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
부정채용 ‘금수저 자녀’.. 오히려 신한은행 요직에 배치 -셜록 9월 22일
신한은행 부정채용 '금수저 자녀' 요직으로 승승장구 -프레시안 9월 22일
국민연금공단 딸이라서… ‘디자인->수학’ 전공까지 조작 -셜록 9월 24일
'아빠찬스'로 신한은행 입사 성공…'디자인->수학' 전공까지 조작 -프레시안 9월 24일
시중은행 부정채용 관련 기사 제목들이다.
진실탐사보도 매체인 ‘셜록’의 탐사취재로 보도되기 시작한 기사 제목들이 얼핏 보면 단순한 부정채용 사건으로 보이지만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북지역과 연관성이 있다.
본사를 전주에 둔 국민연금공단 직원과 관련이 있다. 더욱이 직원 중에서도 전임 노동조합위원장(노조위원장)이란 점에서 예사롭게 넘길 일이 아닌 듯싶다.
24일 두 매체가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아빠 찬스'를 쓰면 전공도 알아서 바꿔주는 게 신한은행이었다”며 “신한은행은 박○○ 아버지가 국민연금공단 노조위원장인 걸 서류전형 과정에서 인지했다”는 것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디자인을 전공한 박 씨는 학과 점수 30점에서 10점만 챙길 수 있었다”며 “신한은행 인사팀은 박○○이 어문이나 수학 계열을 전공했다고 마음대로 고친 뒤 18점을 줬다”고 보도한 내용이다.
'셜록'은 지난 1월, 신한은행 채용비리 관련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한 서울동부지법 재판부의 판결문을 인용해 이렇게 보도했다.
"박○○은 디자인학과 전공으로 서류전형 점수 중 학과 점수가 예체능 학과 10점을 부여해야 함에도 어문 계열, 수학과에 적용되는 18점을 부여하여 서류평가 총점 75.711점으로 서류전형에 합격하였고, 이후 최종 합격하였다."
그러면서 ‘셜록’은 기사에서 “신한은행이 조작을 해서라도 국민연금공단 노조위원장 출신의 자녀를 뽑으려는 이유는 뭘까. 그게 다 돈 때문”이라고 전제하면서 “당시 신한은행은 국민연금공단 직원들의 퇴직연금 유치를 위해 노력했다. 국민연금공단 직원들을 상대로 퇴직연금 마케팅을 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썼다.
기사는 또 “그는 아버지가 과거 국민연금공단에서 노조위원장을 지냈으며, 전문대에서 디자인을 전공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면서 “셜록의 기사를 접하고 국민연금공단 노조에서는 대책 마련을 고심 중이라고 연락을 해왔다”고 덧붙여 보도했다.
“공소장과 판결문을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 만약 박 전 국민연금공단 노조위원장의 채용 청탁이 사실로 확인되면 엄중하게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는 기사는 “올해 국정감사에선 은행권 채용비리가 주요 이슈로 등장할 듯하며,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은행권 채용비리 폭로 2년 과연 무엇이 변했나’란 주제로 국감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두 매체는 지난 22일 기사에서 “부모 찬스'로 부정하게 신한은행에 입사한 '금수저 자녀' 대부분이 법원의 채용비리 유죄판결에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 신한은행 채용비리 1심 판결문을 입수해 부정입사자의 재직 현황을 파악했다”고 보도했다.
기사는 또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손주철)는 업무방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용병 전 신한은행장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올해 1월 선고했다”며 “서울동부지법은 2013년~2016년 신한은행 신입 지원자 중 26명이 채용 과정에서 불공정한 혜택을 받았다고 판단했으며, 26명 중 최종 합격된 사람은 22명. 셜록 취재 결과, 부정입사자 22명 중 18명이 2020년 9월 현재 신한은행에 재직 중”이라고 밝혔다.
이 은행에 최종 합격된 부정입사자 중 약 80%가 여전히 은행에 다니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공단 노동자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노조위원장이 자녀를 입사시키기 위해 청탁했다면 실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국민들의 노후자금을 관리하는 국민연금공단 노조위원장은 더욱 고도의 도덕성과 윤리성이 요구되는 자리다.
“만약 전 노조위원장의 채용 청탁이 사실로 확인되면 엄중하게 조치할 계획”이라고 공단 측이 밝혔다고 하지만 꼬리 자르기 식의 가벼운 징계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가뜩이나 최근 국민연금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국민연금공단 직원들의 대마초 흡입 등 마약사고 이후 공단 감사기능과 역할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752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기금 규모만큼이나 국민연금 소속원들의 기강 해이도 상상 이상으로 방만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게다가 "사전 감사 기능과 역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결과"라는 따가운 지적도 함께 일고 있다.
이런 와중에 대형 마약사건이 터진 데 이어 노조위원장 자녀의 시중은행 채용 청탁 의혹이 연거푸 터져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
직원들의 일탈과 위법 행위에 대한 일벌백계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정의롭고 원칙적'인 인사와 운영ㆍ관리가 전제돼야 개선과 쇄신이 가능할 것이라는 지적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