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정동영, 그가 다시 정계에 화려하게 복귀할 수 있을까?
일부 서울언론들은 그를 ‘몽골 기병’에 비유하기도 한다. "조만간 대선판의 중원에 등장할 것"이라며 그의 정계 복귀를 기정사실화한 기사들도 눈에 띈다. 2년 전 21대 총선에서 32.0%의 득표율로 전주시병에서 낙선한 이후 정계에서 떠난 그가 최근 언론에 의해 대선판에 차출되고 있는 모양새다.
15대 총선에서 89.9%와 16대 총선에서 88.2%의 득표율로 연거푸 전국 최다 득표율을 기록한데 이어 2009년 전주덕진 재보궐 선거에서도 72.7%의 득표율로 '최다 득표'라는 세 번의 진기록을 보유한 그다.
순창에서 칩거 중인 정동영, 문재인 이어 이재명 도움 요청...응할까?

네 번의 국회의원(15대, 16대, 18대, 20대)과 민주당 최고위원, 통일부 장관, 대통합민주신당 제17대 대통령 후보, 민주평화당 대표까지 지낸 전북 출신의 거물급 정치인이었다.
하지만 지난 총선에서 김성주 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패하고 '자연으로 돌아가겠다'며 정계를 떠나 고향 순창에서 칩거하며 집필 활동 등을 해오던 그에게 일부 언론은 '호남 올드보이'란 명칭을 붙이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서울언론은 물론 지역언론들의 조명을 다시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정동영·천정배 전 의원의 복당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25일 이후 관련 보도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언론들은 “이재명 후보가 정대철 전 의원과 복당을 요청하는 통화를 하면서 정동영·천정배 전 의원 등과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나타냈다”며 일제히 대서특필했다.
“이재명 후보는 이르면 이달 말 정동영 전 의원을 비롯한 탈당한 호남 인사들과 만나 복당을 논의할 것”이라는 조급한 기사도 보인다.
정동영, '친정 민주당'과 이번엔 손잡을까?
전북지역 언론들 중에는 방송사들이 26일 이 문제를 조심스럽게 다루었다. 전북CBS는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순창에서 정동영 전 의원을 만나고 발길을 돌린 당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떠올렸다.
당시 문재인 대표가 취재진에게 “마음은 형제라는 말에 희망을 안고 간다”는 말을 회고하면서 ‘"민주당은 친정" 정동영, 이번엔 손잡을까?’란 제목을 단 기사는 최근 이재명 후보의 복당 요청과 관련해 “정동영 전 의원은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를 뒤에서 도왔다’고 말하고 전면 배치 설에 대해서는 ‘가더라도 뒤에서 조용히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정동영 전 의원이 본선에서도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를 돕겠다는 의지로 해석한 기사는 “민주당에 대해 '친정'이라고 언급한 정동영 전 의원은 복당에 대해서는 ‘그 때 가서’ 라며 즉답을 하지 않고 여지를 남겼다”고 여운을 남겼다. 그러면서 2015년 12월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와 정동영 고문이 당 복귀 문제로 회동한 모습을 다시 떠올렸다.
기사는 “2015년 12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었던 정 전 의원은 순창 복흥에 칩거 중이었고 문재인 당 대표는 밤중 눈길을 뚫고 복흥까지 찾아가 손을 내밀었다”고 썼다. “하지만 정동영 고문은 ‘다른 길에 서 있고 너무 멀리 왔다’며 그 손을 잡지 않았다”는 기사는 “당시 문재인 대표는 ‘마음은 형제라는 말에 희망을 안고 간다’면서 ‘당의 동지들이 다시 함께 하길 바라고 있다’며 발길을 돌렸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이번엔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로부터 사실상 복당 요청을 받고 있고 공식적인 만남을 남겨두고 있다”는 기사는 “6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정동영 전 의원이 또 다시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고 화두를 던졌다.
정동영 “전면보다 뒤에서 조용히 도울 것”

이날 전주MBC도 짧게 보도했지만 정동영 전 의원의 입을 주목했다. ‘이재명 후보, 정동영·천정배 등 호남 인사 복당 요청’이란 기사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정동영·천정배 전 의원 등 민주당을 떠났던 호남권 인사들의 복당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정동영 전 의원은 이와 관련해 '복당 여부는 상황을 보겠다'며 즉답은 하지 않았지만, '가더라도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뒤에서 조용히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KBS전주총국도 ‘민주당, 탈당 호남 원로 영입 본격화...정동영 복당 가능성’이란 타이틀로 기사를 내보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새롭게 진용을 꾸리고 있는 민주당 선대위가 여권 대통합을 위해 당을 떠난 호남 지역 원로들에 대한 영입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는 기사는 그러나 “이에 대해 정동영 전 의원은 '따로 연락은 받지 않았지만 민주당이 친정이고 경선 때 이 후보를 도왔다'면서 복당 의사를 우회적으로 내비쳤다”고 밝혔다.
“민주당 복당하면 정치적 파급력 상당할 것” 우세

지역언론의 보도를 종합하면, 정동영 전 의원은 결국 이재명 후보의 복당 요청에 부정적인 입장보다는 긍정적인 입장이라는 점, 반면 전면에 적극 나서기 보다는 조용히 도와줄 것이란 점에 방점이 찍힌다.
그러나 문제는 이재명 후보를 도와주는 것과는 무관하게 민주당에 복당이 이뤄질 경우 전국은 물론 전북지역 정치권의 일대 큰 지형 변화가 예상된다. 그의 정치적 무게에 힘이 실리게 돼 당 내에서 뿐만 아니라 지역 정치권에도 상당한 파급력을 보일 것이란 전망과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동영의 화려한 정계 복귀가 이뤄질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