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묻지마 공천 이제 그만③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라고 말한다. 2022년은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동시에 치러지기 때문에 선거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주의 꽃이 만개할 수 있는 기회가 온 셈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 나온다’고 헌법 제1조에서 강조하고 있지만 이러한 주권은 투표 참여를 통해서 비로소 가능하다. 따라서 투표야말로 민주주의를 꽃피울 수 있는 소중한 행사라는 점은 더 말할 나위 없다.
그러나 일당 독점 구도와 묻지마 공천으로 인해 주민들이 피해를 입는 상황이 늘 반복되고 있지만 개선은 요원하기만 하다. 더 이상 방관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이 역시 깨어 있는 유권자들의 몫이다. 투표를 통해서만 개선이 가능하다. 이에 잘못된 공천으로 인한 폐해의 실태와 문제점, 대안을 진단해 보기로 한다.
기획, ‘묻지마 공천 이제 그만’ 세 번째로 ‘전북 단체장들 '물갈이론' 무게..."공정하고 정의로운 공천"' 편을 소개한다.
비리 혐의 수사, 농지 소유 논란, 투기 의혹, 공약 이행 부풀기 등 다양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북지역 자치단체장들의 '대폭 물갈이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전북지역 자치단체장들 대부분은 민주당 소속이란 점에서 일당 독점 구도를 탈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결국, 민주당 공천 경쟁에서 승리한 후보가 곧 당천될 공산이 크기 때문에 민주당 내부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공식 후보로 등록한 인물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민주당 소속 단체장들의 재임 기간 중 비리와 문제점 등이 오르내리고 있지만 이들이 다시 공천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주민들이야 어찌 됐건 당에만 잘 보이면 공천과 당선을 거머쥘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비상식적인 정치 현실 때문에 이들이 다시 공천을 받을 경우 애꿎은 주민들은 4년 동안 다시 폐해를 고스란히 감내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지난해 전북에서는 이환주 남원시장과 유진섭 정읍시장, 장영수 장수군수가 본인 또는 측근들의 내사 또는 수사로 구설에 올랐다. 모두 민주당 소속 단체장들이다.
또 송하진 전북도지사와 김승수 전주시장, 박준배 김제사장, 황인홍 무주군수, 장영수 장수군수, 심민 임실군수, 유기상 고창군수는 본인 또는 가족의 농지 소유로 '가짜 농부' 논란을 일으켰다. 순창군은 부동산 투기 및 특혜 의혹 등으로 지난해 내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이 외에 전북도와 전주시는 공약 이행률 부풀리기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장영수 장수군수, 농지법 위반 혐의·업무추진비 부당 사용 의혹 등으로 고발
장영수 장수군수는 농지법 위반 혐의와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급기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10월 전북경찰청은 장 군수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고 수사에 나서 싸늘한 시선을 받았다.
고발장에는 장 군수가 시세보다 비싸게 땅을 매입한 뒤 농협으로부터 과다하게 대출을 받았고, 해당 땅에 농사를 짓지 않는 등 농지법을 위반한 의혹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또 과거 장 군수가 주도해 설립했던 영농조합법인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등 업무추진비를 부당하게 사용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동안 장영수 군수에 관한 여러 비리 의혹은 전주MBC에서 줄곧 제기돼 왔다. 앞서 지난해 9월 7일부터 전주MBC는 장 군수의 수상한 부동산 거래에 대한 의혹을 보도한 이후 후속 보도를 계속 이어갔다. 여러 의혹에 대해 지역의 농민회와 시민사회단체에서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장 군수의 해명은 납득이 어렵다는 지적들이 나왔다.
장 군수의 수상한 부동산 거래 의혹과 농지법 위반 의혹을 제기한 전주MBC 보도 이후 장수군농민회와 장수군의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해 9월 10일 장수군청 앞에서 군수의 해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수상한 대출의 창구가 된 장수농협에 대한 감사와 함께, 명의신탁 정황과 대출금의 행방에 대해서는 사법당국의 수사가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유진섭 정읍시장, 불법 정치자금·인사비리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
유진섭 정읍시장의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측근들이 유 시장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네고 각종 혜택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유 시장의 검찰 소환조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주지검 정읍지청은 유 시장에 대한 소환조사 시기를 조율 중이라고 지난 12월 20일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1월 4일 정읍시청 시장실을 포함해 환경과와 총무과, 정보통신과, 영원면사무소 등 전방위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은 검사 및 수사관 10여명으로 구성된 수사팀을 구성, 유 시장 사건에 투입할 정도로 수사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검찰은 지난해 3월 시민사회단체가 고발한 ‘정읍시 허브원 농원 특혜 의혹’과 ‘행정보조 공무직 채용 과정의 인사 비리 의혹’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지난 2019년 4월 정읍시 영원면 행정보조 요원으로 채용된 A씨는 유 시장의 선거캠프 핵심 관계자의 자녀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정읍지역 시민·사회 단체인 공공성강화 정읍시민단체연대회의는 "유 시장과 측근의 비리 혐의 전반을 수사해 줄 것"을 촉구했다. 시민단체는 특히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유 시장 지지자 특혜 채용 등에 대해서 철저히 수사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환주 남원시장, 정세균 전 국무총리 지지 문자 메시지 보낸 혐의로 '곤혹'
이환주 남원시장은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 경선 과정에서 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지지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혐의로 지난해 10월 28일 검찰에 송치돼 지역사회가 술렁거렸다.
이 시장은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기간인 지난해 7월 3일부터 5일까지 지인들에게 정 전 국무총리를 지지하기 위해 선거인단 등록을 권유하거나, 정 후보를 응원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시장은 정 후보 지지를 위해 지인들에게 선거인단에 등록해 달라고 권유하는 메시지를 보내거나 SNS에서 선거인단 확충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는 글을 남기기도 해 논란이 됐다. 이 시장은 지난해 12월까지 민주당 남원·임실·순창 지역위원장 직무 대행을 맡기도 했다.
한편 전주지검 남원지청은 이 시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12월 30일 불구속 기소함으로써 재판행이 불가피해졌다.
전북 15명 단체장들 중 9명 농지 소유...일부 '거짓 농사', '가짜 농부' 논란

