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에세이] 풍경 속에 머문 시간(1)

지금은 폐품(전시품)이 된 카메라 세트.
지금은 폐품(전시품)이 된 카메라 세트.

학사장교로 군 복무를 하던 시절, 몇 달치 월급을 아껴 모아 카메라 세트를 장만했습니다. 지금은 폐품(전시품) 신세가 됐지만 당시엔 제법 고급 카메라 축에 들었습니다.  

전역 후에도 소중히 여기며 휴일이면 카메라와 긴 다리, 렌즈 등 보조 장비들을 메고 풍경을 스케치하곤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먼 옛 추억이 되고 말았습니다. 

수동으로 조절해야 하는 복잡한 구조를 지닌 카메라의 조리개와 망원 렌즈, 필름 인화 등을  공부하며 열심히 풍경을 담는 게 큰 즐거움이자 보람이었던 그때 그 시절, 형형색색의 풍경이 유혹하는 계절이면 더욱 아련히 떠오르곤 합니다. 

지금은 무거운 카메라와 장비를 담은 가방을 메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기 힘들지만, 핸드폰이 지금과 같이 대중화되기 전에는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메고 다니는 카메라 가방과 장비들이 유행이었지요. 

요즘엔 핸드폰 기종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신제품이 금세 구형이 되는 세상이지만, 웬만한 기종으로도 풍경과 인물을 부착된 카메라로 쉽게 담을 수 있어 참 편리합니다. 조리개와 망원 렌즈 등을 사용해 셔터를 자동 또는 수동으로 설정해 찍었던 예전 카메라보다 훨씬 단순하지만 기능은 다양합니다. 

핸드폰의 특수 기능을 활용하여 편집을 잘만 하면 좋은 작품도 만들 수 있습니다. 특히 컬러보다는 흑백으로 전환해 과거의 시간 속으로 풍덩 빠져보는 것도 숨 막히는 코로나 시대를 잠시 탈출해보는 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아련한 추억들을 되살려주는 흑백 사진의 마력 때문인 것 같습니다. 추억을 소환해 '풍경 속에 머문 시간' 들을 기억에서 끄집어 내어 보았습니다.

풍경 속에 머문 시간(1)
풍경 속에 머문 시간(1)

#1. 벚꽃눈

아마 5년 전 늦은 봄으로 기억이 납니다. 사무실 직원들과 함께 덕진공원 인근에 있는 한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에 정신 없이 담았던 풍경입니다. 

전주덕진공원에서 전북대 후문으로 이어지는 대학로,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잎이 인도에 가득 쌓인 것을 본 순간 걸음이 자동으로 멈춰졌던 기억이 납니다. 

핸드폰에 열심히 담은 풍경들 중 한 컷인데, 흑백으로 보니 흰눈이 가득 쌓인 것과 흡사한 풍경으로 변하는군요.

풍경 속에 머문 시간(2)
풍경 속에 머문 시간(2)

# 2. 편백숲 햇빛

 4년 전 쯤, 이른 아침 전주시 덕진구 건지산 주변의 산책로에서 만난 풍경입니다. 편백 숲을 이리저리 걸으며 찍은 풍경입니다. 

걷다가 잠깐 정지해 풍경을 감상하고 다시 폰에 담았던 기억이 지금도 또렷합니다. 하도 눈이 부시어 정면으로 내리 쬐는 햇빛을 피해 담은 풍경이라 그런지 더욱 눈부시군요. 

풍경 속에 머문 시간(3)
풍경 속에 머문 시간(3)

#3. 연두 터널

늘 다니던 산책로 이지만 이날은 아마 3년 전 쯤으로 기억됩니다. 전주시 송천동 건지산 장군봉에서 오송제로 이어지는 작은 숲길에서 만난 연두빛 휘황한 풍경이 갑자기 시야에 가득 들어왔습니다.

원래 컬러로 담은 풍격인데 색을 모조리 빼어도 운치가 다시 살아나는 군요.

풍경 속에 머문 시간(4)
풍경 속에 머문 시간(4)

#4. 산수유  꽃

이 사진은 3년 전 이른 봄 전북대 캠퍼스의 노란 산수유 꽃을 흑백으로 담은 풍경입니다. 

하얀 화선지에 채색을 가하지 않고 먹의 농담을 이용하여 그린 수묵화와 같은 느낌을 주는군요. 

풍경 속에 머문 시간(5)
풍경 속에 머문 시간(5)

#5. 외로운 편백숲

전북대와 전북대병원 사이를 가로 지르는 건지산 입구 편백숲에서 3년 전 초여름 늦은 오후에 찍은 풍경입니다. 

반듯한 대로와 같은 숲길에서 바라보이는 앞선 등산객의 외로운 모습이 아득히 멀게만 느껴집니다. 

풍경 속에 머문 시간(6)

#6. 무녀도 일출

이 사진은 5년 전 쯤 선유도에 들어가기 전, 무녀도에서 하루 밤을 묵으며 아침 일출을 담은 풍경입니다. 컬러(우측)로 최초에 담았지만 흑백(좌측)으로 편집해 놓고 보니 또 그런대로 운치가 있어 보이는군요. 

사진 속 풍경들을 보면서 잠시 시간을 과거로 되돌려 보면 신기한 느낌이 듭니다. 풍경 속에 머문 시간을 성찰하다 보면 각박하고 무거운 순간이 멈추는 동시에 새로운 힘을 북돋아 줍니다. 

/사진·글=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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