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지역, 다른 언론-볼만한 뉴스(97)
장마가 다시 찾아왔다. 지난해 장마 때문에 전북지역에선 악몽과도 같은, 다시 기억하기 싫은 큰 두 사건이 발생했다. 지금도 거대한 생채기와 후유증이 남아 있는 두 사건 중 하나는 6년여 동안 기다리고 기다렸던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가 장마와 태풍에 철저한 대비를 하지 못해 시작과 함께 철수 사태를 맞으며 참담한 실패로 막을 내린 뼈아픈 사건이었다.
또 다른 하나는 장마철 집중호우로 인한 실종자 수색 중 급류에 휩쓸리며 실종된 남원 출신의 채 해병이 실종 14시간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돼 충격과 슬픔을 안겨준 사건이었다. 새만금잼버리는 여전히 책임 규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고 현재까지도 감사가 진행 중이다. 반년 동안 진행된 감사 결과의 보고서가 이제서야 작성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왔지만 책임 회피 경쟁이 다시 정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염려된다. 또 다른 채 해병 사망 사고는 원인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외압 의혹 때문에 1년이 다 되도록 정확한 사고 원인은 물론 당시 수사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베일에 가려진 채 여전히 한발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고 채 해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은 특검으로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는 야당의 거센 주장과는 달리 정부와 여당, 대통령실 등은 미온적이거나 물타기에 나서며 정쟁으로 부추기는 형국이다. 그러나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수록 의혹의 최정점에 윤석열 대통령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만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1일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를 열어 많은 관심을 불러 모았다.
이날 청문회에는 수사 외압 의혹의 중심에 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외에 이번 사건의 핵심에 있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을 비롯해 박성재 법무부 장관, 박진희 육군56사단장,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이시원 전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 이용민 해병대 제1사단 포병여단 포병7대대장, 임기훈 국방대 총장 등이 증인으로 참석했다. 무려 12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청문회는 그러나 이 전 장관과 신 전 차관, 임 전 사단장 등 사건의 외압 의혹 핵심 인물 세 명은 증인 선서를 거부하면서 시작부터 외압의 가능성과 특검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켰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이날 청문회를 두고 일부 보수언론들은 ‘맹탕 청문회’, ‘사법 방해 청문회’, 심지어 ‘이재명 지키기 도구용 청문회’ 등으로 규정하며 의미를 퇴색시키거나 증폭된 의혹과 분노에 대한 물타기에 나섰지만 대부분 언론들은 ‘특검 필요성을 확인해 준 청문회’, 한 사람 격노로 수많은 사람이 범죄자가 된 사실을 드러낸 청문회‘에 방점을 찍었다. 이날 청문회 이후 보도된 주요 언론들의 주목할 만한 사례들을 분석·정리해 보았다. /편집자주
’채상병 특검법 청문회’ 생중계, KBS에서만 볼 수 없없던 이유는?
채 상병 사망 338일 만인 21일, 처음으로 관련 사건의 핵심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채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를 주요 방송사들은 유튜브 채널로 종일 중계했다. 많은 국민들은 휴대폰을 통해 이동하면서 또는 식사 중에도 청문회를 지켜보았다. 그런데 이날 주요 방송사들 중 KBS만 생중계하지 않아 많은 의구심과 비판이 쏟아졌다.
이와 관련 미디어오늘은 21일 관련 기사(‘채상병 특검법 청문회’ 생중계, KBS에서만 볼 수 없다?)에서 “이날(21일) 국회에선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 핵심 인물인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등이 직접 참석하기로 해 전국민적 관심을 모았다”며 “이에 MBC, SBS, TV조선, 채널A, JTBC, YTN, 연합뉴스TV 등 지상파·종편·보도전문채널에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청문회를 생중계했다. 하지만 KBS는 이를 생중계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어 기사는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KBS본부)에 따르면 담당부서인 디지털뉴스부는 ‘현재 입법 청문회는 야당 단독으로 이뤄지는 상황이고 일방적 입장만 전달될 수 있는 형식’이라며 ‘증인도 일부만 출석하는 상황이어서 라이브 스트리밍을 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고 전한 뒤 “이어 ‘여당이 단독으로 개최하는 경우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며 ‘국회에서 진행되는 청문회나 상임위 모두 여야가 모두 참석할 경우 라이브 중계 예정’이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기사는 “몇주 전 디지털뉴스부는 여야가 모두 참석하는 상임위나 청문회가 아니면 현장 생중계를 하지 않겠다는 내부 기준을 만들었다”며 “이에 언론노조 KBS본부는 <채해병 특검 청문회 모르쇠…국민의 눈을 가리면 없는 일이 되는가>란 성명을 내고 ‘한마디로 해당 청문회의 뉴스로서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기 보다는 야당 단독으로 개최한 청문회라는 것에만 포커스를 맞춰 라이브 연결 자체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라며 ‘야당 단독으로 청문회를 개최하는 것이 불법도 아닌데 공영방송 KBS가 스스로 정치적 판단을 해서 주요 뉴스에 눈을 감은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입장을 전달했다.
