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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출신 해병대 고 채 상병이 순직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억울한 죽음의 원인과 수사 외압 및 구명 로비 의혹 등을 규명할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이 또 부결되면서 자동 폐기됐다.
25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이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이에 따라 21대 국회 막바지인 지난 5월 28일에 이어 두 번째 폐기됨에 따라 '국회가 피해자를 두 번, 세 번 죽이고 있다'는 분노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6표 모자라 국회 문턱 넘지 못해…민주당, 또 수정 후 재발의?

국회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채상병 특검법’을 재표결에 부쳤으나 재석 299명에 찬성 194명, 반대 104명, 무효 1명으로 부결됐다. 재의 요구된 법안이 본회의를 넘으려면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최종 6표가 모자랐다.
21대 국회에 이어 또다시 폐기된 ‘채상병 특검법’은 국민의힘이 '부결'을 당론으로 정하고 이날 표결에 참석하면서 3분 2 선을 넘지 못했다. 민주당은 세 번째 채 상병 특검법 수정안을 마련해 다시 발의한다는 방침이지만 실망과 분노가 고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당권에 도전할 당시 제안한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도 대안으로 부상할지 관심이 쏠리지만 이 역시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채상병 특검법’이 또 폐기됨에 따라 억울한 죽음의 원인과 국민적 관심이 높은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한 실체적 진실 규명이 더욱 어려워지게 돼 실망과 공분이 점점 확대되는 분위기다.
채 상병 고향 “대통령·정부·여당, 진실 가리려는 행태에 분노…대한민국 맞느냐?”

특히 채 상병이 순직한 지 1년이 지났는데도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고인의 고향인 남원지역 시민들과 모교인 원광대학교 동문 등 많은 국민들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이날 '채상병 특검법' 폐기 소식이 전해지자 이강수 씨(남원시 죽항동) 등 남원시민들은 “젊은 장병이 군에 입대해 억울한 죽음을 맞이했는데도 1년 넘도록 정확한 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있는 이 나라가 대한민국 맞느냐”며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더욱 앞장서서 진실을 가리려고 하는 행태에 분노가 치민다”고 분노를 터트렸다.
채 상병의 모교인 원광대 동문들 사이에도 “대통령과 여당의 특검법 거부를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며 “수사 외압은 그렇다 치더라도 사망 원인이라도 정확이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하는 게 병역 의무를 강제하는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도리 아니냐”고 입을 모았다.
한편 민주당은 '채상병 특검법' 수정안을 재발의할 예정이지만 야당의 강행 처리는 또 다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이어져 재표결과 부결·폐기의 악순환이 반복될 공산이 크다. 이러한 악순환의 되풀이는 정부와 여당,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국민적 저항, 분노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