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전북을 대표하는 닭고기 전문기업 하림그룹이 계열사 부당 지원과 부당 노동행위, 노동조합 탄압 등 잇단 구설에 휘말리면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특히 계열사들이 총수 아들 회사인 육계 가공업체를 부당 지원한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적발돼 49억원에 가까운 과징금을 물게 됐지만 사법당국의 고발 조치는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 따가운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하림, 부당 지원 외에 노조 탄압 의혹 제기...잇단 구설수

하림그룹 서울 본사 전경
하림그룹 서울 본사 전경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하림 계열 8개사와 '올품'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 총 48억 8,800만원을 부과한다고 지난달 27일 밝혔다. 지난 2017년 공정위가 조사를 시작한 지 4년 만의 결론이어서 주목을 끌었다. 

'올품'은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장남 김준영씨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공정위에 따르면 경영권 승계 방안을 검토하던 하림 김 회장은 2012년 1월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던 올품(당시 한국썸벧판매) 지분 100%를 아들 준영 씨에게 증여했다. 

이를 통해 준영 씨는 그룹 지분 구조를 통해 아버지를 뛰어넘는 그룹 지배력을 확보한 것으로 밝혀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올품이 그룹 경영권 승계의 핵심 회사가 됨에 따라 하림그룹에서는 올품에 대한 지원을 통해 상속 재원을 마련하고 그룹 경영권을 유지·강화하려는 유인구조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하림 계열사들은 김 회장과 그룹본부의 개입 아래 올품에 구매 물량 몰아주기와 고가 매입 등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외에도 하림은 2019년부터 어용 노조를 이용해 신 노조 조합원들을 탄압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달 6일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경기 화성시갑)은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하림의 부당 노동행위와 관련해 “사측이 집단적으로 주도하고 신 노조의 노조 지위를 방해하기 위한 부당 노동행위를 증명하는 녹취록이 있다”며 “조합비 환급 자료를 보면 사측이 어떤 식으로 구노조에 개입해 관리했는지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배기영 신 노조 위원장은 “신 노조 설립 직후에 한 임원이 해산을 종용했고, 경제적 부분도 약속했다”며 “시기를 봐서 구 노조를 다 넘겨주겠다고 했고, 내게 위원장을 하라는 뜻으로 알아들었지만 제안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배 위원장은 또 “현재 구 노조 위원장은 하림 임원의 친동생으로 지난 15년 간 총회나 조합활동을 실시하지 않았으며 단체교섭도 지금까지 두 번 정도 했을 뿐"이라며 "사실상 의미가 없는 페이퍼 노조”라고 주장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직원들 "직장 내 괴롭힘 호소 불구 회사 소극적 대응" 주장 

경향신문 11월 2일 기사(홈페이지 캡쳐)
경향신문 11월 2일 기사(홈페이지 캡쳐)

이 외에도 하림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해 회사에 알렸지만 별다른 대처가 없었다는 전·현직 직원들의 주장이 잇따르면서 파장이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경향신문은 이와 관련한 보도에서 “1일 하림 익산공장 육가공 부서에 근무했거나, 근무하고 있는 전·현직 직원들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거나 다른 직원이 당하는 모습을 봤다고 경향신문에 밝혔다”며 “이들은 현장을 지휘하는 반장 A씨가 여러차례 30여명의 직원 앞에서 특정 직원을 지목해 소리를 지르고 모욕을 주는 방식으로 지적을 했다고 공통적으로 말했다”고 밝혀 파장이 확대되고 있다.

신문은 기사에서 “한 직원은 A씨가 생산성 기준(1인당 1시간에 닭 84마리 처리)에 맞추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을 나뉘어 서라고 한 뒤 ‘당신은 84마리를 못하는데 왜 거기에 섰느냐, 장난하느냐’는 식으로 몰아세웠다”면서 “이 직원은 ‘공개적으로 이름을 지목해 뭐라고 하는 것을 보고 아침 조회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며 ‘돈을 벌기 위해서 (회사에) 들어오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해야 되는지 모르겠고, 내가 닭 잡는 기계인가 싶어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이 떨어졌다’고 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어 기사는 “직원들은 사장과 공장장에게 연락하거나, 고충처리함에 투서를 넣는 등의 방식으로 A씨 행위를 회사에 알렸지만 별다른 답변은 듣지 못했다”고 전하면서 “근로기준법은 직장에서의 지위·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노동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규정한다”고 밝혔다.

“노동자는 누구든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고, 사용자는 지체없이 객관적인 조사를 해야 한다”고 덧붙인 기사는 하림 측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2019년 사건이 접수돼 직원 면담 등 조사와 모니터링을 했지만 기계 소음과 안전 예방 때문에 (A씨의) 목소리가 커졌다는 점 외에는 직장 내 괴롭힘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며 “직장 내 괴롭힘이 있다면 제대로 파악하고, 향후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교육을 철저히 하겠다”는 내용도 전했다.

