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

문재인 대통령의 퇴임 1년여를 앞두고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등 정치권 인사들의 공공 기관 ‘낙하산 인사’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따가운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공공기관의 낙하산 인사는 역대 어느 정권에서나 제기됐던 뜨거운 논란거리였지만 촛불정권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초반부터 내내 이어져 왔다. 정권 말기면 더욱 이러한 논란이 거세지는 이유는 차기 정권 재창출 또는 정권 수성을 위한 정치적 입김이 많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공기업 특혜·반칙 보은 인사, 언제까지?

서울경제 3월 4일 기사(홈페이지 캡쳐)
서울경제 3월 4일 기사(홈페이지 캡쳐)

정권 초기에는 정권 창출에 기여한 인사들로 줄줄이 공기업 낙하산 사장으로 임명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보은 인사’란 말을 많이 쓴다. 문재인 정권에서는 전북지역에서도 그러한 보은 인사가 자주 보였다.

심지어 총선에서 낙선한 뒤 공기업 사장을 거쳐 다시 국회 입성에 성공한 케이스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상직 의원(무소속·전주시을)과 김성주 의원(더불어민주당·전주시병)이 대표적이다.

두 국회의원은 20대 총선에서 패배했으나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및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각각 임명됐다. 하지만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21대 총선에 다시 출마해 나란히 국회에 입성까지 한 성공 사례(?)를 보여줬다.

많게는 수백조 원의 자산운용과 수원 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공기업 최고 수장직을 수행하면서 국회에 입성을 준비했으니 다른 일반 정치 신인들이나 공기업 수장을 거치지 않은 후보자들과의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다.

바로 그런 유리한 지점을 현 정권이나 여당이 놓칠 리 없다. 그러나 그러한 점을 '악용한 결과'라면 공정하지 않은 과정과 특혜가 아닐 수 없다. 반칙과 다름없다.  

'한번 국회의원은 영원한 국회의원?'

매일경제 3월 5일 기사(홈페이지 캡쳐)
매일경제 3월 5일 기사(홈페이지 캡쳐)

이 때문에 항간에는 '한번 국회의원은 영원한 국회의원'이란 소리가 나올 정도다. 그럼에도 전북지역에선 이상직 의원의 경우 공기업 이사장 재임 기간에 저지른 불법 선거와 관련된 비리 혐의 등으로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시절인 2019년 3차례에 걸쳐 전통주와 책자 2,600여만 원 상당을 지역 정치인과 선거구민 등 377명에게 제공한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그 자리에서 다음 선거 준비와 관리를 해 온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20대 총선에서 역시 낙선한 이강래 전 의원(더불어민주당·남원·임실·순창) 의 경우도 현 정권 출범 이후 보은성 인사로 한국도로공사 사장에 임명돼 임기를 다 채우지 않고 21대 총선에 나서 국회 입성을 노렸지만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이들 외에도 최근 전북지역에서는 여당 출신 인사들, 특히 현 여당 국회의원을 지내며 지난 대선 과정에서 기여했던 인물들의 낙하산 또는 보은성 인사들이 주목을 끈다.

이춘석 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익산시갑)은 국회 사무총장으로 지난 1월 임명돼 총선 이후 1년도 안 돼 중요 장관급 공직에 복귀했다. 이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신임 사장에 김춘진 전 국회의원(부안·68)이 최근 임명된데 이어 15일 취임을 앞두고 지역언론의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다.

“김춘진 신임 aT사장, 문재인 대선 전북총괄선대위원장 맡은 인물?” 칭찬

전북일보 3월 15일 기사(홈페이지 캡쳐)
전북일보 3월 15일 기사(홈페이지 캡쳐)

신임 김 사장은 제17대~19대 국회의원을 지낸 화려한 이력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을 역임했다. 그러나 20대 총선에서 낙선한 그는 문재인 정권 출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온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줄곧 공사 임원 임명 때마다 하마평에 올랐었다.

