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팬데믹 시대 학교 교육과 대학 입시, 어떻게?(3)
대학의 입학 업무를 전담하며 대입 공정성의 최후 보루임을 자처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바로 전임입학사정관들이다. 각 대학에 이들은 몇 명씩이나 존재하고 있으며, 이들의 신분은 어떻게 유지되고 있을까?
그런데 실상을 알고보면 놀랍니다. 이들은 대학에서 매우 중요한 업무를 담당하면서도 '유령' 취급을 받는 비정규직 신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대학마다 갈수록 학령인구 감소 추세에 따라 입학 정원을 채우지 못해 아우성이다. 입학 업무가 날로 중요해졌음을 반증한다. 이런 와중에 학생 선발의 중요 임무를 맡고 있는 입학사정관들을 홀대하는 진풍경을 대학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계약직 신분 입학사정관들에게 고도의 전문성·공정성 요구...'아슬아슬'
아이러니하게도 대학들이 입시의 중요성과 전문성을 강조하면서도 입학사정관들의 신분은 불안정하다. 태생적인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입 공정성에 늘 불안정성이 내포된 까닭이다.
대학 입시에서 공정성과 전문성을 담보해야 할 입학사정관제에 대해 좀 더 깊히 들여다보기로 하자. 입학사정관제는 지난 2007년 정부의 대입제도 개선 계획에 따라 도입돼 각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시행했다. 하지만 대학의 자발적 의지에서 도입한 것이 아니다.
정부의 정책에 따라 수동적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라는 점에서 입학사정관들의 채용과 신분 보장에는 대학들이 지극히 소극적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 제도의 핵심인 전임입학사정관들은 입학 실무를 담당하면서도 대학 자체 예산 지원에 대한 관련 규정이 없어 다수가 계약직 신분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비정규직에게 고도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기대하고 있는 셈이다. 당연히 무리가 따를 뿐만 아니라 제도 정착에도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입학사정관제에서 출발한 현재의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은 노무현 정부에서 시범적으로 운영돼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운영됐다. 이어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 이르기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많은 변천 과정을 겪었다.
대학의 입학 업무에 국고가 차등적으로 지원되는 정부의 지원사업 명칭도 초기엔 '입학사정관제 운영 지원사업'으로 출발해 '입학사정관 역량강화 지원사업',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으로 정부가 바뀌면 명칭도 따라서 변경됐다. 하지만 무늬와 색깔은 비슷하다.
대학들은 이러한 지원사업비(국고)를 확보해야만 전임입학사정관들의 인건비 지급과 고교-대학 연계사업 등 전문성 강화를 위한 입학사정관 연구 및 교육훈련 등을 원할하게 수행할 수 있다.
국고 지원사업 탈락할 경우 입학사정관들 헌신짝처럼 여기는 대학들

그러나 대학이 국고 지원사업에서 탈락하게 되면 상황은 180도 뒤바뀐다. 국고 지원이 끊겨 대학이 자체적으로 입학사정관들의 인건비와 필요 운영 경비를 지원해야 하는데 예산 부족을 이유로 입학사정관들의 인원을 대폭 줄이거나 기존의 예산을 삭감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금도 많은 대학들 중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서 탈락한 대학들은 소속 입학사정관들이 전직하거나 타 대학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는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10년이 넘은 입시 제도지만 잦은 공정성 시비와 내실화가 겉도는 이유다.
대학 자체 예산에 기반을 둔 사업이 아니라 교육부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를 통해 각 대학들을 평가하고 예산 지원을 통해 통제·배분·관리하기 때문에 눈치보기식 운영 또는 천편일률적인 운영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대부분 대학들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전임입학사정관들에 대해 정규직 대우 또는 처우 개선에 매우 인색하다. 무늬만 '전임'일 뿐 실제로 대학을 구성하는 교원(교수) 또는 직원(일반 공무원 및 회계직 공무원 등) 외에 별도의 비정규직 구성원으로 취급하고 있는 대학이 수두룩하다.
사립대뿐만 아니라 국립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대학 전체 구성원들 중에서 가장 낮은 위치에 편재된 바람에 한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입학처장(본부장)과 입학부처장(부본부장, 또는 입학사정관실장 겸임)을 맡고 있는 교수들의 지시에 따르거나 눈치를 보아야 한다. 게다가 일반 교직원들이 입학부서 팀장 등 중간 위치를 대부분 맡고 있어서 낮은 위치, 불안한 신분에 놓인 전임입학사정관들의 전문성, 독립성을 기대하기 힘들다.
입학사정관들, 전문성 확보 위해 신분 안정화 절실 그러나...

