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윤석열 악마화'의 함정' 

‘언론 운동장’은 누구에게 기울었나?' 

''최선' 빙자해 '최악'의 길 열어젖힌 문정권' 

"한국 정치는 좀비 정치다" 

대학 강단을 은퇴한 후에도 날 선 비판과 사회적 참여 활동은 멈추지 않고 오히려 더 활발하다. 독설과 증오에 가까운 표현들이 비판의 무기로 자주 등장하고 있다. ‘최악’, ‘혐오’, ‘소탕’, ‘좀비’, ‘싸가지’ 등의 표현에선 섬뜩한 전율이 느껴질 정도다. 

‘강준만식 전투적 화법의 앙가주망’ 은퇴 후에도 계속 

'강준만 교수' 관련 기사들(포털 '다음' 갈무리)
'강준만 교수' 관련 기사들(포털 '다음' 갈무리)

현역 교수 시절 ‘다작왕’이란 소릴 들을 정도로 사회적 참여가 활발했던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는 상아탑 정년퇴임 이후에도 독특한 그만의 앙가주망(Engagement, 지식인의 사회 참여) 방식은 지칠 줄 모르는 모양새다. 

1990년대 이후 한국 사회의 금기와 싸움에서 줄곧 사용했던 특유의 전투적 화법이 다시 되살아나는 느낌을 줄 정도다. 비판자들을 냉혹한 실명 비판의 도마에 올려놓고 생체 해부에 가까운 비평을 했던 그가 정치와 언론을 정조준하며 비판의 날을 세우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한 때 ‘조선일보 공화국’이란 자신의 저서에서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 중 하나가 ‘정의로운 응징의 부재’”라며 “그건 조선일보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비판했다. 그런 그의 주장은 당시 ‘안티조선 운동'에 큰 지원 화력이 됐다. 

그런데 최근 들어 조선일보로부터 강 교수가 화사한 조명을 받고 있다. '왜, 어쩌다 그렇게 됐을까?'란 의구심이 높게 일면서, 그 배경과 앞으로 전개될 '강준만식 앙가주망'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비판의 단골 조선일보, 우호적 제스처...왜? 

조선일보 1월 18일 인터넷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조선일보 1월 18일 인터넷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그의 사회적 참여의 주무기인 비판과 비평의 단골 대상이었던 조선일보가 오히려 그의 비판과 비평에 우호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많은 그의 저서 독자들과 팬들이 놀라워할 정도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2월 2일 강 교수의 정년퇴임 소식을 전한 기사에서 제목을 ‘文정부에 날세운 ’진보원로‘ 강준만 교수, 이달 말 정년퇴임’으로 뽑았다. 양날의 검처럼 '빛과 그림자'가 제목에서 가득 묻어났다. 

30여 년을 학계에 몸담아 왔던 지방대 교수의 은퇴 소식에 굳이 문재인 정권을 흠집 내려는 의도가 다분히 묻어난 기사 속에는 정파성 저널리즘이 아른거렸다. 특히 신문은 기사에서 “진보 성향이 강한 책들을 다수 집필한 강 교수는 최근 펴낸 책 '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에서 문재인 정부를 향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또한 기사는 “착한 권력을 표방했거니와 자신들에겐 그런 DNA가 있다고까지 큰소리친 권력 집단이 내로남불의 화신이 될 때 어찌해야 할까’라며 ‘권력이 권력을 죽이는 권력의 역설을 한국 사회에서 목도하고 있다”는 강 교수의 주장을 각인시켰다.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 것일까? 

기사의 행간을 자세히 살펴보면, 강 교수의 퇴임과는 무관하게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과 증오의 덧씌우기 프레임이 전체적인 맥락에서 읽힌다. 

MBC 비판하려다 인터넷 매체들 ‘폄훼’ 논란

눈을 의심했지만 또 다른 유사한 사례가 올 초 다시 목격됐다. 강 명예교수는 1월 18일 ‘MBC, 이게 방송 민주화인가?’라는 제목의 칼럼을 중부일보 등 일부 지역 일간지들에 내보냈다. 그러자 조선일보가 즉각 반응을 일으켰다. 다음날 신문은 ‘강준만, MBC 김건희 보도에 “선택적 공익... 이게 방송민주화인가”’란 제목과 함께 강 교수 편을 들며 MBC를 거칠게 비판했다. 

신문은 기사에서 “강 명예교수는 유튜브 매체인 ‘서울의 소리’가 녹음한 7시간여 분량의 녹음 파일을 MBC가 건네받아 보도한 것에 대해 ‘유튜브에 압도당하는 지상파 방송의 몰락을 시사하는 상징적 사건인가?’라고 했다”면서 “MBC가 지상파의 자존심을 버리고 작은 유튜브 채널의 ‘하청’ 역할을 맡았다고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조선일보의 호의적인 평가와 달리 강 교수는 칼럼에서 MBC와 ‘서울의소리’ 관계를 ‘작은 유튜브 채널과의 하청’으로 폄훼함으로써 다른 인터넷 언론들까지 도매금으로 평가절하한 셈이 되고 말았음이 조선일보 기사를 통해 더욱 널리 전달됐다. 

전통 매체인 방송사와 신문사 등 레거시 미디어(Legacy media)와 독립·대안 매체 성격의 많은 인터넷 언론들을 구분해 고수와 하수, 원청과 하청 관계로 평가한 것에 대해 많은 인터넷 언론 관계자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과 함께 분노가 빗발쳤다. 강 명예교수의 칼럼 하단의 댓글과 SNS 등에서도 분노의 피드백이 이어졌다. 