이밖에 기사는 말미에서 “언론노조 KBS본부는 ‘특정 권력에 경도돼 공영방송 KBS에 정치적 영향력을 투영하는 짓을 지금이라도 당장 중단하라’라며 ‘더이상 정권과 여당의 비위를 맞출게 아니라 국민 관심에 부응하고 알권리를 보장하는 방송으로 공영방송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라’라고 주장했다”는 내용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KBS는 저녁 뉴스에서도 MBC 등 다른 지상파 방송사들보다 국회 청문회 소식을 소극적으로 다뤄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특검 필요성 확인시킨 ‘채 상병 수사 외압’ 청문회...
대통령실·국방부 전방위 개입 정황 여러모로 뚜렷”
신문들 중에서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특검 필요성을 확인시켜 준 청문회란 점을 나란히 부각시켜 주목을 끌었다. 청문회 다음날인 22일 한겨레는 ‘특검 필요성 확인시킨 ‘채 상병 수사 외압’ 청문회‘란 제목의 사설에서 “이미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에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전방위로 개입한 정황은 여러모로 뚜렷해진 바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에 격노해 수정을 지시한 사실은 대통령실도 인정했다”고 운을 뗐다.
그러나 “의혹 당사자 전부가 짜기라도 한 듯 불리한 질문에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증언을 거부하는 모습을 보며, 역설적으로 특검의 필요성을 절감한 국민이 많았으리라 본다”는 사설은 “국회 청문회조차 우롱하려 드는 뻔뻔한 행태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도 강제 수사를 통해 실체를 밝히는 수밖에 없다”며 “국회는 신속히 채 상병 특검법을 의결해 진실이 묻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민의힘도 더 이상 국민의 뜻을 거스르지 말아야 한다. 또 한번 민심을 저버렸다가는 청문회를 보며 더욱 커진 국민의 울분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조사기록 회수 과정, 직접 개입 보여준 결정적 증언 나와”
경향신문은 ’유재은 ‘대통령실 개입’ 청문회서 증언, 채상병 특검 이유 더 커졌다‘는 제목의 이날 사설에서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해병대 수사단의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기록을 회수하겠다고 경북경찰청에 통보하기 직전 임기훈 당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으로부터 ’경북경찰청으로부터 연락이 올 것‘이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채 상병 청문회에서 증언했다”며 “대통령실이 국방부와 경찰을 조율했다는 취지다. 대통령실이 조사기록 회수 과정에 직접 개입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언이 나온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이종섭 전 장관 등은 이날 모르쇠로 일관했다”는 사설은 “대통령실이 조사기록 회수에 관여한 게 사실로 드러남에 따라 수사 외압 배후가 대통령실이고 그 최정점에 윤 대통령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은 더욱 짙어졌다”면서 “’기억나지 않는다‘거나 ’답변할 수 없다‘고 버틴 이 전 장관 등의 태도는 진실을 규명하려면 특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시켰다. 그런데도 특검을 거부한다면 범죄를 감추려는 시도로 비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언제까지나 진실 은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
한국일보도 사설 ’청문회서 부인·침묵·선서거부···명분 커진 채 상병 특검‘에서 “외압에 힘들어하는 실무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는 안타까움을 더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수사관이 ’이렇게 세상이 무서울 줄 몰랐다. 다음에 사건이 꼭 거기로 가면 철저하게 수사를 해 달라‘고 호소하자, 경찰 수사관이 흐느끼는 음성파일이 공개됐다”고 밝혔다.
이어 사설은 “박정훈 대령은 ’한 사람의 격노로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됐다‘며 ’저렇게 많은 통화와 공모가 있었다는 것이 너무나 참담하다‘고 토로했다. 공수처 수사가 진행 중이고, 특검 도입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언제까지나 진실을 은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고 역설했다.
“굳이 사실 숨기려 안간힘 쓰는 듯한 이 전 장관 등 모습...
