안보 상황인 작전 지도 차량까지 공개해가면서 벙커조차도 쓰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했다는 걸 어떤 국민이 이해하려고 하겠습니까.
이렇게 급하게 해야 될 일인가라고 다들 생각할 테고요. 용산으로 이전하려는 당선자의 선의는 알겠습니다만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윤석열 당선자는 ‘본인의 고집이 생기면 절대 바꾸지 않는 스타일이구나. 무엇이든 자기가 마음먹은 것은 무리하게 집행하는 스타일이구나. 검찰총장 시절에 압수수색 영장을 치고 피의자와 경쟁하며 다투듯이 문제를 해결해 가던 습관을 그대로 갖고 있구나’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워 보이네요.”
- 왜 청와대를 안 들어가려고 할까요?
“그건 저는 도저히 모르겠네요. 왜 이렇게까지 이 문제에 집착해서 모든 국민들의 관심을 그리 돌리고 국민들의 화를 불러일으키고, 그것으로 역사상 거의 보기 드물게 50%도 되지 않는 지지율로 국정을 시작하는지 그 이유를 저는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사과하고, 실천할 수 있는 공약만 이야기했으면...”
- 대선 후 윤 당선자의 행보는 어떻게 보세요?
“용산 외에 행보라는 게 없기 때문에 이분이 무슨 생각으로 대통령을 하려는 것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여성가족부는 없앤다는 것인지, 주식 양도세는 폐지한다는 것인지, 인수위도 아직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시간만 미루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정치 초보로서 부족한 점이 많이 느껴지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그렇습니다.
지금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인수위를 맡고 있는데 후보의 공약을 100% 달성하려고 인수위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당선을 위해서 지나치게 남발했던 공약이 있다면 국민들 앞에 솔직하게 사과하고 거둬내고 정말 실천할 수 있는 공약만 이야기했으면 좋겠어요.”
-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 지지율이 비슷하게 나오는데 어덯게 보시는지요.
“문재인 정부를 교체하자는 뜻으로 윤석열 당선자를 국민들이 밀어준 거 아닙니까. 그런데 계속 얘기를 반복이지만 기대했던 국민들은 용산 문제에 몰두하는 당선자와 인수위를 기대했던 것은 당연히 아닐 것이거든요.
그런데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성 혹은 윤석열 정부의 비전에 대해서 아무도 이야기를 듣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갑갑하게 반복되다 보니 이건 뭐 하려고 하는 것이냐는 국민들의 비판이 이어졌던 것이고, 그것이 지금의 지지율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안철수, 당 대표직 노리기 위해 총리직 고사한 것 아닌가...”

- 검찰이 산자부 문제 건드리는 건 어떻게 보세요?
“지금 청와대 인사들에 대한 수사 얘기를 하는데 하나씩 순서대로 보면 환경부 블랙리스트는 옛날부터 문제가 됐던 것 아닙니까? 그때 조사를 했으면 됐는데 그때 하지 않고 캐비넷에 3년 넘게 묵혀뒀던 겁니다.
그렇게 묵혀뒀어야 하는 일인지를 일단 모르겠고요. 두 번째 국민의힘에서도 계속 공격합니다만 청와대 비서관이나 행정관 중에서 검찰로부터 기소된 사람이 굉장히 많아요. 다르게 하면 문재인 정부 하에서 검찰이 정부 인사들을 기소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는 반증인 거죠. 그런 상태인데 지금까지 사건이 묶였다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로 보인다고 생각하고요.”
-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총리를 고사했는데.
“안철수 위원장은 2027년 대권을 목표로 뛰고 있는 정치인입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에서 넘버 투를 맞는다는 것은 글쎄요, 대권 주자로서의 위상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고요. 그리고 어제(3월 31일) 시가로 봤을 때는 수백억에 달하는 주식 전부를 백지 신탁하는 것도 결코 만만치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라고 보고요.
그리고 현재로서 당권 잡아서 국민의힘이라는 거대 여당 내부에 자기편을 많이 만드는 것이 2027년 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대권 도전하는 데 유리하겠다고 판단을 하고 먼저 당 대표직을 노리기 위해서 총리직을 고사한 것이 아닌가, 이렇게 보이네요.”
- 이번 주 가장 문제가 되는 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장애인 폄하 발언인데 어떻게 보셨는지요?
“조각 조각을 내서 작은 조각으로 시비 거는 방식으로 대응했던 것 같습니다. 장애인 중에서도 '전장연'으로 쪼개고 '전장연'의 행동 중에서도 지하철에 탑승하는 시위를 놓고 불법 여부를 따지면서 시비를 걸고 들어갔는데요.
전장연이 잘 아시겠지만, 처음에는 기재부 장관 집 앞에서도 시위해보고 또 부처에 가서 협상도 해보고 수많은 과정을 거쳤고요. 전장연뿐만 아니라 1983년 이래로 40년째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놓고 지금 투쟁을 하는 거잖아요.
거기에 대한 답변을 제대로 내놓지 않은 상태에서 전장연이 시민들의 주목을 끌기 위한 시위를 준비했던 것이고요. 일부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있지만, 시위라는 것은 원래 누군가 의도치 않은 불편을 당하면서 주목을 끌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었던 것이고 소수자가 민주주의라는 다수결 체제 아래서 자기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데 그 목소리를 키우는 전통적인 방법의 하나였거든요.
멀리 갈 것도 없이 민주당이 패스트트랙으로 선거법을 통과시키려고 했을 때 빠루를 들고 있던 나경원 의원의 모습들을 다 기억하실 겁니다. 국회 사무처에 들어가서 서류를 찢어버렸던 이은재 의원의 모습도 생각이 나실 것이고요.
그렇듯 언제나 자기의 목소리가 전달되지 않을 때 단체 행동이나 시위의 방식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곤 하고 본인들도 그렇게 했던 정당의 대표가 그것도 아주 작은 소수자인 장애인들의 집회가 불편하다고 공개적으로 반박하고 탄압할 이유가 어디에 있었는가, 저는 심히 유감입니다.”
"이준석, '장애인 이동권에 필요한 예산 왜 확보하지 못했느냐'로 공격했어야"

