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직의 '축구 이야기'

전북 현대의 김보경이 팀의 두 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전북 현대의 김보경이 팀의 두 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2주간의 A매치 휴식기에 들어갔던 K리그가 주말에 재개됐다. 강원FC(강원)와 전북 현대모터스FC(전북)도 2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22’ 7라운드 경기를 치렀다. 방문팀 전북이 안방팀 강원에 2:1로 승리했다. 전북은 개막전 승리에 이어 여섯 경기 만에 승점 3점을 따냈다.

6라운드를 마친 시점까지 강원은 승점 8점으로 5위, 전북은 승점 4점으로 강등권인 11위에 자리했다. 우승 후보로 거론되던 전북은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을 겪는 중이었다. 6경기를 치르며 1승 2무 3패를 기록하는 동안 득점은 3골, 실점은 6골이었다. 특히 3라운드부터 6라운드까지 네 경기에서 1득점에 그쳤다. 전북 특유의 ‘닥공’(닥치고 공격)은 실종됐다. 

국가대표급 선수 영입한 전북, 여섯 경기 만에 승점 3 확보 

전북은 3월 25일 마감된 이적 시장 막바지까지 꼭 필요한 자원들을 영입하느라 분주했다. 미드필더 김진규에 이어 오른쪽 수비수 김문환, 중앙 수비수 윤영선 등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영입해 스쿼드를 보강했다. 수원FC에서 이적한 윤영선은 2010년 성남일화에서 데뷔해 K리그 통산 250경기에 출전한 백전노장이다.

오는 사람이 있으면 가는 사람도 있는 법. 전북에서 중용되지 못한 김승대와 한승규가 팀을 떠났다. ‘라인 브레이커’ 김승규는 원 소속팀인 포항으로, 공격형 미드필더 한승규는 FC 서울로 이적해 선수 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전북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을 뿐 두 선수 모두 어느 팀에서나 주전으로 활약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강원과의 경기에서 전북의 김상식 감독은 이전 경기들과 다른 선발 카드를 들고 나왔다. 강원의 3-5-2 전형에 맞서 3-4-1-2에 가까운 3-5-2 전형으로 전반을 시작했다. 이날 전북의 선발 자원 중에 골키퍼 송범근, 수비수 홍정호, 중원의 백승호와 쿠니모토 정도가 시즌 초부터 중용되는 선수이고 나머지 선수들은 시즌 첫 선발이거나 아예 첫 출전이었다.

개막 이후 부상으로 나오지 못하던 이용이 홍정호 박진섭과 함께 전북의 최종 수비진을 형성했다. 전북에 합류한 지 며칠 되지 않은 김문환은 선발로 나와 오른쪽 수비와 날개 공격을 담당했다. 합류가 늦어지면서 팀에 대한 충성심에 의문부호가 달린 바로우는 1선 공격수 바로 아래 위치에서 시즌 첫 출전했다. 최전방에는 박규민과 구스타보가 섰는데, 구스타보는 오랜만의 선발이었다.

전북 김상식 감독, 파격 선발 카드 승리로 이어져 

전북으로선 이기는 경기를 통해 팀 전체의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것이 중요했다. 내용이 충실하고 준비한 플레이를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과를 가져오면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백척간두 진일보’의 마음가짐으로 팀 전체가 확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했다. 결국 전반에 압도적인 점유율과 공격력, 두 골 선제 득점이라는 결과를 얻으면서 원하는 목표도 달성했다. 무엇보다 상대에 읽히는 선수 운용에서 벗어나 팀 내부의 경쟁과 활력이 살아난 점이 승리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전반 20분 코너킥 상황에서 백승호의 헤더를 받아 박규민이 데뷔 골을 터트렸다. 30분에 박규민을 대신해 들어온 김보경은 38분, 쿠니모토의 크로스를 멋진 헤더로 연결해 결승골을 만들었다. 김보경은 이 골로 ‘30-30’ 클럽에 가입하게 되었다. 전북은 전반에 60% 이상 볼을 점유하면서 두 골을 뽑았다. 전북이 우세하게 경기를 이끌었지만 슈팅, 유효슈팅, 코너킥 등에서는 양 팀이 대등한 수치를 보였다.

후반 시작과 함께 강원이 김대원과 임창우를 투입하면서 초반부터 거센 공격을 퍼부었다. 후반 8분, 양현준의 강력한 헤더를 송범근이 몸을 날리며 쳐냈다. 전북 김상식 감독은 후반 12분 바로우를 빼고 문선민을 투입했다. 첫 출전한 바로우의 체력을 안배해줄 겸 공세가 거센 강원의 흐름을 끊어줄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적절한 교체였다.

강원의 파상 공세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후반 16분 홍정호가 경고를 받고, 26분 경 쿠니모토의 반칙이 VAR 끝에 페널티 킥 판정을 받았다. 강원 김대원이 키커로 나서 침착하게 차넣으며 강원의 만회골로 연결됐다. 강원이 한 점 차로 따라붙으면서 경기는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흘렀고 양 팀 선수들은 모든 힘을 다해 상대 골문을 노렸다. 

갈 길 먼 전북, 4월 중순부터 AFC챔피언스 조별리그 참가 

전북이 쿠니모토를 빼고 김진수를 교체 투입한 가운데, 강원의 연이은 슛은 골대를 빗겨 가거나 송범근 골키퍼의 선방에 걸렸다. 후반 40분 강원의 양현준이 골을 성공시키며 동점을 만들었으나 간발의 차로 오프 사이드 깃발이 올라갔다. 양현준은 이날 전후반 내내 위력적인 돌파와 슈팅으로 강원 공격의 첨병 역할을 해냈다. 교체해 들어온 김대원의 활약도 돋보였다.

전북은 후반 내내 고전한 끝에 강원의 공세를 한 점으로 막아내며 2:1 승리를 확정했다. 이날 경기에서 전후반 합쳐 파울 수는 22:9, 경고는 3:0으로 전북의 반칙이 많았다. 처음 선발로 나선 선수들이 많았던 만큼 손발이 잘 맞지 않아 반칙으로 끊어야 할 상황이 많기도 했고, 반드시 이기겠다는 마음으로 전북 선수들이 투쟁적으로 경기에 임한 때문이기도 했다.

경기가 끝난 뒤 김상식 감독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원정 두 경기 잘 마무리해야 한다. 책임감을 갖고 더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모처럼 맛본 승리의 기운을 잘 이어가야 하는 전북이다. 전북은 5일 수원, 9일 성남을 상대한 뒤 베트남으로 이동한다. AFC챔피언스 조별리그 경기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H조에 속한 전북은 4월 16일부터 5월 1일까지 시드니, 요코하마, 자라이 세 팀과 모두 여섯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김병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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