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

신문 만평 위력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그러나 만평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따라 위력의 강도와 방향은 극명하게 달라질 수 있다. 대구·경북의 매일신문이 최근 만평 때문에 곤혹을 겪고 있다.

한 컷의 ‘매일희평'을 매일 내보내고 있는 이 신문은 지난 19일 '집 없이 떠돌거나 아닌 밤중에 두들겨 맞거나'라는 제목의 만평으로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매일신문 만평, 5·18 모욕" 거센 비난

매일신문 3월 19일 만평(홈페이지 캡쳐)
매일신문 3월 19일 만평(홈페이지 캡쳐)

사과를 담은 내부 입장문을 내보내기도 했지만 한번 인쇄돼 발행·배포한 신문들을 회수할 순 없는 노릇. 이미 엎질러진 물과 같다.

그런가 하면 전북일보는 한 달 전의 만평으로 인해 인터넷 상에서 화제를 불러 모으며 유명세를 타고 있다.

신문의 기록성, 공시성, 정기성 등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만평이 지니는 의제설정 효과와 파급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매일신문이 19일 게재한 논란의 만평은 1980년 광주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한 시민을 무차별적으로 진압하는 과정의 사진과 흡사하다는 점에서 공분을 자아냈다.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무자비하게 희생을 당했던 무고한 시민의 모습을 연상케 한 것이다.

이 때문에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했다"는 지적과 비판이 광주·전남지역에서 즉각 나왔다. 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이 내용이 19일 올라왔다. '5·18 민주화운동을 모욕한 신문사 처벌 청원합니다'는 제목의 청원 글에 많은 지지자들의 동의가 이어지고 있다.

또 오월단체들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주시는 물론 대구 지방의원들,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들의 비난 성명이 잇따르고 있다. 광주·전남지역 일간지들까지 가세해 그야말로 한 컷의 만평으로 인해 매일신문은 홍역을 치르는 형국이다.

만평을 그리는 김경수 화백이 5.18민주화운동을 모욕한 건 처음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민언련은 "지난해 8월 23일자 만평 '민주도 완장을 차면...'에서도 당시 계엄군이 비무장 상태 시민들에게 마구잡이로 곤봉을 휘두르는 사진을 차용했다"고 밝혔다.

민언련은 또 "'친문' 완장을 두른 '코로나 계엄군'이 8.15 광복절 집회를 허용한 사법기관을 진압봉으로 폭행하는 장면은 광주 참상 그대로를 묘사했다"며 매일신문 만평은 비단 이번만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전북일보 한 달 전 만평, 예견 대로” 화제

전북일보 2월 21일 만평(홈페이지 캡쳐)
전북일보 2월 21일 만평(홈페이지 캡쳐)

이에 반해 전북일보 정윤성 화백은 한 달 전에 게재했던 만평으로 일약 화제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2월 21일 전북일보 '정윤성의 기린대로418' 만평은 국민의힘 인사들과 언론이 "백신 불안하다! 대통령 먼저 맞아라!"라고 말하는 당시 상황을 그렸다. 이어 문 대통령이 "못 믿는다면 내가 먼저..."라고 말하자 국민의힘 측이 "지금 대통령 특혜를 받겠다는 건가"라고 말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백신 수급 상황에 대한 야당과 언론의 반응을 풍자한 것이다.

“백신 확보하라, 무능하다”고 아우성치다가 “확보했다”니까 “백신 불안하다, 대통령이 먼저 맞아라”고 요구한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이 불안감 해소를 위해 먼저 맞으려고 하자 “특혜를 받겠다는 건가”라며 그마저도 시비를 걸지도 모른다고 풍자한 만평이 25일 하루 종일 인터넷 상에서 회자됐다.

"실제로 유사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는 글과 만평이 SNS에서 하루 종일 공유됐다. “만화대로 됐다”는 반응이 네티즌들 사이에 줄을 이었다. 일부 언론들도 이 뉴스를 비중 있게 다뤘다. ‘

'만평 역주행' 이끈 문 대통령 백신접종 황당 반응’(오마이뉴스), ‘‘대통령 백신 맞았더니 특혜 시비…한달전 만평이 예견한 대로’(고발뉴스) 등의 기사가 높은 반응을 보였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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