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이슈

완주지역 물류회사 사무실에 있던 1,000원 어치 과자를 허락 없이 가져다 먹었다는 이유로 기소된 40대 화물차 기사가 벌금형을 선고받아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2011년과 2014년 전북지역 버스회사로부터 800원과 2,400원을 횡령했다며 해고당한 2명의 버스기사 해고 판결에 이은 ‘제3의 장발장 재판’이 도내에서 또 발생했다는 볼멘소리와 함께 '유전무죄 무전유죄'란 비판이 일고 있다. 

냉장고 초코파이 1개, 과자 1개 꺼내 먹은 혐의...검찰 '기소', 법원 '벌금 5만원'

전주지방법원 전경
전주지방법원 전경

전주지법 형사6단독(판사 김현지)는 절도 혐의로 기소된 A(41)씨에게 벌금 5만원을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월 18일 오전 4시 6분쯤 완주군의 한 물류회사 사무실 내 냉장고에 있던 400원 상당의 초코파이 1개와 600원 상당의 과자류 1개를 꺼내 먹은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A씨에 대해 약식기소하고 법원은 A씨에게 벌금 5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앞서 A씨는 무죄를 주장하며 정식 재판을 청구하면서 이 사건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A씨는 법정에서 "평소 다른 화물차 기사들로부터 '냉장고에서 간식을 가져다 먹으라'는 말을 듣고 과자를 가져갔다"며 "과자를 훔치려는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냉장고 관리를 담당하는 물류회사 측은 “직원들이 냉장고에 있는 간식을 기사들에게 제공한 적은 있지만, 기사들이 허락 없이 간식을 꺼내 간 적은 없다”고 진술했다. 이에 법원은 당시 회사 사무실 공간과 관계인 진술 등을 통해 절도의 고의가 있다고 보고 유죄를 내렸다.

재판부는 “사건 발생 장소인 당시 냉장고가 놓인 사무실 2층은 일반 사무공간과 기사들 대기 공간이 분리돼 있다”며 “냉장고는 사무공간에 있었다고 봐야하고, 이 공간은 기사들의 출입이 제한돼 있는 데다 회사 관계자는 '기사들은 냉장고를 함부로 열지 않고, 기사들이 대기할 때 직원이 간식을 주거나 기사가 허락을 받고 간식을 꺼내간다'고 진술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물류회사의 경비원은 ‘사무공간에 냉장고가 있는 줄 몰랐으며, 간식을 먹은 적도 없다’고 진술했다”며 “이런 점들을 종합해봤을 때 피고인도 냉장고 속 물품에 대한 처분 권한이 자신에게 없음을 충분히 알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하며 벌금 5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절도죄가 성립한다고 본 1심 재판부 판결에 불복한 A씨는 항소했다.

“전북지역 버스기사 800원·2,400원 횡령 혐의 '해고 판결' 다시 떠올리는 사건...유전무죄 무전유죄" 비판

법원 입구 전경
법원 입구 전경

이처럼 회사 사무실 냉장고에서 1,000원어치 과자를 꺼내 먹었다가 재판에 넘겨진 화물차 기사가 유죄를 선고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도내 노동단체 관계자들은 “과거 전북지역 버스기사의 800원과 2,400원 횡령 혐의 해고 판결들을 다시 떠오르게 한다”며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2014년 승객 4명이 현금으로 낸 탑승료 6,400원 중 2,400원을 횡령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전주지역 한 버스기사가 낸 해고무효소송 2심에서 회사의 손을 들어준 것이 논란이 됐다. 당시 이 버스회사를 20년 가까이 다닌 해당 기사는 이 일로 직장을 잃게 되자 “운전기사로 일한 17년간 한 번도 돈을 잘못 입금한 적이 없고, 성인요금을 학생요금으로 잘못 계산해 단순 실수로 2400원을 부족하게 입금했는데 해고는 과도하다”며 해고무효소송을 냈다.

이에 1심 재판부는 기사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에서 내려진 해고 판결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 하지만 당시 판결은 재벌 총수들의 횡령 사건과 대비돼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지적을 받았다.

더구나 이러한 판결을 한 당시 함상훈 판사(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최근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해 전북지역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 법조계에서 "반노동 판사"라는 비판에 이어 "실질적 평등이라는 헌법 가치를 실현할 수 있겠냐"며 "즉각 지명을 철회하라"고 한목소리로 촉구하고 나섰다.

이 외에도 2011년 전주지역 버스기사가 400원씩 두 번에 걸쳐 버스 요금 800원을 빼돌렸다는 이유로 해고된 사건이 있다. 그런데 그 판결을 내렸던 장본인도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명한 오석준 대법관이란 점에서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오 대법관은 2011년 12월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 재판장 재직 당시 전주의 버스회사 측이 내린 기사의 해임 결정이 '정당한 판단'이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13년 한 검사가 사건 관계 변호사로부터 85만원어치 접대를 받아 면직 당한데 대해 법원은 “처분이 지나치게 가혹하다"면서 징계를 취소한 판결을 내려 대조를 이뤘다. 이 때문에 '유전무죄 무전유죄' 논란이 더욱 확산됐다. 

그런데 이 같은 판결이 하필 전북지역에서 연거푸 발생하자 지역 노동계에선 "법이 권력과 재벌에는 관대하고 약자에게는 과하다"는 비판과 함께 "현대판 장발장 판결이 전북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박주현 기자

저작권자 © 전북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