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 폭우 피해' 속보

10일 내린 폭우로 물에 잠긴 군산시내 한 도로.(사진=전북자치도 제공)
10일 내린 폭우로 물에 잠긴 군산시내 한 도로.(사진=전북자치도 제공)

전북지역에 기록적인 물폭탄이 쏟아져 크고 작은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축구장 면적의 약 483개에 달하는 농작물이 잠기고 마을이 고립되는 피해가 발생하는 등 10일 한 시간 동안 최고 120mm 이상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학교 46곳에 침수와 붕괴 등 크고 작은 피해가 발생했다. 게다가 한국수자원공사 섬진강댐지사는 폭우로 댐 수위가 높아지면서 수문 방류 계획을 예고해 댐 하류 지역의 침수 피해 등이 우려된다.

11일 기상청 등에 따르면 7일부터 10일까지 나흘간 전북지역에 내린 누적 강수량은 익산 함라 411.0㎜, 군산 어청도 363.0㎜, 무주 덕유산 289.5㎜, 진안 주천 265.5㎜, 장수 248.5㎜, 전주 193.2㎜ 등을 기록했다

연 강수량 10% 넘어서는 등 역대 최고 강우 기록...침수 피해 잇따라

10일 군산 어청도에 기상 관측 사상 시간당 최대 146mm의 폭우가 쏟아진 가운데 한 마을 앞 도로가 빗물로 범람하고 있다.(사진=전북자치도 제공)
10일 군산 어청도에 기상 관측 사상 시간당 최대 146mm의 폭우가 쏟아진 가운데 한 마을 앞 도로가 빗물로 범람하고 있다.(사진=전북자치도 제공)

10일 새벽 1시간 만에 146㎜의 폭우가 쏟아진 군산 어청도는 1시간여 동안 쏟아진 비가 연 강수량의 10%를 넘어서는 등 역대 최고 강우량으로 기록됐다. 전북자치도에 따르면 10일 오후 6시 기준 도내 비 피해는 공공시설 23건(도로 2건, 하천 9건, 저수지 1건, 교량 1건, 상하수도 2건, 토사유실 8건), 사유시설 100건(주택 반파 1건, 주택 침수 99건) 등으로 집계됐다.

농작물의 경우 10개 시·군에서 945.8㏊ 규모(벼, 논콩, 시설하우스 등)의 침수 피해가 발생했으며 가축 피해는 12만 6,890마리에 달한다. 이번 집중호우로 군산·익산·완주·진안 4개 시·군 주민 271명(122세대)은 비를 피해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까지 했다. 이 중 28명을 제외한 243명(군산 129명, 익산 102명, 완주 12명)은 현재까지도 귀가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10일 내린 집중호우로 전북자치도는 이날 새벽부터 아침 사이 곳에 따라 최대 100~200mm의 집중호우가 내린 군산과 익산, 완주, 진안 등 4개 시·군 주민 184명이 침수 피해와 산사태 우려 등의 이유로 일시 대피했다고 밝혔다.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주택 84채가 물에 가라앉거나 반파되고 농축산물 피해도 발생했다. 군산·익산·진안·고창·부안 등 5개 시·군에 서 벼, 논콩, 시설하우스 등 343.1㏊가 침수됐다. 또한 축사 25곳이 침수돼 닭과 오리, 한우 등 가축 12만, 6000여 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10일 밤사이 완주군 운주면 지역에 146.9㎜의 폭우가 쏟아져 장선천이 범람하자 119구조대원들이 출동해 고립된 주민들을 대형 고무통을 이용해 구조하고 있다.(사진=전북소방본부 제공)
10일 밤사이 완주군 운주면 지역에 146.9㎜의 폭우가 쏟아져 장선천이 범람하자 119구조대원들이 출동해 고립된 주민들을 대형 고무통을 이용해 구조하고 있다.(사진=전북소방본부 제공)

완주군 지역에서는 하천 제방과 저수지 사면, 교량 교각이 떠내려가고 익산과 진안에서도 도로가 유실되는 등 공공시설 피해가 잇따라 접수됐다. 이날 오전 4시 10분께 완주 운주면 장선천이 범람하면서 주민 18명이 고립돼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이 고립된 주민들을 구조했다.

또 군산 성산면의 한 야산에서 토사가 무너지면서 인근 빌라로 유입돼 주민 22명이 긴급 대피하는 등 나운동의 한 아파트에서도 산사태로 인해 주민 26명이 대피했다. 전북소방본부에는 9일 오후 5시부터 10일 오전까지 총 338건 신고가 접수됐다. 이 중에는 나무제거 71건, 주택침수 75건, 도로장애 및 침수 40건, 건물침수 36건, 산사태 등 토사제거 7건, 인명구조 13건, 기타 96건 등이었다.

10일 새벽 군산 성산면 야산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토사가 쓸러내려 인근 한 빌라로 밀려들었다.(사진=전북소방본부 제공)
10일 새벽 군산 성산면 야산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토사가 쓸러내려 인근 한 빌라로 밀려들었다.(사진=전북소방본부 제공)

이밖에 지난해 장마철 폭우로 침수 피해를 입었던 익산시 용동면과 망성면 일대 시설 하우스가 1년 만에 또다시 물에 잠겼다. 익산시는 용동면과 망성면 일대 150ha 정도가 이번에 내린 폭우로 침수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익산시는 이들 지역에 대해 오는 20일까지 피해 접수를 받을 예정이어서 피해 면적은 더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피해지역은 1년 전 지난해 여름 폭우로 시설하우스 390ha가 물에 잠긴 곳이다.

