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큐레이션] 2021년 9월 14(화)
전북혁신도시가 전 세계 금융 전문가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곳이라면 과연 믿을 전북도민들은 얼마나 될까?
2015년 국민연금공단 본사가 이곳으로 이전할 당시만 해도 ‘허허벌판의 논두렁’, ‘가축의 이웃’이라며 비웃고 폄훼했던 국내외 언론사들도 이제는 달라졌다. 초기와 달리 이제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금융의 중심지로 부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기금 규모가 지난 6월 말 현재 908조원으로 집계됐다는 내용이 발표되면서 세계 금융권이 주목하고 있다. ‘기금 1,000조원 시대’ 를 눈앞에 두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이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한 후 2017년 564조원이었던 기금 규모가 4년 만에 908조원으로 늘어나면서 국민연금은 이제 세계 3대 연기금의 외형을 갖추었다.
기금 1,000조원 시대 불구, 정치권·지자체 관심 저조로 '금융중심지' 공약 무산 위기

그러나 국민연금의 ‘기금 1,000조원 시대’를 맞아 기금 규모에 걸맞는 금융 생태계 조성을 위해 연기금은 물론 금융 전반의 특화도시 조성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전북도는 물론 해당 자치체와 정치권이 함께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전북 금융중심지 지정이 4년 내내 미적거리며 다음 정부로 넘어갈 처지임에도 지역 국회의원들 외에 전북도지사나 전주시장 등 누구도 이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지 않고 남의 일로 치부하는 형국이어서 비난이 높다.
이런 가운데 오히려 최근 전북을 찾은 내년 대선 후보 주자들 중 지지도가 낮은 후보들이 '전북혁신도시의 글로벌 금융중심지'를 잇따라 공약으로 내걸어 주목을 끈다.
김두관, “전북을 금융허브로 만들기 위해 산업은행·기업은행 본점 이전해야”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인 김두관 후보는 13일 전북지역 대선 공약으로 "제3금융도시 지정과 산업·기업은행 본점을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이날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6대 전북지역 대선공약을 발표하면서 “이번 경선에서 꼴찌를 하고 있지만 가장 큰 목표인 ‘지방자치분권’에 대해 다른 후보들도 공통 공약으로 정하도록 이끌어 냈다”면서 “스위스와 같은 분권을 통해 최대한 지방정부의 자율성과 내재적 발전 전략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특히 “전북을 금융허브(제3의 금융중심지)로 만들기 위해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본점을 전북에 이전해야 크게 도움이 된다"면서 “이들 은행 본점을 서울에 둬야한다는 조항을 빼는 개정에 나서고 있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김 후보는 또 “소외된 지방을 안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며 “수도권 중심의 서울 공화국 해체”를 재차 강조했다.
박용진, “국부 펀드를 유치해 전북혁신도시를 명실상부 금융중심지로 조성”
앞서 전북출신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인 박용진 후보도 지난 10일 '전북혁신도시의 제3금융도시'를 비롯한 지역 공약을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박 후보는 이날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부 펀드를 유치해 전북혁신도시를 명실상부 금융중심지로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또 남원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의 조속한 설립과 새만금 개발, 도로와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처럼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 중 현재까지 지지도가 열세에 놓인 후보들 중심으로 전북의 현안인 금융중심지 지정과 관련한 추가적인 비전과 계획 등을 제시함으로 오히려 다른 후보들에 비해 현실적이란 지적이 높다.
장기간 선거용으로 정치권이 이용해 왔고, 지금도 많은 후보들이 공약으로 내걸고 있는 새만금 관련 장밋빛 청사진들과는 차별성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 ‘제3금융중심지 지정’, 미적미적
국민연금의 지속적인 성장 발전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기금운용본부를 중심으로 하는 금융 생태계인 제3금융중심지 지정이 선결 과제라는 지적이 높게 일고 있다. 그러나 전북의 금융중심지 지정은 지난 2019년 금융중심지 추진위에서 여건 미성숙과 정주 여건 미비 등의 이유로 보류된 바 있다.

이후 SSBT, BNY를 비롯해 SK증권 등 국내외 유수의 금융기관이 전북혁신도시 인근에 사무실을 개소하면서 금융기관 집적화가 이루어지는가 했지만 주변 여건이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다. 지자체 등의 냉대와 정주시설 미흡 등으로 정착하는데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의 공약인 전북 금융중심지 지정이 다음 정권으로 넘어가게 되면 더욱 어렵게 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기금 1,000조원 시대를 맞고도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제3금융중심지 지정 추진에 속도를 내야 할 시점에 전북도와 정치권은 새만금 타령에 혈안이 돼 있기 때문이란 비판이 높다.
지역 금융권의 선두 주자로 꼽히는 전북농협과 전북은행은 지자체 금고에만 눈독을 들이며 치열한 사활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지역농협들의 대출 비리가 연이어 터지면서 지역 금융권에 대한 시선마저 곱지 않다.
전북도·전주시 관심·지원 없이 ‘글로벌 금융허브’ 조성 어려워
따라서 국민연금 1,000조원 시대를 앞두고 지방은행과 농협에만 안주하지 말고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 본점 유치와 외국의 유명 금융기관들도 혁신도시로 이전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권과 지자체들의 노력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국내 금융 전문가들은 “전북혁신도시가 기금 1,000조원에 육박한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글로벌 금융허브로 발돋움하기 위한 충분한 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들은 “국내외 금융기관 집적화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정치권과 전북도·전주시 등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기금운용본부를 중심으로 한 금융 클러스터를 구축해 안정적인 기금운용 인프라가 조성되고, 전북혁신도시가 세계 금융 허브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지자체 등이 함께 노력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한 국민연금은 2017년 564조 5,000억원 규모의 국민연금 기금이 2021년 1월 기준 855조 3,000억원으로 290조원 이상 순증했다. 또 국민연금은 가입자가 2,200만명에 달하는 등 세계 3대 규모의 연기금으로 성장했으며 지난해 코로나19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와중에도 금융 부문에서만 9.72%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