- 이준석 대표 말이 불법은 안 된다는 거 같아요.
“이준석 대표의 말은 민주당이 왜 기재부를 설득해서 장애인 이동권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느냐로 향했어야 했습니다. 소수자를 공격하는 방식이 아니라 당내에서 정치적으로 풀었어야 했죠. 근데 그 공격의 대상을 장애인으로 돌린 것은 매우 잘못한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장애인 단체가 불법으로 시위를 해서 문제가 된다면 정당 대표가 탄압할 문제가 아니라 사법기관이 법적으로 처벌을 하겠죠. 그 시위를 하는 태도에 대한 불법 여부에 대해서 꼬집는 것이 정당의 역할인가요? 왜 그런 목소리를 냈는지를 듣고 그 목소리가 적절했는지에 대해서 판단하고 정당의 입장에 맞게 그 문제를 해결하는 대책을 내놓는 것이 정치의 일이죠.”
- 대선 후 민주당의 수습과정은 어떻게 보세요?
“아직 그렇게 따지기에는 시간이 짧았고요. 지방선거가 바로 붙어 있어서 여러 가지 좀 혼란이 있기는 한데 비대위를 구성하고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을 앉히는 등 민주당이 부족했던 점에 대해서 해결해 보려는 의지는 높이 사고요. 그런데 대선에 대한 철저한 복귀와 반성과 자기 성찰이 있어야 하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어떠한 것들을 내놓는지는 좀 앞으로 장기적으로 지켜봐야겠네요.”
- 지방 선거가 2개월 앞으로 다가왔잖아요. 보통 대선 후 바로 치러지는 선거는 대부분 여당이 승리했지만 이번엔 다를 거란 전망도 있더라고요?
“기본적으로 대통령 선거 직후 허니문 기간에 있는 선거이기 때문에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죠.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서 어떤 승부가 벌어지게 될지가 매우 중요해 보이고요.
용산에 대한 아집으로 윤석열 당선자가 시작하기도 전에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는 상황 자체는 민주당이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데는 유리하게 흘러가면 그림이 될 것 같네요.”
"유승민, 2016년이나 2020년 '새로운 보수 만들자'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 경기지사가 최대 관심사 같은데 3월 31일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출마 선언 했잖아요, 어떻게 보셨어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제라는 화두를 들고 뛰어든 김동연 후보의 행보에는 분명히 저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거기에 지금 함께 겨루고 있는 민주당의 주자들 중 염태영 시장 같은 경우는 오랜 수원시장(3선)을 했고, 지방자치 전문가 안민석 의원은 개혁의 전도사, 조정식 의원은 선대위 출범 초기에 이재명 선대위에 선거 총괄본부장을 맡았던 시흥의 5선 의원으로서의 경륜과 이재명 후보와의 관계 등 각각의 장점을 가진 후보들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민주당의 경기도지사는 예선 경선 과정을 얼마나 격렬하게 깔끔하게 잘 치르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변수가 될 것 같아요. 반면에 국민의힘 같은 경우 대구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던 유승민 의원이 수도권으로 옮겨서 새로운 정치를 해보려고 하는 거잖아요.
유승민 의원이 지금이 아닌 2016년이나 2020년 즈음 수도권으로 올라와서 새로운 보수 만들자는 이야기를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런데 대통령 선거까지 안 되고 나서 지금에 올라와서 경기도로 갑자기 들어오는 것은 명분에서의 좀 약함이 있지 않냐는 아쉬움이 드네요.”
"민주당, 인사청문회 효과적으로 공격해낸다면 지방선거 결과 다를 수도"
- 앞으로 지방선거에서 관전 포인트는 뭘까요?

“민주당의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에 맞서서 어떤 카드를 준비하고 어떤 과정이 만들어질지와 지금 거론되지 않은 사람 중에서 과연 누가 출마할지 등이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고요.
경기도 같은 경우는 국민의힘의 경우 자연스럽게 유승민 후보로 의견이 모이겠고, 민주당은 경선을 어떻게 치를지에 대한 치열한 수 싸움이 전개될 거로 보는데 그런 과정이 더 재미있게 보일 것 같고요. 결국 수도권에서 누가 이기느냐, 서울과 경기에서의 승자가 전체의 성패를 좌우하는 그림으로 흘러가게 될 것이고 그것이 윤석열 정부 집권 초기에 동력을 확보하는 데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거꾸로 지방자치 선거가 있을 때 국무총리를 포함한 국무위원회 인사청문회가 열릴 예정이지 않습니까. 국민의힘은 매우 신중하게 사람들을 골라야 할 텐데요. 민주당이 청문회를 효과적으로 공격해낼 수 있다면 지방선거에서의 결과를 다르게 만들 수 있는 길도 열리지 않을까 생각을 해서요. 청문회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 중의 하나가 될 것 같습니다.”
/이영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