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부활시대(27)] 지역감정과 세대 차이
민주국가에서 선거는 국가적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장치이다. 선거를 통해 국민 다수의 의지를 확인함으로써, 갈등과 차이를 극복하게 해준다. 선거는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을 전제로 한다. 후보자의 능력이나 그가 속한 정당을 보고 유권자들이 지혜로운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있다. 그러나 과거 수많은 선거에서 보았 듯, 선거는 가장 유능한 대표를 뽑는 장치는 아니다.
수도권, 선거에서 캐스팅 보트...대선에서 지역주의 투표 성향 퇴색
역대 선거에서 선거의 정당성과 합리성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소는 소위 지역주의 투표 성향이었다. 자기 지역 출신의 후보자를 무조건 선호하거나, 타 지역 출신의 후보자를 무조건 배제하는 투표가 반복 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여기서 이득을 보는 지역은 지역주의 투표 성향이 나타나지 않는 지역이다.
수도권에 비해 영호남 지방이 경제적으로 소외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영호남 출신이 번갈아 대통령이 되었지만 정부의 지원과 혜택은 수도권에 집중되는 이유이다. 왜냐하면 지역주의가 약한 수도권이 선거에서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되고, 자연 선거운동도 수도권의 지지를 얻기 위해 집중되기 때문이다.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마찬가지인데, 지역주의 투표 성향을 보이는 지역일수록 오히려 경제개발이 지체되고 사회발전이 더뎌지는 양상을 보인다. 19대 대통령 선거 결과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은 대구 경북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비교적 고른 지지를 받아, 대선에서 지역주의 투표 성향이 퇴색하고 있다는 징후를 보였다.
호남-영남으로 나뉘어 대선 후보 지지자가 확연히 갈리던 과거와 달리, 호남-영남에서 모두 다수의 지지를 받은 최초의 대통령이 탄생한 것이다. 이러한 투표 성향이 지속된다면, 정치인들은 수도권에 치우친 각종 경제 사회적 혜택을 영남과 호남 지역에도 분산시키겠다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들고 나올 것이고, 덕분에 수도권과 지방 간의 현격한 격차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가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19대 대선 결과는 새로운 지역갈등의 불씨가 있음을 보여 주었다. 유권자의 세대간 차이가 지역간 차이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상파 방송사의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은 30대 (56.9%)와 40대(52.4%)에서 높은 지지율을 보인 반면, 60-70대에서는 지지율이 20%대에 머물렀다. 반면 홍준표 후보는 70대 이상에서 50.9%로 가장 높은 득표율을 보였고, 30-40대에서는 지지율이 10%대에 불과했다.
정치적 갈등, 대립 막기 위해선 지방소멸 막고 지방 부활시대로 가야
문제는 이러한 세대차이가 지역 차로 굳어질 가 능성이다. 수도권에 집중된 청년 세대와 지방에 거주하는 노령 세대 간의 갈등과 대립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19대 대선을 통해 나타난 세대 간 차이는 한국 사회가 그동안 급격 한 변화를 겪으면서 생긴 결과라 할 수 있다.
전쟁을 치르며 생과 사의 절박함을 극복한 노년 세대, 허기와 추위를 이겨낸 중년 세대, 그 리고 지금은 잘살고 있지만 더 잘 살기는 어려울 것 같은 청년 세대 간에는 메꿀 수 없는 시대적 간격이 존재한다. 6·25전쟁의 공포와 전 후 혼란과 빈곤을 체험한 노년 세대들은 북한의 전쟁도발 위협을 무시하는 젊은 세대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단칸방에서 월세를 살고, 주야 2교대 근무하면서도 내집 장만하려고 악착같이 저축을 한 중장년 세대들에게는, 고급 카페에서 4-5천원짜리 커피를 마시는 요즘 젊은이들이 한심스럽다. 한편 지금의 청년들은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던 부모 세대들이 부러울 뿐이다. 한 나라에 살지만 세대 간 세계관이 다른 것은 당연한 것이고 바람직하기도 하다.
20-30대가 50-60대처럼 정체적으로 세상을 본다면 그러한 나라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자연스러운 세대 차이가 수도권과 지방간의 불균형 구조에서는 지역간 갈등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청년 세대가 모인 대도시와 수도권, 장년 세대가 모인 농어촌과 지방 간의 정치적 갈등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청년층이 몰려 사는 도시지역과 노년층으로만 이루어진 농어촌 지역 간의 정치적 갈등과 대립을 막기 위해서라도 지방소멸을 막고 지방부활시대로 들어가야 한다. ※이 글은 장호순 교수의 저서 <지방부활시대>에서 필자의 동의를 얻어 발췌한 글임.
/장호순(순천향대 신방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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