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큐레이션] 2021년 7월 22일(목)

전북은행 본점.
전북은행 본점.

지난 4월 1일. 전북은행은 설립 52년 만에 최초로 자행 출신 은행장을 맞이했다. 서한국 제12대 은행장은 33년 간 지점과 본부 업무를 두루 거친 전북 출신이자 자행 출신 첫 전북은행장으로 탄생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경영뿐만 아니라 조직과 소통 혁신을 강조한 그가 취임한지 100일이 되는 시점에서 과연 전북은행이 얼마나 달라졌을지 궁금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위험 상황을 감안해 지난 13일 은행장과의 서면 인터뷰를 위한 취재 요청을 해당 부서에 했다가 큰 낭패를 겪었다. 

은행의 대표(안내) 전화를 거는 순간부터 절차가 매우 까다롭고 번거로웠다. 홍보팀(장)과 먼저 인터뷰를 섭외하기 위해 담당자와 통화를 요청했으나 안내 직원은 “해당 부서장인 홍보팀장의 이름을 모르면 연결이 곤란하다”는 답변과 동시에 전화가 끊겼다. 

취재 요청 열흘 째 묵묵부답, 소통 벽 높은 전북은행 ‘홍보팀’ 실감 

다시 홍보팀장 이름을 확인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안내 직원에게 설명하자 간신히 연결이 됐지만 “면대 면이 아닌 서면 인터뷰일지라도 비서실과 협의 후 가능성을 다시 전달해 주겠다”며 퉁명스런 답변과 함께 전화가 끊겼다. 

그 후 1주일이 지나고 열흘이 돼가지만 답변은 오지 않았다. 그동안 여러 차례 연락을 다시 시도했지만 해당 팀장은 '부재중' 이거나 연결이 이뤄지지 않았다. 혹시 다른 홍보팀 직원과의 통화를 요청해 보았지만 역시 '부재'라는 이유로 연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심지어 오랫동안 홍보 부서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있는 자행 출신 현 부행장에게 내용을 설명하며 취재 협조를 구해보았으나 이 역시 묵묵부답은 마찬가지였다. 결국 서면 인터뷰를 포기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과거 한국은행이나 시중은행 출신들이 낙하산 은행장으로 재임하던 시절의 전북은행보다 더 소통의 벽이 까다롭고 높아졌음을 실감했다.

서 행장은 취임 후 “차별화 된 따뜻한 디지털 금융을 실현하겠다”고 줄곧 언론에 강조해 왔다. 그러나 막상 접근해보니 내부 상황은 여전히 차갑고 디지털 환경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행장은 또 “변화와 혁신을 위한 조직문화 개선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지만 전북은행의 조직 문화는 오히려 외부와 차단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지역민 외면·제왕적 지배구조…'거꾸로' 지방은행" 보도 '눈길'

한국경제TV 7월 21일 보도(화면 캡쳐)
한국경제TV 7월 21일 보도(화면 캡쳐)

때마침 21일 한국경제TV가 ‘지역민 외면·제왕적 지배구조…'거꾸로' 지방은행’이란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 주목을 끌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지방은행들의 점포가 수도권은 늘고 지역은 줄어 충성 고객들의 이탈이 우려된다는 내용이다.

더구나 전북은행을 비롯한 일부 지방은행들은 인터넷은행에 자산을 추월당하는 등 수모를 겪고 있음에도 여전히 제왕적 지배구조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고 방송은 지적했다. 

방송은 기사에서 “부산은행, 경남은행, 대구은행, 광주은행, 전북은행 등 5대 지방은행의 수도권 점포수를 살펴본 결과, 지난해 기준 71곳으로 5년 전(67곳)과 비교하면 6%가량 숫자가 늘었다”며 “반면 최근 지방은행들은 수도권 점포 수를 늘리는 대신 지역 점포 수를 줄여 지난해 기준으로 지방은행의 점포수는 전년보다 44개나 줄었다”고 보도했다. 

“이렇게 수도권을 강화하고 기반이 되는 지역을 소홀히 하다 보니, 이른바 '충성고객'들의 이탈이 우려된다”는 기사는 “지역민들을 소외시키다보면 자연스럽게 지역민들도 시중은행이나 인터넷은행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디지털화가 가속화되고 지역경제 침체가 이어지면서 성장세가 크게 둔화돼 이젠 인터넷 전문은행에도 밀리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카카오뱅크에 밀리는 지방은행들, 갈수록 자산 격차 커질 전망" 

그러면서 기사는 “올 1분기 기준 카카오뱅크의 총 자산은 28조 6,000억원으로 전북은행(18조 6,000억)의 자산 규모를 훌쩍 뛰어넘은 수준으로, 지난해 비슷한 규모였던 광주은행(26조 7,000억원)까지 제쳤다”고 밝혔다. 