지난해 LH발 땅 투기 논란이 전국으로 거세게 확산된 가운데 전북지역 자치단체장들 중에는 공직자 재산등록 현황 공개 시 서울에 아파트를 소유하거나 투기성 부동산을 취득해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또 전북 단체장들 중 상당수가 농지를 수십 년 간 소유하고 있으면서 직접 농사를 짓지 않아 허술한 농지법을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심지어 금융권 담보 대출 등 자산 가치로 활용, 투기성 농지 소유란 비판을 받았다. 전북도지사를 비롯한 전북 단체장들 중 6명을 제외한 9명의 단체장들이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승수 전주시장 부인 농지 소유...소나무 몇 그루만 '덩그렁' 논란
지난해 4월 9일 "투기와의 전쟁에 나선 김승수 전주시장의 부인이 교사 신분임에도 전주시 인근에 위치한 완주군 지역에 1,729㎡와 254㎡의 두 필지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전주MBC 보도 이후 파문이 거셌다. 해당 부지는 농사를 짓지 않고 소나무 몇 그루만 심어져 있는 농지일 뿐, 땅값이 상승하는 도심 인접 지역이어서 농지법 위반과 투기성 논란이 제기됐다.
앞서 김승수 시장은 부동산 투기 공무원에 대해 인사 상 불이익 조치를 명문화하기로 하는 등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할 정도로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그러나 김 시장 부인의 농지법 위반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해 4월 19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농지법 위반 논란으로 시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게 돼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투기목적으로 구입한 것은 아니지만 논란이 된 만큼 해당 농지를 오늘 매각했다"고 밝히면서 사과했다.
무엇보다 경자유전(耕者有田, 농사를 짓는 사람만 농지를 소유할 수 있음을 의미)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웠다. 농지법 제6조(농지 소유 재한)에는 '농지는 자기의 농업 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송하진 도지사, 박준배 김제시장의 남다른 김제지역 농지 사랑?
이 외에도 송하진 도지사, 박준배 김제시장 등 15개 도내 단체장들 중 6명을 제외한 나머지 9명의 단체장들은 농지를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소유하고 있지만 실제로 농사는 대부분 짓지 않아 논란이 됐다.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는 ‘2021년도 정기재산변동 신고사항’ 세부 내역을 시민들이 쉽고 빠르게 찾아볼 수 있도록 분류해 지난 4월 7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송하진 지사는 김제시 백산면 상정리와 완주군 이서면 이성리, 구이면 덕천리 등에 본인 명의로 전 1,725㎡ 1곳을 비롯해 임야 4곳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준배 김제시장은 본인 명의로 김제시 순동 및 백학동 일원에 전 3곳, 답 2곳, 임야 6곳을 소유, 다른 단체장들에 비해 눈에 띄게 많은 농지를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황인홍 무주군수는 무주군 무풍면 일원에 전과 답을 본인 명의로 각각 1곳 씩 소유하고 있으며 장영수 장수군수는 장수군 장수읍 덕산리와 장수리 일원에 전 2곳, 답 3곳을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주·장수· 임실·순창 ·고창· 부안군수도 농지 소유
또한 심민 임실군수는 임실읍 성가리와 금성리, 신평면 일원에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전 2곳, 답 2곳, 임야 2곳을 소유하고 있으며, 황숙주 순창군수는 순창군 동계면 현포리와 남원시 대강면 일원에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전 4곳, 답 1곳을 소유하고 있다.
이밖에 유기상 고창군수는 고창읍 월산리 일원리 일원에 본인 명의로 전, 답, 임야를 각각 1곳씩 소유하고 있으며, 권익현 부안군수는 부안군 보안면 일원에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임야 2곳, 전 1곳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전북지역의 많은 단체장들이 아파트와 대지 외에도 농지를 소유하고 있지만 실제로 본인이 경작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거짓 농사', '가짜 농부'란 따가운 소리를 듣고 있다.
전주시, 공약 이행 건수 40여 건이나 부풀려 '비난'