“공영방송 위기 때 편안히 계셔놓고 이제와서 비판...” 조롱 댓글 

중부일보 1월 18일 인터넷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중부일보 1월 18일 인터넷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해당 칼럼이 실린 중부일보 홈페이지 댓글란엔 자신을 ‘Aesthetic Imagination’이라고 소개한 시민이 신랄하게 강 교수의 글을 비판해 주목을 끌었다. 그는 “이명박근혜 정권 당시 공영방송들은 중세 암흑기나 다름없는 터널 속에 있었다”며 “그뿐 아니라 방송사 구성원들은 해직이라는 이유 같지 않은 몰상식한 이유로 쫓겨나 찬바람을 맞으며 거리를 헤매고 있었다”고 밝힌 뒤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특히 “극우 정권이 공영방송 KBS 정연주 사장을 몰아낼 때 당신(강준만 교수)은 단 한 번만이라도 입을 벌려 권력에 비판의 칼을 휘두르기라도 했는지 반문한다”며 “MBC 구성원들이 해직당하며 울분으로 저항할 때 그들 편에 서서 단 한 마디라도 MB의 '조인트 깜'인 김재철 사장을 비판하기라도 해봤나?”라고 일갈했다. 

그는 또 “안티조선일보 운동 당시 그렇게 날선 혀를 휘두르던 당시의 기개는 어디에 내버리고 그들이 치욕과 울분으로 날밤을 새울 때 당신은 어디서 있었는지, 더 나아가 당신은 당시 9년 내내 입 닥치고 두 발 뻗고 마치 먼 산 불구경하거나 소 닭 쳐다보듯이 편안하게 계셨다”고 쓴소리를 날렸다. 

'UPI뉴스'에 실린 '강준만의 직설' 글들(UPI뉴스 홈페이지 갈무리)
'UPI뉴스'에 실린 '강준만의 직설' 글들(UPI뉴스 홈페이지 갈무리)

이밖에 자신을 ‘mok****’라고 밝힌 시민도 “공영방송의 위기는 보이고 레거시 미디어의 위기는 안 보이는가?”라고 물은 뒤 “내 눈에는 양비론자의 똥볼이고, 관심이 그리운 노인의 헛발질로 보인다”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주에 사는 양반이 왜 경기도 지역신문까지 쫒아다니며 칼럼질인지...전주에도 지역신문이 수십개 있다고 그러던데”라고 핀잔을 날리기도 했다. 

이날 강 명예교수 칼럼은 중부일보 외에도 영남일보, 무등일보, 충청투데이 등에 게재됐다. 그 많은 전북지역 일간지들에선 그의 칼럼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외에 서울에 본사를 둔 ‘UPI뉴스’는 ‘강준만의 직설’을 주기적으로 내보내 시선을 모으고 있다. 

조선일보, 강 교수 활용 문 정권 비판 언제부터? 

강 명예교수는 이 매체를 통해 ‘'최선' 빙자해 '최악'의 길 열어젖힌 文정권’, ‘왜 진보신문을 보는 게 고통스러운가’, ‘이재명은 '진짜 실용주의자'인가’ 등의 글을 기고했다. 글의 제목들에서 무얼 말하려는지 의도가 묻어나지만 색다른 그의 비판은 또 다른 비판을 낳고 있다. 

무엇보다 강 교수의 글에 대해 조선일보가 우호적으로 대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하고 있다. 정치·언론의 위선과 반 지성주의를 비판해온 언론학자 강준만과 조선일보가 우호적인 관계로 돌아선 것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일보 2020년 4월 8일 2면 기사
조선일보 2020년 4월 8일 2면 기사

2020년 4월 8일 조선일보는 2면에 뜬금없이 강 교수의 책과 생각을 지면에 가득 실었다. 많은 학자들조차 매우 ‘이례적’으로 보기 시작했지만 이미 이 때부터 조선일보는 강 교수와의 관계가 적대적이 아님을 널리 알리기 시작했다. 

당시 '미디어오늘'(2020년 4월 9일)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강 교수가 2000년대 ‘안티조선 운동’을 의제화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지면 배치만으로도 눈길을 잡았다”면서 “하지만 그 목적이 4·15 선거를 앞두고 ‘진보학자도 비판하는 친문 진영’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있다는 것도 어렵잖게 유추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강 교수 신간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를 출판한 박상문 인물과사상사 편집장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선일보 등 주요 언론에 강 교수 신간 관련 기사가 실리는 과정을 ‘폭로’했다”고 밝혔다.

'미디어오늘' 기사에서 박 편집장은 “얼마나 기사 작성 시간이 급했으면 이렇게 부실하게 책을 읽고 서평을 썼을까 싶다. 조선일보 기사가 나간 후 그야말로 폭풍이 몰아쳤다. 1시간 만에 기사 댓글은 1,000개가 넘었고, 오늘(8일) 오후 기준 3,670여개가 달렸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조선일보의 지면 반영은 많은 파장을 불러왔다.

‘보수신문 환영받는 지식인 강준만’,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문화일보 2020년 4월 8일 사설
문화일보 2020년 4월 8일 사설

이날 문화일보도 ‘수치심 내던진 文정권 ‘어용 지식인’ 비판한 진보학자‘란 사설에서 강 교수의 출간 저서 내용을 문재인 정권과 친문 세력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도구로 삼았다. 보수신문과 보수진영으로부터 환영받는 지식인이 됐다는 지적이 본격화된 시점으로 볼 수 있다. 

우리에게 그동안 익숙했던 ‘강준만식 앙가주망’과는 다른 형태의 사회적 참여와 반향이란 점에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고 있다. '회색 변절'일까?, 또 다른 사회적 참여의 '출발점'일까?'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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