그가 드디어 이번에 공기업 사장에 임명되자 지역언론들이 크게 고무된 분위기다. 전북일보는 15일 기사에서 “MB정부 때 폐지하려 했던 농촌진흥청 폐지를 막아 낸 장본인으로 농업과 수산업쪽에서 활동한 경력이 많은 장점을 갖고 있는 동시에 문재인 대통령 선거 당시 전북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고 평했다.

전라일보 3월 15일 기사(홈페이지 캡쳐)
전라일보 3월 15일 기사(홈페이지 캡쳐)

전라일보는 “농촌진흥청 폐지를 막았으며, 대한민국 농업과 수산업쪽에서 활동한 경력이 많은 장점을 갖고 있는 동시에 문재인 대통령 선거 당시 전북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고 칭찬했다.

전북중앙신문은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선 호남을 강타한 '녹색바람'으로 낙선했지만 원외 인사임에도 불구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과 당 최고위원을 역임하는 등의 강력한 정치력을 보이기도 했다”면서 “3선의 국회 의정활동 기간에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으로 이름을 날렸다”고 극찬했다.

“공사의 신임 사장 임기는 3년이며, 본사는 전남 나주에 위치하고 있다”는 기사도 눈에 띈다. 그러나 서울언론들을 비롯한 일각에선 '대선캠프 출신 인사'라는 따가운 비판이 다시 나왔다.

'보은·낙하산 인사'하라고 높은 지지율 보여준 것 아닌데...

2017년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식 장면(SBS 캡쳐)
2017년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식 장면(SBS 캡쳐)

문재인 정권은 헌정 사상 초유의 촛불시민혁명으로 태동했다. ‘적폐 청산’이라는 중대한 과업을 촛불시민들로부터 부여 받은 정권이다. 그러한 배경을 다른 지역보다 전북지역언론과 도민들은 잘 알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지지율(64.8%)을 보여준 것은 그만큼 기대가 컸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1년 여 남은 정권 말기 시점에서 많은 반성과 성찰을 하게 하는 모습들이 곳곳에서 비쳐지고 있어 실망과 아쉬움을 자아내게 하고 한다. 특히 청와대의 인사 때마다 그러한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공공기관 자리는 정권의 ‘보은 인사’가 대놓고 이뤄져 ‘낙하산 부대가 투하되는 곳’이라는 볼멘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고액의 높은 연봉과 전용차, 업무 추진비까지 대우는 좋지만 주목도가 떨어져 업무 부담이 덜하고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호시탐탐 노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캠코더(대선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출신이 공공기관에 대거 자리 잡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공기업 사장의 절반 이상이 올해 상반기 중으로 대거 교체될 뿐 아니라 상임감사 역시 물갈이를 앞둬 정권 말기에 대대적인 낙하산 인사에 대한 우려가 이 때문에 커지고 있다.

공기업 사장뿐 아니라 감사까지 정권과의 친소 관계에 따라 코드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정권 말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이 극에 달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는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을 이끄는 주범으로 꼽혀왔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청년 채용 확대, 탈원전 정책 등 각종 정부 정책 사업에 공기업들이 동원되면서 ‘숨은 빚’으로 불리는 공기업 부채도 급증하고 있다.

한전·LH 등 167개 비금융 공기업의 부채를 합산한 공공 부문 부채 규모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100조 원을 넘어섰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런 점에서 금융 공기업 주요 보직에 정치권 출신 비전문가인 ‘정피아(정치권+마피아)’가 잇따라 입성하고 있다는 지적은 예사롭지 않다.

무엇보다 경영진의 비위와 직무를 감시해야 할 상임감사 자리에 정권 말 전형적인 ‘보은 인사’ 관행이 재연되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음은 심상치 않다.

이런 마당에 지역출신 인사가 보은이든, 낙하산이든 무조건 한 사람이라도 더 기용되면 좋다는 식으로 반기며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닌 듯싶다. 당장 눈앞의 이익에 어두워 거시적 틀에서 바라보이는 문제점과 폐해를 소홀히 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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