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익산시 함열군에 위치한 하림푸드콤플렉스 전경
 익산시 함열군에 위치한 하림푸드콤플렉스 전경

하림그룹이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일감 몰아주기로 과징금 48억 8,800만원을 물게 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직권조사에 착수한 지 4년 만에 나온 결론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하림 측은 “부당 지원이 없던 점을 소명했는데도 과도한 제재가 이뤄져 매우 아쉽다”고 밝혀 향후 공정위 처분에 불복하는 행정 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북을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인 하림그룹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내내 공정위와 다툼을 벌이고 있다. 그 내막을 들여다 보았다.    

공정위 “승계자금 마련 위해 하림 회장 주도 부당 지원”  

공정위는 27일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하림 계열사와 올품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올품은 하림 총수인 김홍국 회장이 아들 준영씨에게 증여한 회사로 알려졌다.

27일 육성권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기자실에서 하림그룹의 부당 지원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7일 육성권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기자실에서 하림그룹의 부당 지원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공정위는 하림그룹 김 회장의 아들 준영씨가 100% 지배한 올품에 팜스코 등 하림그룹 계열사 8곳이 부당 지원 행위를 했다고 판단,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48억 8,800만원을 부과했다. 또 올품에 대해서는 10억 7,900만원을 부과하고, 올품을 도운 8개 계열사에 대해서는 38억 900만원을 각각 부과했다. 

공정위의 이번 결정에서 김 회장 등에 대한 검찰 고발은 빠졌으나 문재인 정부 들어선 이후 공정위는 전임 김상조 위원장 시절인 2017년부터 하림에 대한 조사를 시작, 약 4년 동안 진행해 온 결론이란 점에서 주목을 끈다.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부당 지원 외에 사익 편취 행위” 지적 

김 회장에 대한 검찰 고발 등의 조치가 제외된 것에 대해서 공정위 관계자는 "기업집단의 부당 지원 행위를 규제할 때 대규모 집단 중심으로 조사 및 제재를 하는데 하림의 경우는 사건 기간 대부분  대기업 집단이 아닌 중견기업 시기에 이뤄졌다”며 “부당 지원금액이 크지 않은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하림그룹 홈페이지 캡쳐.
하림그룹 홈페이지 캡쳐.

하지만 공정위는 김 회장이 장남 준영 씨에게 한국썸벧판매(현 올품) 지분을 100% 증여한 이후 김 회장과 그룹본부의 지시에 따라 올품에 약품 고가 매입 외에 사료 첨가제 통행세 거래, 주식 저가 매각 등의 수법으로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부당 지원·사익 편취 행위를 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고가 매입 및 통행세 거래는 2012년부터 2017년, 주식 저가 매각은 2013년에 발생한 행위라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하림은 국내 최대 양돈용 동물약품 수요자인 팜스코 등 그룹 내 5개 계열화 사업자의 약품구매 방식을 종전 계열농장 각자 구매에서 올품을 통한 통합구매 형태로 변경한 뒤 높은 가격으로 판매했다. 계열화 사업이란 회사가 생산 자재 등을 농가에 제공하고, 농가는 농장과 노동력을 이용해 키운 후 일정 수수료를 받는 방식을 말한다.

“거래상 역할 없는 올품에게 구매 대금 3% 지급?” 

공정위는 또 그룹 계열사인 선진, 제일사료, 팜스코 등은 기능성 사료 첨가제 구매 방식을 종전의 각사별 구매에서 올품을 통해 통합구매하는 것으로 변경, 2012년부터 2017년까지 거래상 역할이 없는 올품에게 구매 대금의 3%를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약품 고가 판매 및 사료 첨가제 통행세 거래로 올품이 모두 42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겼다고 추산했다.

또 올품이 약품 판매 등과 관련 계열사 내부시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데 그치지 않고 강화된 협상력을 토대로 핵심 대리점별로 판매 목표를 설정하고 높은 판매 마진을 보장해주는 전략을 이용해 경쟁 제조사 제품의 대리점 유통도 봉쇄했다고 공정위는 덧붙였다.

하림 “부당 지원 없었다” 반발...문재인 정부 내내 공정위와 싸움

이에 대해 하림은 공정위의 발표 이후 입장문을 내고 “부당 지원이 없었다는 점을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과도한 제재가 이뤄져 매우 아쉽다”며 “특히 승계자금 마련을 위한 부당 지원 및 사익 편취라는 제재 사유들에 대해 조사 및 심의과정에서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이번 결정에도 불구하고 하림과 공정위의 싸움은 계속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씨종계 및 삼계 담합 등의 문제를 삼은 공정위는 시장 규모가 가장 큰 육계 담합에 대해서도 조사 중인 것으로 일부 언론에 의해 보도됐다. 

게다가 공정위는 조만간 하림을 포함한 담합 가담 계열화 사업자에게 심사보고서를 발송할 예정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이처럼 공정위와 하림과의 악연은 문재인 정부 내내 이어지고 있어 더욱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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