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선의 포토 에세이

111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더웠던 지난여름. 2018년 여름의 불볕더위는 기억하기도 싫다. 혹독한 더위를 겪고 난 겨울이어서 그런지 최강의 추위가 겨울 내내 닥치지 않을까 걱정이다.
‘더위가 맹위가 떨친 여름 뒤에는 매서운 겨울이 온다’는 속설도 있지 않은가. 과연 그럴까.
때마침 겨울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 11월 1일 <중앙일보>는 날씨와 관련된 ‘팩트체크’ 기사를 내보내 눈길을 끌었다. 비록 결론이 뜨뜻미지근했지만.
제목은 ‘ 폭염 극심했던 여름 뒤엔 매서운 겨울이 온다고?’로 제법 그럴싸하게 시선을 끌었는데 결론은 ‘여름이 유난히 더웠던 경우도 겨울은 추울 수도, 따뜻할 수도 있는 셈이다’고 내렸다. 하지만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게 해준 기사다.
신문은 팩트체크를 위해 기상청 국가기후데이터센터의 도움을 받아 1973년 이후 2017년까지 45년간 연도별로 여름·겨울철 전국 평균기온과 최고·최저기온 평균을 비교했다.
최강 불볕더위 악몽 떠오르게 하는 올겨울 추위는?
기사는 먼저 여름철(6~8월) 평균기온과 겨울철(12월~이듬해 2월) 평균기온의 순위를 매겼다. 여름철 평균기온이 가장 높은 해는 2013년으로 25.4도였다. 45년 전체 여름철 평균기온 23.7도보다 1.7도나 높았다.
하지만 2013년 겨울철 평균기온은 영상 1.5도로 45년 겨울철 평균기온인 영상 0.4도보다 1.1도나 높았다. 2013년 겨울은 추운 순서로는 45년 중 36번째였다는 것이다.
1994년의 경우도 여름철 평균기온은 25.3도로 역대 2위였지만, 그해 겨울 평균기온은 영상 0.8도로 평균보다는 높았다. 2010년은 여름 평균기온이 24.9도로 역대 3위였고, 겨울 평균기온은 영하 0.7도로 역대 8위였다는 것.
이처럼 여름철 더위 순위에서 10위 이내에 든 해 가운데 추위 순위에서 15위 이내인 경우는 5번이었고 나머지 5번은 15~30위권으로 다른 해와 비슷하거나 31~45위권으로 오히려 다른 해보다 따뜻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1978년의 경우 여름 평균기온이 24.5도로 더위로는 역대 5위였지만, 겨울 평균기온은 영상 2.2도로 추위로는 44위였다. 그 해 겨울은 역대 두 번째로 포근했다. 결국, 1978년은 여름도 더웠지만, 겨울도 따뜻했던 것이다.

이처럼 여름 최고기온 평균이 10위 이내였던 해 가운데 겨울 최저기온 평균이 15위 이내인 경우는 4번뿐이었고, 나머지 6번은 다른 해와 비교할 때 비슷하거나 높았다.
결국 여름이 유난히 더웠던 경우도 겨울은 추울 수도, 따뜻할 수도 있다는 것이 당시 ‘팩트체크’ 기사의 결론이었다,
그러나 저러나 겨울은 적당히 추워야 제멋이고 제맛이다.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이는 쌀쌀한 겨울은 온기와 온정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고마운 사계절 끝 손님이다.
첫눈 오면 만나자고 약속했던 첫사랑 연인을 기억하고 추억하는 설렘도 겨울 아니면 언감생심 꿈도 못 꾼다.
눈은 어떻게 만들어 지는 녀석일까?
사전적 의미로 눈은‘대기 중의 구름으로부터 지상으로 떨어져 내리는 얼음의 결정’을 일컫는다. 구름에 있는 물방울은 호수·연못의 물과는 달리 흔히 많은 양이 -20℃ 이하에서 과냉각된 상태로 존재하게 되며, 과냉각된 구름 속에는 얼음결정과 과냉각된 물방울이 공존하게 된다. 그러나 -40℃ 이하의 온도에서는 이와 같이 작은 물방울이 자연적으로 얼게 되며, -40℃보다 높은 온도에서는 먼지와 같은 아주 작은 외부물질이 혼입될 때 얼게 된다.
이러한 얼음의 핵으로부터 눈의 결정이 성장하게 되는데, 얼음인자들은 개개의 빙정들이 독립되어 있거나 같은 핵을 중심으로 몇 개의 빙정들이 빙정군을 형성하고 있는 경우와, 눈송이·싸락눈·우박 등 4개의 주요한 형태를 이루게 된다.
이처럼 눈은 적절한 조건이 주어지면 복잡하게 성장하여 가지를 많이 갖는 형태로 성장하게 된다.
눈의 결정은 침상(針狀)·각주상(角柱狀)·판상(板狀)·별모양·수지상(樹枝狀) 등 여러 가지 불규칙한 형태로 나타나며, 그 크기는 보통 2㎜ 정도이므로 돋보기로 관찰할 수 있다. 이러한 눈결정이 여러 개 합쳐지면 눈송이를 형성하게 되어 크기가 보통 1㎝ 정도가 되지만, 내릴 때 수천 개의 결정이 서로 엉겨 붙어 큰 눈송이를 이루게 될 때는 수십㎝ 크기가 된다는 것이다.
눈에 얽힌 시, 읽다 보면 눈물이 가득