교육부가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를 지난 6월 30일 발표한 내용은 이러한 내부 실상을 잘 웅변해 주었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전국 195개 4년제 대학의 2021학년도 대입 전형에 참여한 입학사정관은 9,129명으로 이 중 전임입학사정관은 1,198명(13%)으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교수나 교직원 중 입시 기간에만 한시적으로 입시 업무에 투입된 위촉입학사정관들이 차지하고 있다. 전임입학사정관은 입학 업무만을 위해 채용된 사정관들로 위촉입학사정관에 비해 전문성을 갖고 있다.
그런데 전임입학사정관 중 정규직 비율은 68.1%로 816명에 그쳤다. 입시업무에 참여한 전체 입학사정관(9,129명) 중에서 전임 정규직 사정관(816명)이 8.9%에 불과한 셈이다. 그나마 초기보다 월등히 나아진 수치다. 대학에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심사하는 입학사정관 중 전임사정관이 13%에 불과한 것은 전문성과 공정성 등에 심각한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입시 때만 입학 업무에 투입되는 위촉입학사정관이 대부분이고 전임입학사정관은 100명 중 13명에 불과한 현실, 그 중에서도 정규직은 소수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매우 크다.
입학사정관 1명당 학종 서류평가 평균 171건, 학생 1명당 30분?
전체 입학사정관 중 2021학년도 학종 서류평가에 참여한 사정관은 8,282명으로 이들이 심사한 입학서류는 142만 1,561건으로 1인당 171건이 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국 4년제 대학을 대상으로 입학사정관 전수조사 결과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육부는 2019년 이른바 '조국 사태'로 학종 불공정 논란이 심화되자 정시 확대를 골자로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여기에는 학종 내실화를 위해 사정관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반응은 미지근하다. 무엇보다 각 대학의 전임입학사정관들의 과다한 업무량과 신분 불안정, 높은 이직 등이 여전히 심각하기 때문이다. 1인당 서류 평가 건수에서도 업무량이 많다는 것을 잘 드러냈다. 전임입학사정관은 1인당 498명을 평가했지만, 위촉입학사정관은 121건을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교수들로 구성된 위촉입학사정관들에 비해 전임입학사정관들의 평가에 있어서 노동 강도가 그만큼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평가자 1인당 서류평가 건수가 가장 많은 대학은 1인당 무려 803명으로 나타났다. 전임입학사정관들의 업무 부담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체적인 대입 일정이 조정돼 짧게는 40일에서 길게는 60일 이상의 기간에 지원자들의 서류를 평가해야 한다.
학생당 평가 시간을 보면, 1인당 30분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 시기에 평가를 하게되는 입학사정관들의 업무량이 집중되기 마련이다. 전임입학사정관 1인당 800명 이상의 서류를 평가하는 한 대학 입학사정관은 "1일 근무 시간을 8시간이라고 할 때 1일 기준 약 17명의 학생을 평가한다는 계산이 나온다"며 "지원자 1명당 약 30분 정도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눈코 뜰 새 없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입학사정관 신분 안정화, 전문성·공정성 확보 위해 필요"

소속 대학에 맞는 인재 선발과 입학전형의 내실화를 위해서는 적정 규모의 전임입학사정관 확보와 신분 안정화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계속 나온다. 지역의 한 국립대 전임입학사정관은 "대학 인재상에 맞는 학생 선발과 전문성, 공정성 확립을 위해서는 전임입학사정관의 전문성이 필요하고 이는 처우 개선을 통해 확보될 수 있다"며 "무엇보다 신분 안정화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의 사립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또 다른 전임입학사정관은 "학업 성적 외에 다양한 잠재능력까지 보고 선발하는 학종의 취지가 성공하려면 전임입학사정관의 전문성이 중요하다"며 "전문성은 신분 안정화를 전제하기 때문에 누구보다 대학들이 적극 관심을 갖고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코로나 시대에는 더욱 복잡하고 다양한 대입 제도 안에서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학생과 학부모들의 정보 욕구가 더욱 비등해졌다. 비대면 입시 설명회를 찾고, 사비를 들여 컨설팅 업체의 문을 두드리기도 한다. 하지만, 설명회와 컨설팅은 서울을 중심으로 활성화돼 있어 서울과 이외 지역 간 정보 격차가 큰 편이다.
'대입지원관', 코로나 시대 고교-대학 잇는 가교 역할...신분 '불안'
이러한 수요자들의 고충을 해소하기 위해 일부 시·도 교육청은 대학입시지원관(대입지원관) 제도를 도입해 주목을 끌고 있다. 입학사정관 경력자들이 주를 이루는 대입지원관은 서울과 타 지역 간 대입정보 격차를 줄이고, 청소년의 진로진학교육을 강화하는 역할을 일선에서 수행한다.
대입 상담을 전문적으로 수행함으로써 사교육비 경감 효과와 교육 사각지대의 정보를 충족시키는데 도움이 되고 있어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수요자들의 높은 호응과 현장에서 느끼는 필요도와 달리 신분이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점은 조속히 해결돼야 할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입학사정관 출신 대입지원관 제도는 2013년 처음으로 강원도에서 신설됐다. 강원교육청 강원진학지원센터에서 5명이 활동을 시작한 것이 대입지원관 제도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최근엔 강원도를 9개 관할로 나눠 13명의 지역 대입지원관을 배치한 상태다. 이는 대입지원관 제도를 시행 중인 전국 시·도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팬데믹, 코로나 상황에 맞는 특단의 대입 체제 정비 필요
강원지역에 첫 선을 보인 대입지원관 제도는 비교적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분석이다. 타 시·도의 벤치마킹 시도가 이어져 2015년 제주가 3명의 대입지원관을 선발했으며, 2019년에는 대구(2명), 경북·광주(각 1명)로 그 범위가 넓어졌다. 올해도 전남이 2명, 부산이 1명을 선발하며, 대입지원관 제도 도입 행렬에 동참했다. 그러나 대학의 전임입학사정관들처럼 신분이 불안정하기는 마찬가지다.
팬데믹 상황에서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는 대입 정보에 더욱 목마르다는 지적이 높게 일고 있다. 일선 학교 교사들은 코로나 시대에 학생들을 관찰하며 기록을 할 소재가 부족해 학교생활기록부 작성의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각 대학에선 전임입학사정관들이 신분 불안정 속에서도 공정성을 찾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비대면 상황에서 치러야 하는 평가는 더욱 큰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입 공정성과 전문성 등이 정상적으로 작동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임과 동시에 위험하다는 지적이 동시에 나온다. 코로나 시대에 걸맞는 대입 체제 전반의 개선을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