기사는 또 “경기 불황에 더해 코로나19까지 덮쳐 영세 지역 중소기업의 대출 비중이 절반이 넘는 지방은행들은 건전성 관리에도 비상등이 켜졌다”며 “1분기 기준 지방은행의 부실채권(NPL) 비율은 0.64%로 시중은행(0.35%)과 인터넷은행(0.31%)의 두 배 이상인데, 여기에 코로나발 ‘부채 폭탄’에 대한 우려까지 떠안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오픈 뱅킹, 인터넷 전문은행의 공세로 비대면 금융이 활성화되면서 지역 소매고객들의 충성도마저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차별화된 디지털 역량을 확보하지 못한 지방은행의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디지털타임스 5월 24일 기사(홈페이지 캡쳐)
디지털타임스 5월 24일 기사(홈페이지 캡쳐)

앞서 디지털타임스는 5월 24일 ‘일부 지방은행 건전성 악화… 부실 징후에 충당금 늘린다’는 기사에서 지방은행의 부실 실태를 보도해 역시 시선을 끌었다. 

기사는 “1분기 은행권의 순익이 일제히 개선됐지만 일부 지방은행을 중심으로 건전성 지표가 나빠지며 코로나19 금융지원으로 가려졌던 부실 징후가 나타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며 “올 들어 일부 지방은행의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대구은행(0.49%→0.61%)을 비롯해 경남은행(0.74%→0.76%), 전북은행(0.62%→0.63%), 광주은행(0.43%→0.44%) 등의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이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기사는 또 “부실채권 발생의 전단계로 여겨지는 연체율 역시 5개 지방은행 중 연체율이 개선된 곳은 대구·경남은행에 그쳤고, 부산·광주은행은 전 분기 수준을, 전북은행은 10bp 올랐다”며 “전북은행은 가계·기업 관계없이 일제히 연체율이 늘었는데, 그 이유는 전북 내 대출 비중이 64%, 대전·세종을 포함할 경우 75%를 넘고, 이 가운데 중소기업 비중이 절반을 상회하고 있어 지역 산업경기의 영향이 커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기사는 “실제로 기업대출의 43.2%를 차지하는 부동산·임대업의 연체율이 10bp 올랐고, 제조업은 80bp 상승했다. 건설업 역시 50bp 늘었다”면서 “지역 경기 의존도가 높은 지방은행들의 건전성 지표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가뜩이나 코로나19 상황과 비대면 디지털 영업 환경에서 지방은행들의 경영 상황이 썩 좋지 않은 가운데 전북은행이 또 다른 이유로 최근 구설수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지역 기여 없는 전북은행, 협력 사업비 확대 필요”, 왜? 

    전북일보 7월 14일 기사(홈페이지 캡쳐)
    전북일보 7월 14일 기사(홈페이지 캡쳐)

전북은행의 JB연수원 건립 과정에서 지역 업체를 배제했다는 지적과 함께 전북도 협력 사업비 확대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전북도의회에서 제기된 것은 앞서 지적된 맥락과 무관하지 않다. 

전북도의회 박용근(행정자치위원회·장수) 의원은 21일 제383회 임시회 자치행정국 업무보고에서 전북은행에 대한 전북도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박 의원은 “현재 전북도의 제1금고(일반회계)와 제2금고(기금 및 특별회계)를 농협과 전북은행이 각각 맡고 있는 가운데 농협의 평균 잔액은 약 4,207억원, 전북은행은 6,638억원에 달한다”며 “이처럼 평균 잔액 규모가 농협에 비해 큰 전북은행이 협력 사업비는 농협의 3분의 1 규모인 21억원에 불과해 제2금고인 전북은행이 제1금고에 비해 더 많은 이득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북일보 7월 22일 기사(홈페이지 캡쳐)
전북일보 7월 22일 기사(홈페이지 캡쳐)

그러면서 박 의원은 “지역에서 각종 이득을 보고 있는 전북은행이 약 600억원 규모의 연수원 건립 사업에서 지역 업체를 배제하는 등 부당한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있다”며 “협력 사업비 규모를 약 35억원 정도로 확대하는 등 특단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전북일보는 지난 14일 ‘JB금융지주 지역상생 말로만?’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JB금융지주가 정읍에 추진하고 있는 수백억원 규모의 JB금융그룹 통합 연수원 건립사업에 전북지역 건설업체들은 입찰참여 조차 하지 못하게 되면서 JB금융지주가 말로만 지역상생을 표방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업체 선정을 위한 별도의 공고도 없이 전국 도급순위 30위 권 내 업체들만 대상으로 지명 경쟁을 진행하는 것도 지역 입장에서는 깜깜이 식 밀실 입찰이라는 비판이 나온다”는 기사는 “JB금융지주는 정읍시 용산동 176~178(3필지)에 600억여 원을 들여 건축면적 1만 9,188㎡ 규모의 연수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말로만 향토은행...소통 벽 높이며 지역 경제 외면" 비판 

이어 기사는 “JB금융지주가 전국 도급순위 30위 권 내 업체들만 대상으로 한 지명 경쟁을 통해 시공업체 선정을 추진하면서 전북지역 업체들은 입찰내용을 파악하지 못할 뿐 아니라 입찰에 참가조차 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전망”이라며 “전북을 기반으로 설립된 JB금융지주가 지역 경제를 등한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동안 '향토은행'임을 내세워 오던 전북은행이 창립 52년 만에야 그토록 소원하던 자행 출신 은행장을 맞이했음에도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볼멘소리가 높다. 향토은행이 오히려 도민들과 소통의 벽을 높이며 지역 경제를 외면한다는 따가운 비판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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