전북지역 기록적인 폭우로 학교 46곳 시설 피해

10일 내린 폭우로 완주군 운주중학교 운동장이 침수됐다.(사진=전북교육청 제공)
10일 내린 폭우로 완주군 운주중학교 운동장이 침수됐다.(사진=전북교육청 제공)

전북지역의 기록적인 폭우에 학교 시설들의 침수 피해도 잇따랐다.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에 따르면 10일 오후 1시께 군산·익산·정읍·완주 등 지역의 유치원 4곳, 초등학교 25곳, 중학교 12곳, 고등학교 5곳 총 46개교에서 호우 피해가 집계됐다. 피해 사례로는 건물 천장 및 벽면 누수, 배전반·상수도 매립함 침수, 기숙사 지하실 완전 침수, 교내 담장 붕괴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피해 정도가 심각한 군산 대성중과 중앙중은 건물 내부까지 토사물이 유입되면서 단축수업을 실시했다.

또 완주 운주초·중학교에서는 학교 담장 등 시설물이 부분 붕괴되고 교실 내부가 흙탕물로 가득 차 급수가 중단되면서 학교장 재량으로 휴교 조치가 내려지는 등 4곳의 학교가 학사일정을 조정했다. 이처럼 이번 폭우로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군산과 익산 등을 중심으로 큰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전북자치도는 비가 잦아들며 피해 접수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섬진강댐 11일 오후부터 방류...하류지역 홍수·침수 피해 주의

10일 밤사이 완주군 운주면 지역에 폭우가 쏟아져 장선천이 범람하자 119구조대원들이 집 안에 고립된 한 노인을 안아 구조하고 있다.(사진=전북소방본부 제공)
10일 밤사이 완주군 운주면 지역에 폭우가 쏟아져 장선천이 범람하자 119구조대원들이 집 안에 고립된 한 노인을 안아 구조하고 있다.(사진=전북소방본부 제공)

더구나 한국수자원공사 섬진강댐지사는 폭우로 댐 수위가 높아지면서 수문 방류 계획을 예고함으로써 하류 지역의 침수 및 홍수 등 2차 피해가 우려된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10일 오후 4시 기준 섬진강댐 수위는 189m로 홍수위 계획 수위(189m)에 도달한 만큼 11일 오후 2시부터 수문을 열어 초당 300t 이내의 물을 흘려보낼 계획이다.

전날 오전 0시께 183.3m였던 댐 수위는 계속 비가 유입되면서 크게 올랐고, 40.3%였던 저수율은 59.8%까지 상승했다. 섬진강댐은 지난해 7월에도 폭우가 내리면서 수문을 개방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020년 폭우로 섬진강의 수위가 높아진 상황에서 섬진강댐 방류까지 겹치면서 댐 하류 지역인 남원과 임실, 전남 곡성·구례·광양, 경남 하동의 침수 피해가 컸다.

이 외에도 수자원공사 용담댐관리소는 10일 현재 댐 유입량은 초당 700여t에서 많게는 2,500t에 달하고 있고, 저수율도 71%을 넘은 상태라고 밝혔다. 댐 관리소는 “장마에 대비해 지난 5월부터 사전 방류를 통해 저수율을 50%대까지 낮춰서 대비한 상태”라며 “아직은 수문을 열고 방류할 계획은 없지만 향후 장마전선의 영향과 호우 상황에 따라 방류 여부는 다시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주말 비 또 예보...저지대 침수·하천 범람 각별히 유의해야

10일 군산지역의 한 빌라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들이 절반 높이 가량 잠겨 있다.(사진=전북소방본부 제공)
10일 군산지역의 한 빌라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들이 절반 높이 가량 잠겨 있다.(사진=전북소방본부 제공)

한편 전북지역 호우는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앞으로도 내륙을 중심으로 최대 40㎜ 소나기가 예상되며, 토요일인 13일 오후부터 정체전선 영향을 받아 다시 장맛비가 내릴 전망이다. 전북자치도 관계자는 “많은 비로 인해 지반이 약해져 산사태와 축대·제방 붕괴 위험이 높아졌다”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현재 전북자치도는 둔치주차장 5개소(장수 2개소, 전주·남원·김제 각 1개소)와 지하차도 3개소(익산 2개소·완주 1개소), 언더패스 16개소, 세월교 2개소(익산), 탐방로 12개소(국립공원 4개소, 도립공원 6개소, 군립공원 2개소), 하천산책로 43개 구간(30개 하천) 등을 통제했다. 전북자치도는 10일 오전 6시를 기해 재해대책본부 비상 수준을 3단계로 격상하기도 했다. 현재 1,654명이 비상근무 체제를 유지 중이다.

전주기상지청 관계자는 “강하고 많은 비가 예상되니 계곡이나 하천의 상류 근처의 야영을 자제하고 하천변 산책로와 지하차도 등 출입하지 않아야 한다”면서 “또 저지대 침수와 하천 범람 급류에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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