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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2시. 완주군 공설운동장에서는 운명의 대결이 시작됐다. 최근 단장의 사망 이후 내부 체불임금 등의 문제가 드러나면서 수사를 받는 등 내년부터 리그 출전권이 발탁 당해 최대 위기를 맞은 전주시민축구단과 전북 현대 B팀의 2024년 K4리그 최종전이 시작됐다. 대한축구협회가 공식 주최하는 경기였다.

임금체불과 보조금 횡령·유용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에 단장이 스스로 사망해 파장이 커지면서 내홍이 외부로 번져 대한축구협회로부터 내년부터 3년간 리그 참가 자격 정지 결정을 받았지만 양영철 감독이 이끈 전주시민축구단은 전북을 대표하는 명실상부한 축구팀으로 2007년 창단 후 14년 동안 각종 대회를 휩쓴 저력 있는 팀이다.

K4리그 3위 전주시민축구단, 전북 현대 B팀에 1-2 역전 패…내년 리그 참가 박탈, 경기장에 주저 않은 선수들

'2024 K4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른 전주시민축구단 선수들이 26일 완주군 공설운동장에서 전북 현대 B팀과 경기 종료 직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전주시민축구단 제공)
'2024 K4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른 전주시민축구단 선수들이 26일 완주군 공설운동장에서 전북 현대 B팀과 경기 종료 직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전주시민축구단 제공)

최근 전국체전에서 전북을 대표해 일반부 남자 축구팀으로 출전해 8강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2024 K4리그 시즌에서 3위를 차지한 팀이다. 이날 이에 맞서 안대현 감독이 이끄는 전북 현대 B팀은 지난 2022년 팀 창단 후 3년 만에 K4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K3리그 승격이라는 결과를 맺은 강팀이다.

전주시민축구단의 주 경기장으로 활용돼 온 전주종합경기장은 최근 철거 등의 문제까지 겹쳐 이날 결승이나 다름 없는 경기를 완주공설운동장에서 치러야 했다. 완주군과 전북 현대는 지난해 완주공설운동장을 전북 현대 B팀의 홈구장으로 사용하기로 업무협약을 맺어 온 때문이다.

경기 시작과 함께 주도권은 전주시민축구단이 쥐고 갔다. 첫 골을 넣어 승기를 잡는 듯했다. 전주시민축구단 오태환 선수는 통상 100번째 출전한 이날 경기 전반 21분에 첫 골망을 흔들었다. 그러나 승리의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전북 현대 B팀의 공세가 이어져 전반 42분 엄승민 선수의 동점골에 이어 후반 20분 한석진 선수의 역전골이자 결승골로 전주시민축구단은 무릎을 꿇고 말았다. 

이날 경기로 안대현 감독 등 전북 현대 B팀 선수들은 환호를 외친 반면 양영철 감독을 비롯한 30여명의 전주시민축구단 선수들은 경기 종료 후 경기장에 주저 앉았다. 팀이 해체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우승을 눈앞에 둔 경기를 놓치고 만 데 대한 아쉬움이 컸지만 당장 이제부터 선수 생활이 막막해진 때문이다.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린 이날 경기에서 승리한 전북 현대 B팀은 2024년 K4리그 종합우승과 함께 K3리그 승격을 이뤄내 지난 27일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원정 경기에서 0:1로 패해 3연패 수렁에 빠지며 강등권에 점점 가까워진 전북 현대와는 또 다른 대조적인 분위기였다.

전주시민축구단 감독 “내년부터 리그 참가 자격 박탈…플레이오프 경기 의미 없어져”

전주시민축구단 엠블럼.(사진=전주시민축구단 제공)
전주시민축구단 엠블럼.(사진=전주시민축구단 제공)

양영철 전주시민축구단 감독은 "비록 대한축구협회로부터 내년 리그 참가 자격 박탈 통보를 접하고 억장이 무너져 내린 느낌이었지만 선수들과 마지막 경기까지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며 “결승이나 다름없는 경기에서 패했지만 올 시즌 3위를 거둬 역대 가장 높은 성적을 거둬 플레이오프를 통해 4위팀과 겨뤄야 하는 데 내년 리그 박탈 때문에 사실상 의미가 없게 돼 더욱 안타깝다”고 말했다.

K4리그는 13개 팀이 참가해 팀당 24경기를 치르는 대장정이다. 이 중 전주시민축구단은 올 시즌 3위를 차지해 4위인 서울 노원 유나이티드 FC와 승강 결정전을 놓고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지만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지난달 내년도 리그 참가 박탈이 결정되면서 경기도 치르기 전에 승강 결정전을 내주고 말아 아쉬움이 크다. K4리그에서 상위 2팀은 K3리그로 자동 승격하기 때문에 전주시민축구단의 우승 도전과 승격의 꿈은 내부 문제로 인해 결국 좌초되며 팀의 해체 위기까지 직면했다.

전주시민축구단 선수들 “남아 있자니 불안하고, 팀 이적도 쉽지 않아 더욱 불안” 호소

전북 현대 B팀이 26일 완주군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전주시민축구단과의 최종 경기에서 승리해 '2024  K4리그' 종합우승을 차지했다.(사진=완주군 제공)
전북 현대 B팀이 26일 완주군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전주시민축구단과의 최종 경기에서 승리해 '2024  K4리그' 종합우승을 차지했다.(사진=완주군 제공)

전주시민축구단에 남아 있는 선수들은 “팀이 해체 수순 단계의 위기에 직면해 불안하다”며 “전주시 보조금 중단으로 팀에 남아 있자니 하루하루가 불안하고, 팀을 이적하자니 체불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은 데다 좋지 않은 이미지가 꼬리표처럼 붙어 다녀 그 마저도 쉽지 않다”고 이구동성으로 불안과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한편 대한축구협회는 지난달 전주시민축구단 상습 임금체불 및 보조금 횡령·유용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단장이 스스로 사망해 문제가 확산된 것과 관련, 자체 징계 심사위원회를 열고 전주시민축구단을 2025년 리그부터 참가 자격에서 제외시키기로 결정했다.

앞서 2007년 창단한 전주시민축구단은 최근 단장의 사망 이후 그동안 직원들의 임금체불과 거래 업체들의 대금 결제 지연 등의 피해 호소가 속출하는 등 내재됐던 문제점들이 속속 드러났다. 특히 전주시는 10년 넘게 시민의 혈세를 시민축구단에 지원하면서도 조례 제정 없이 들쭉날쭉 해마다 다르게 민간경상보조금 성격으로 지원하는 바람에 시민축구단의 연간 예산 계획의 어려움과 집행의 불투명·부적정 등의 문제점이 드러나자 전주시의회에서 잇따라 개선을 요구했지만 이를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대부분 혈세 보조금이 시민축구단의 인건비로 지원되고 있음에도 지난해부터 일부 구성원들의 임금체불로 인한 극심한 내부 갈등과 잡음이 이는 등 올해는 국민신문고에 고발되기까지 내부 문제가 잇따라 제기됐음에도 전주시는 뒤늦게 인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 수사가 진행되는 도중에 단장이 스스로 숨지는 사고까지 발생해 원인을 놓고 갖가지 의혹이 난무한 상태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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