(주)하림 홈페이지 초기화면(캡쳐)
(주)하림 홈페이지 초기화면(캡쳐)

국정감사 도마 오른 하림, "사측, 노조 고사작전 펼쳐" 제기 

이러한 하림의 불안한 직장 내 근무 형태는 고용노동부가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도 나타났다. 이 자료에 따르면 익산지청은 지난달 말 수시 감독 결과, 하림이 공장 내에 안전장치를 제대로 설치하지 않는 등 산업안전기준을 위반한 12건을 적발하고 사법처리로 넘겼다. 산업재해 미보고와 노동자에 대한 안전보건 교육 미실시 등에 대해서는 과태료 처분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지난달 열린 국정감사에서 배기영 신 노조위원장은 “조합원 다수가 가입된 육가공공장에서는 휴게실에서조차도 휴대폰 사용이 금지됐고 생산 라인 축소, 부족한 현장 인원 미배치, 관리자 갑질과 폭언이 이어지는 등 노조 고사작전을 펼치고 있다”며 “헌법과 노조법에 따라 자주적으로 단결한 노조가 회사와 성실히 대화할 수 있도록 중재해 줄 것을 부탁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럼에도 하림 측은 일부 언론에 "신 노조가 주장하는 내용은 사실과 맞지 않다“며 ”전혀 관여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하림이 계열사들을 이용해 김 회장의 장남인 준영 씨가 보유한 올품을 부당하게 지원했다는 이유로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약 49억원을 부과받았지만 검찰에 고발 조치가 이뤄지지 않자 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공정위는 검찰 고발 등의 조치가 제외된 것에 대해 “공정위가 기업집단의 부당지원 행위를 규제할 때 대규모 집단 중심으로 조사 및 제재를 하는데 하림의 경우는 사건 기간 대부분 중견기업 시기에 이뤄졌다”며 “부당 지원금액이 크지 않은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계열사 부당 지원' 박삼구 전 금호그룹 회장 구속 후 보석 석방

KBS 2018년 11월 20일 보도(화면 캡쳐)
KBS 2018년 11월 20일 보도(화면 캡쳐)

그러나 하림과 비슷한 사례들이 검찰에 고발돼 대별된다. 최근 계열사 부당 지원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던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보석으로 석방됐지만, 공정위의 고발에서 촉발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조용래 부장판사)는 박 전 회장 측의 보석 청구를 받아들임으로써 박 전 회장은 남은 재판을 불구속 상태로 받게 됐다. 박 전 회장은 계열사 부당 지원과 자금 횡령 등의 혐의로 지난 5월 구속기소 됐다. 

박 전 회장은 2016년 4월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금호터미널 주식 100%를 금호기업에 저가 매각하고, 이듬해 4월까지 아시아나항공 등 9곳의 계열사를 동원해 금호기업에 1,306억원을 담보 없이 싼 이자로 부당 지원한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앞서 공정위는 2020년 8월 27일 부당 내부 거래를 통해 총수의 지배력을 확대했다는 이유로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총 3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박삼구 전 회장과 그룹 임원 2명, 금호산업 및 아시아나항공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공정위는 금호아시아나가 아시아나항공 등 계열사를 이용해 총수 지분율이 높은 금호고속을 부당 지원해 이같이 제재했다고 발표했다. 기업별로 부과된 과징금은 금호산업 152억원, 금호고속 85억원, 아시아나항공 82억원 등이다.

공정위 "삼성, 총수 회사 부당 지원"... 과징금 외 검찰에 고발

머니투데이 6월 24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머니투데이 6월 24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공정위는 또 올 6월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삼성SDI 등 4개사의 삼성웰스토리 부당 지원을 적발해 과징금을 2,349억원 부과하고 삼성전자(법인)와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을 각각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는 삼성전자 등 4개사가 2013년 4월부터 공정위 심의가 이뤄진 올 6월 2일까지 사내 급식 물량 전부를 웰스토리에 수의계약 방식으로 몰아줬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동종업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파격적으로 유리한 거래 조건'을 설정해 웰스토리의 고수익을 보장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웰스토리에 유리한 거래 조건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식재료비 마진 보장, 단가제 계약 방식에는 없는 위탁 수수료(인건비의 15%) 지급, 소비자 물가 및 최저 임금에 연동한 식단가 매년 인상 등 3가지다. 

하림 계열사 부당 지원은 왜 고발 안 하나? 

이는 상위 11개 경쟁 사업자의 평균 영업이익률 3.1%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공정위는 삼성전자 등 4개사의 부당 지원이 미래전략실(2017년 해체) 개입 하에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내부 부당 지원에 대한 검찰 고발 조치들이 하림에서는 똑같이 적용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대기업 집단이 아닌 중견기업 시기에 이뤄졌다"고 공정위는 밝혔으나, 회장과 아들 관계의 회사에서 이뤄진 부당 지원이라는 점, 또 여러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이란 점에서 형평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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