전북도와 전주시는 공약 이행률 부풀리기로 논란을 빚었다. 특히 전주시는 지키지도 않은 공약을 완료했다는 허위자료를 제출해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매니페스토)로부터 공약 이행 A등급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지만 지자체 간 치열한 경쟁에서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부풀린 자료를 제출했음이 뒤늦게 밝혀져 파문이 컸다.
전주시는 전체 76개 공약 가운데 실제 완료된 것은 19개에 불과했지만 매니페스토 측에는 59개의 공약을 완료했다고 통보한 걳으로 밝혀졌다. 특히 3분의 1도 진척되지 않은 1,000만 그루 나무심기 같은 공약들이 대거 완료로 분류되는 등 전주시가 의도적으로 공약 이행 건수를 부풀린 사실이 드러나자 시정 조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평가 대상인 지난 연말 기준 공약이행 건수를 19건이 아닌 59건으로 40건이나 부풀렸고 게다가 같은 자료를 자체 홈페이지에도 게시해 반년 넘게 시민을 호도한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샀다. 전주시뿐만 아니라 전북도 역시 공약 이행률을 부풀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사업을 ‘정상 추진’으로 분류해 지적을 받았다.
전북도, '차질' 공약도 '정상'으로...'공약 부풀리기' 눈총

전북도는 지난 지방선거 당시 송하진 지사가 군산조선소 재가동을 공약했지만 재가동이 언제 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특수목적선 단지 조성 같은 여러 활용 대안이 나왔지만 사업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북도는 이 사업을 ‘정상 추진 공약’으로 분류해 전북도의회에 보고해 논란이 됐다.
실제로는 공약 이행에 어려움이 있지만 ‘정상 추진’으로 분류된 공약에는 전북금융타운 조성, 소형해양무인시스템 실증 플랫폼 구축, 국립공공의료대학원 설립 등도 포함돼 비난을 샀다. 이 외에 서부내륙고속도로 부여-익산 구간 조기 착공과 새만금 카본타워 건립 등은 사실상 지키기 힘든 공약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정읍시· 임실군· 순창군, 공약 및 부동산 투기·특혜 등 논란
전북도와 전주시 외에도 지난 지방선거 당시 심민 임실군수가 공약했던 옥정호 습지공원 조성과 호국원 보훈미래관 건립 사업은 현재 폐기됐고, 유진섭 정읍시장이 공약한 민방위 실전체험훈련장 건립도 사업 타당성이 낮다는 이유로 폐기돼 자치단체들의 공약이 계획단계부터 지나치게 부풀려졌음을 알 수 있게 했다.

이밖에 순창군은 전북도 전 비서실장과 순창군 전 부군수를 지낸 전직 고위 공무원의 채계산 출렁다리 특혜 및 투기 의혹 사건이 1년 내내 언론에 보도되는 등 전북도 감사와 전북경찰의 내사를 받아 따가운 시선이 쏠렸다. 여기에 불교 사찰 대모암과 관련된 순창군의 수상한 특혜 의혹이 불거져 부동산 투기와 특혜 논란이 지속됐다.
이유 있는 전북 단체장들 '물갈이론' 무게 실려
전북지역 자치단체장들 가운데 정헌율 익산시장, 유기상 고창군수·심민 임실군수·황인홍 무주군수 4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11명은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이처럼 대부분 민주당이 공천해 당선된 자치단체장들이란 점에서 주민들에게 실망과 충격을 안겨 주었다. 이 때문에 올 지방선거에서는 전북지역 단체장들의 '대폭 물갈이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지만 묻지마 공천이 과거처럼 되풀이 된다면 지역은 물론 주민들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될 전망이다. 현재 전북지역에선 김승수 전주시장와 박성일 완주군수의 불출마 선언과 3선 연임 제한에 해당되는 이환주 남원시장, 황숙주 순창군수를 포함하면 14개 기초자치단체 중 4곳은 새 단체장으로 교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민주당, 공정하고 정의로운 공천으로 주민들 피해 없도록 해야
이처럼 도내 재선 단체장 중 2명이 스스로 3선 출마를 접거나 3선 연임 제한에 해당되는 단체장 외에도 사법당국의 수사선상에 올라있는 유진섭 정읍시장과 장영수 장수군수는 수사의 향배가 앞으로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여기에 민주당이 진행 중인 현역 단체장 평가 결과에 따라 도지사를 비롯한 시장·군수들 중 일부는 경선에서 20% 감점 패널티를 받게 돼 결과가 주목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민주당의 공정하고 정의로운 공천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문이 비등하다. 특히 재임 기간 중 문제가 발생한 지역의 단체장들에 대해서는 공천 과정에서 철저히 규명하고 걸러야 한다는 지적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박주현 기자

전북은 언제 발전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