눈과 관련된 시는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함박눈이 소복이 내리는 한 겨울에 떠올리게 되는 시 가운데는 저항시인 윤동주 선생의 ‘눈’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지난밤에
눈이 소오복이 왔네
지붕이랑
길이랑 밭이랑
추워한다고
덮어주는 이불인가봐
그러기에
추운 겨울에만 나리지
김종해 시인의 ‘눈’을 읽으면 희미한 기억과 아픈 추억을 더듬게 하는 듯하다.
눈은 가볍다
서로가 서로를 업고 있기 때문에
내리는 눈은 포근하다
서로의 잔등에 볼을 부비는
눈 내리는 날은 즐겁다
눈이 내리는 동안
나도 누군가를 업고 싶다
전봉건 시인의‘작은 지붕 위에’는 미완의 느낌을 주기는 하지만, 눈에 얽힌 긴긴 추억들을 모조리 끄집어 놓는듯하여 정감이 간다.
작은 지붕 위에 내리는 것은 눈이고
작은 창틀 속에 내리는 것은 눈이고
작은 장독대에 내리는 것도 눈이고
눈 눈 눈 하얀 눈
눈은 작은 나뭇가지에도 내리고
눈은 작은 오솔길에도 내리고
눈은 작은 징검다리에도 내리고
새해 새날의 눈은
하늘 가득히 내리고
세상 가득히 내리고
나는 뭔가 할 말이 있을 것만 같고
어디론가 가야 할 곳이 있을 것만 같고
한 사람 만날 사람이 있을 것만 같고
장갑을 벗고 꼭 꼭 마주 잡아야 하는
그 손이 있을 것만 같고
이인봉 시인의 ‘눈’을 읽으면 금세 눈물이 날 것 같은 느낌이 밀려온다.
눈이 내린다
두런두런 한숨 속으로
저희들끼리
저렇게 뺨 부비며
눈이 내린다
별별 근심스런 얼굴로
밤새 잠 못 이룬 사람들
사람들 걱정 속으로
눈이 내린다
참새떼 울바자에 내려와 앉는 아침
아침 공복 속으로
저희들끼리 저렇게 뽀드득뽀드득
어금니를 깨물며
송수권 시인의 ‘첫눈’은 하염없이, 소리 없이, 장대하게 내리는 눈을 연상케 한다.
눈이 내린다 어제도 내리고 오늘도 내린다
미욱한 세상 깨달을 것이 너무 많아
그 깨달음 하나로 눈물 젖은 손수건을 펼쳐들어
슬픈 영혼을 닦아내 보라고
온 세상 하얗게 눈이 내린다 어제도 내리고 오늘도 내린다
살아 있는 모든 것 영혼이 있고
내 생명 무거운 육신을 벗어 공중을 나는 새가 되라고
살아 있는 티벳인이 되라고
한밤중에도 하얗게 내린다
히말라야 삼나무숲을 흔들며
말 울음 소릴 내며
이렇게 고요하게 지금 첫눈이 내린다
/<사람과 언론> 제3호(2018 겨울)
/김미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