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성의 '이슈 체크'

집권 여당의 위기감이 전북 정치권을 제대로 강타하고 있다. 민주당이 탈당 정치인 일괄 복당에 나서면서 빚어진 파장이다. 당장 여의도 입성길이 넓혀지게 돼 기존의 중진급 정치인들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아울러 도지사와 시장‧군수, 그리고 지방의원 선거 입지자에게도 기회의 문이 활짝 열리게 된다. 무소속에 머물던 현직 단체장들에게도 복당의 기회가 주어진다. 전북 정치권이 모처럼 활력을 되찾게 된 것이다.

정치권이 꽉 막히게 되면 누군가에게는 득이 되지만 더 많은 이들에게는 기회가 차단돼 정체로 이어진다. 인물 순환이 되지 않는 구조라면 특정인에게는 기회가 쏠린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테두리에 갇힌 인력수급으로 정치가 활력을 잃게 되고 도민에게도 전혀 득이 되지 않는다. 답답한 틀이 보기 좋게 깨졌다. 

기득권 정치 판도 '물갈이' 신호탄 

                전북도청 전경
                전북도청 전경

당장 전북도지사 선거판이 뿌리 채 흔들리게 됐다. 송하진 지사의 3선 도전 여부에만 초점이 모아진 전북지사 선거가 치열한 경선 구도를 예고한다. 현역 도지사와 현역 국회의원으로 압축된 경선에 중진급 인사들의 참여가 점쳐지기 때문이다. 대선은 내년 3월, 지방선거는 석 달 뒤인 6월이다. 반면 차기 총선은 2024년 4월로 거의 3년 남았다. 중진급 정치인이 도지사 경선에 참여할만한 조건이 갖춰진 것이다. 도지사 경선에 출마했던 유성엽 전 의원 등을 꼽을 수 있다.

전주시장 선거전도 전혀 다른 국면을 맞게 된다. ‘체급이 약한 선수들만의 게임’에 갑자기 중량급 선수들의 입장이 가능해졌다. 여기에 뜻밖의 중진급 정치인이 전주시장에 출마하지마란 법도 없다. 전주시장이 차기 도지사로 가는 길목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임정엽 전 완주군수가 2위를 기록했다. 복당이 불가할 것으로 예상돼 주요 후보군에 빠졌음에도 설문 응답자들은 임 전 군수를 부른 것이다. 이는 변화를 기대하는 바닥 민심을 엿보게 하는 의미심장한 사례다.

무사안일 ‘공무원 공화국’ 해체 예고

다른 시도와 달리 전북만의 특징으로 고위 공직자들의 단체장 진출이 꼽힌다. 비결은 행정고시로 공직에 발을 디딘 후 연고지 근무를 통해 오랫동안 기반을 다져간 덕이다. 고시출신 공직자의 단체장 독점현상은 적지 않은 비판을 낳고 있다. 좋은 정책 실행 못지않게 고질적인 ‘관료주의’ 병폐를 남기기 때문이다.

관료주의는 경쟁력이 뒤떨어지는 전북에 권위주의적 부작용까지 얹힌 꼴이다. 평생 간부생활에 익숙한 공직자들이 얼마나 창의적인 정책을 발굴하고 공직사회의 획일주의를 얼마나 탈피하느냐는 비판이 바로 그것이다. 주민 소통능력도 도마에 오르고 선례와 관행만을 답습하려는 태도도 비판을 받는다.

상대적으로 스펙이 좋다는 평가와 ‘인물난’이라는 그들이 만든 명분을 타고 대거 단체장의 지위를 누린 게 사실이다. 그들은 재선, 삼선의 영예까지 누리고 있지만 변화와 혁신의 열망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평가가 엇갈린다. 폐쇄적인 공무원 공화국이 해체될 기회를 맞은 것이다. 공무원 공화국은 단체장에 이어 산하 기관장에 이르기까지 고시출신 행정 관료들로 대거 충원된다. 결국 그들만의 리그를 벌이며 인력의 선순환을 가로막고 있다.

‘스펙 중시-능력 묵살’ 풍토...전북 낙후 반성

전북이 낙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그동안 길들여진 상식을 깨는 파격도 필요하다. 이번이 그 기회다. 파벌에 찌든 정치권에서는 인사 발탁 기준을 사실상 능력보다 그들만의 평가에 매달렸다. ‘미운 자’와 ‘예쁜 자’로 가른 평가 기준은 능력 중시 풍토를 묵살하게 했고 결국 유능한 자가 미운 자로 찍혀 배제되기도 했다. 이제는 출신과 이력보다도 능력을 철저히 따지는 풍토가 회복돼야한다.

이를 통해 30여년 지방자치의 역사를 새롭게 정립해 공직사회에 새 바람이 불어넣어야 한다. 지역실정에 맞는 행정을 지속적으로 탐색하는 노력, 좋은 정책을 지역 특성에 맞게 실험하는 역동성, 지역 주민과 소통하며 민주주의 훈련장을 만드는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

시·군단위의 개혁 성공 사례는 과감히 전북 전체를 바꿀 개혁 과제로 채택해 지방자치행정이 사회개혁을 선도하는 모범도 보여야 한다. 이는 낙후된 전북에서 살더라도 지역에서 살아가는 구성원들의 자긍심을 키우는 비결이다.

여당 발(發) 위기, 전북 정치권 새 판 기대

여당 발 범여권 대결집 결정은 3월 대선의 위기감에서 시작됐다. 특히 무소속 현역 의원의 야권 합류가 폐쇄적인 당 운영에 회초리를 들게 했다. 전북지역은 국민의당, 민생당 출신 중진급 정치인이 수두룩하다. 탈당 정치인들의 복당이 이뤄진다고 해도 그들에게 매겨지는 벌점은 무장 해제시키는 꼴이다. 그러나 일괄복당, 페널티 면제라는 여권 발 위기감은 전북정치에 쇄신을 불렀다.

전북 정치권의 여권 결집은 전북의 중진급 정치인들과 함께 돌풍을 일으켰던 안철수 후보의 여권 합류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그만큼 파장이 크고 대선 판을 흔들고 있다. 전북 정치권은 이러한 파장을 이어가야 한다. 아울러 광역 단체장, 기초 단체장의 후보군을 넓히고 지방의회 진출 기회도 넓혀야 한다.

가장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정책은 '2030 세대'에 맞는 시책 발굴이다. 이들도 지방의회와 단체장 진출, 자치단체 개방형 직위에 진출이 용이하도록 쇄신해야 한다. 이는 혁명에 가까운 변화여야 한다. 그게 내년 3월 여당이 민심을 얻는 비결이다. 야권도 여권을 뛰어넘는 정책과 비전, 인재 발탁 기회 확대로 전북 정치권에 대선과 지방선거 과정에서 태풍의 눈이 되어야 한다. 

/김명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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