수사 외압 의심 더욱 키울 뿐”
보수언론들 중 동아일보는 이날 사설 ’‘채 상병 청문회’ 핵심 증인들의 집단 선서 거부, 뭐가 켕겨서…‘에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이 어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채 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에 출석해서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증인선서를 이례적으로 거부했다”며 “그러면서 발언은 자기변명과 ‘모르쇠’로 일관했다. 정작 항명 혐의로 재판을 받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선서를 하고 모든 질문에 답한 것과 대비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출석은 하면서 선서를 하지 않은 것은 결국 불출석과 위증에 따른 처벌은 피하면서 자기변명을 하는 데 목적이 있었던 셈이다”고 덧붙인 사설은 “박 전 수사단장은 ‘한 사람의 격노로 모든 게 꼬이고 수많은 사람이 범죄자가 됐다’고 말했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궁금하게 여기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수사하고, 특검 도입을 논의할 청문회까지 열린 것이다. 그런데도 굳이 사실을 숨기려 안간힘을 쓰는 듯한 이 전 장관 등의 모습은 수사 외압에 대한 세간의 의심을 더욱 키울 뿐이다”고 지적했다.
“법사위, ‘이재명 로펌’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사설 ‘이 대표 수사 검사·판사 무차별 탄핵, 무법 폭력 집단인가’에서 “민주당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았던 법사위를 자신들이 맡겠다며 일방적으로 법사위를 구성해 현재 단독 운용하고 있다”며 “법사위는 검찰, 법원, 공수처, 감사원을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고, 탄핵 소추와 특검법을 주관한다”고 다른 시각으로 바라봤다.
이어 사설은 “민주당은 21일 단독으로 법사위를 열어 ‘해병대원 특검법’에 대한 입법 청문회를 강행했다”며 “법사위를 한편으론 이(재명) 대표 방탄용으로, 다른 쪽으로는 정권에 대한 공격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민주당은 법사위에 이 대표 사건 변호인단 출신들을 집중 배치했다. 이 때문에 법사위가 ‘이재명 로펌’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11년 전 국정원 댓글수사 외압 폭로 윤 대통령,
수사 외압 의혹 한 가운데”
중앙일보는 사설 대신 일반 기사('맹탕' 채상병 청문회…"한 사람 격노로 꼬였다" "尹개입 없었다")에서 “민주당이 여당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원 불참한 가운데 단독으로 개최한 ‘반쪽’ 청문회가 핵심 증인들의 증언 거부 속에 결국 ‘맹탕’ 청문회가 됐다”며 “전날 ‘채상병 특검법안’을 법사위 소위를 단독 통과시킨 뒤 하루 만에 연 청문회였다”고 보도했다.
또한 “청문회에선 지난해 7월 31일 이종섭 전 장관이 주재한 회의에서 당시 정종범 해병대 부사령관이 작성한 이른바 ‘정종범 메모’에 의미에 대해서도 질의가 이어졌다”는 기사는 “이 메모엔 ‘누구누구 수사 언급하면 안 됨’ ‘사람에 대해서 조치‧혐의는 안됨’ 등 사건 처리 지침으로 보이는 내용이 담겼다”며 “이 메모를 작성한 정 전 부사령관은 당초 군 검찰 수사 과정에선 ‘메모 내용은 유재은 관리관의 발언’이라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정작 유 관리관은 청문회에서 ‘(메모 내용은) 장관님의 말씀을 적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는 기사는 “그러자 이종섭 전 장관은 ‘(메모 속) 10가지 지시사항을 제가 다 지시한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며 “메모 내용에 대해 당시 국방부 장관·법무관리관, 해병대 부사령관의 진술이 미묘하게 엇갈린 셈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채 상병 수사외압 의혹이 시작된 첫 단추인 ‘VIP(대통령) 격노설’의 진위에 대한 공세도 이어졌다”는 기사는 “박지원 의원은 ‘11년 전 (국정원 댓글수사) 외압을 폭로한 윤 대통령이 이제 수사 외압 의혹 한 가운데에 있다’며 ‘왜 대통령은 꼬리 자르기를 하냐’고 말했다”며 “전현희 의원은 ‘이 사안은 대통령에 대한 직권남용 등 불법적 행위로 탄핵 사유가 될 수도 있는 어마무시한 일’이라고 공세를 벌였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기사는 “청문회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논평을 내고 ‘오늘 민주당 단독 입법청문회는 대한민국 법치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며 ‘권력남용이자 사법 방해’라고 비판했다”며 “이재명 사법파괴 저지 특별위원회도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이 채상병 특검법 청문회를 열어 경찰과 공수처가 수사 중인 사건에 실질적으로 개입하고, 특검 정국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