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이슈
송하진 전 전북지사가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서예비엔날레)가 수의계약 남발과 주먹구구식 회계 운영 등으로 지난 1월 도의회에서 많은 지적을 받았음에도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오히려 문제를 더욱 키워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특히 계약 등과 관련해 허위 진술, 공문서 조작 의혹 등을 받은 서예비엔날레가 한치의 의혹이 남지 않도록 조직위원회의 감사 등 시정조치가 긴요하다는 지적을 받았음에도 5개월이 지난 최근에도 계약 관련 서류의 위조와 수의계약 관련 거짓 진술 등이 다시 도마에 올라 총체적인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
이수진 도의원 “서예비엔날레 계약 서류, 날인 되지 않은 원본에 날인 한 부분만 오려서 붙여 제출...명백한 자료 위조”

전북자치도의회 이수진 의원(국민의힘·비례대표)은 5일 열린 제410회 정례회 2차 본회의 도정질문에서 김관영 지사를 상대로 서예비엔날레 조직위원회(조직위)의 위법 행위에 대한 감사 등의 시정조치 및 '세계서예비엔날레관' 건립 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문제점을 조목조목 제시해 주목을 끌었다.
이 의원은 특히 “서예비엔날레 조직위에서 받은 계약 관련 자료를 살펴본 결과, A사 전광판 계약 건의 계약서와 계약보증금 지급 각서에 날인이 되지 않은 원본에 날인 한 부분만 오려서 붙인 것을 발견했다”며 “이는 명백히 자료를 위조한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날 이 의원은 “세예비엔날레의 2023년 수의계약 10건 중 전광판 광고 계약서의 아랫부분 오른쪽에 도장을 찍은 종이를 따로 붙였다”며 도장이 찍힌 부분을 떼어내자 도장이 없는 백지 상태의 계약서를 김 지사에게 확인해 보이면서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지”를 추궁했다.
그러자 김 지사는 "도장이 찍힌 자료는 언제 받았고, 도장이 찍히지 않은 자료는 언제 받았는지" 되묻자 이 의원은" 올 1월 도의회 5분 발언 이후 같은 시기에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행정감사에서도 수의계약 문제 지적...시정되지 않고 거짓 진술까지”

이 의원은 "지난해 행정감사 제출 요구 자료 중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10건이 서로 일치하지 않아서 다시 제출을 요구하고 받은 자료 중 2건이 도장을 따로 찍은 종이를 붙여서 보내왔다"고 주장하며 해당 계약서를 확인해 보였다.
문제는 전북자치도 예산 지원을 받으면서도 도의회에 제출한 계약서 입증 자료를 도장이 찍히지 않은 서류에 도장을 따로 찍어 붙여 보내온 것은 명백한 '서류 위조'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에 이 의원은 "원래 도장이 찍힌 자료가 없었기 때문에 뒤늦게 도장을 찍어서 위조한 것"이라며 "계약에 관련된 전광판 광고 계약서와 계약보증금 지급 각서가 도장 찍힌 자료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에 대해 조사를 철저히 할 것"을 지사에게 요구했다. 그러면서 "서예비엔날레 조직위의 계약 관련 행정 절차가 이렇게 허술하다"며 "이런 것들 때문에 감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이 의원은 “올해 초 서예비엔날레 조직위 상반기 업무보고 과정에서도 조직위원회와 집행위원회에 소속된 위원들이 대표로 있는 업체와 수의계약을 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지만 집행위원장은 없다고 했다”며 관련 영상을 공개한 뒤 “하지만 집행위원장이 대표로 있는 업체와 2021년 3건의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고, 결과적으로 집행위원장은 공식 석상에서 거짓 진술한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집행위원장의 허위 진술, 공문서 조작 의혹 등에 대해서 한치의 의혹이 발생하지 않도록 서예비엔날레 조직위의 감사 등 시정조치가 긴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이날 김 지사는 “정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해서 적절한 법적 조치가 필요한지 확인해 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15억 예산 쓰고도 현장 지도·감독 미실시 이유가 '코로나' 때문이라니...해명 매우 궁색”
이날 또 이 의원은 "서예비엔날레의 적절한 예산집행 등을 확인하기 위한 도의 최근 6년(2019~2024년)간 지도·점검이 2020년과 2021년에는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그 이유를 묻자 김 지사는 "당시 코로나 위기 상황이어서 현장 지도·점검은 따로 하지 않고 보조금 정산과 실적 보고로 대신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 의원은 ”15억여원의 예산 중 잔액이 1억 3천여만원 정도 밖에 남지 않게 사용했는데 왜 지도·감독을 하지 않았는지 물었는데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며 ”코로나 위기 때문이라면 예산을 쓰지 말았어야 하는데 왜 예산을 사용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이어진 질의에서도 이 의원은 '세계서예비엔날레관' 건립에 대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에 관한 용역을 전북연구원에 맡겼는데 문제가 발생했음을 지적했다. 이 의원은 "전북연구원은 전북자치도와 세계서예비엔날레관 건립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수의계약으로 체결한 후, 용역의 중요 부분인 세계서예비엔날레관 건립 타당성 조사를 비롯해 4건을 다시 재위탁했다”며 재위탁한 근거를 따져 물었다.
특히 “애초에 연구원 인력으로 할 수 없었다면 처음부터 공동연구로 참여케 하거나 입찰해서 하는 게 바람직했다”며 "더욱이 외부에 맡긴 세계서예비엔날레관 건립사업 타당성 조사 결과를 그대로 반영하지 않고, 가공한 점"을 문제 삼았다.
“세계서예비엔날레관 건립 타당성 조사, 전북연구원 수의계약 후 외부에 또 용역...결과물 입맛에 맞게 짜맞추기식“ 지적

이 의원은 이 외에도 “외부 업체에서 수행한 경제성 분석 결과에는 0.9659로 B/C비율이 1.0을 넘지 못해 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하지만 연구원의 최종보고서에는 해당 사업이 100% 국가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편익 발생의 범위를 전국으로 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편익 대상의 범위를 전국보다 좁히는 것이 타당하다는 납득할 수 없는 논리를 들며, 편익 발생 범위를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충청, 호남, 영남권)으로 하는 시나리오 1과 호남권으로만 하는 시나리오 2로 구분하여 편익을 산출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시나리오 1이)이 경제성 분석결과 1.3024로 B/C 비율이 1을 넘어 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적혀있다”고 설명한 이 의원은 “이는 외부에서 수행한 용역 결과물을 내 입맛에 맞게 짜맞추기식 해서 경제적 타당성 분석을 한 것이 아니냐”며 질타했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세계서예비엔날레관 건립은 중앙투자심사 심의 대상 사업으로 경제적 타당성 조사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에 경험이 많은 외부 업체에서 추진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더 유리할 것으로 판단함에 따른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수의계약 후 재하청식 재위탁, 내 입맛에 맞는 짜맞추기식 경제 타당성 분석 등 시작부터 잘못된 세계서예비엔날레관 건립 사업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경쟁이 가능한 학술용역, 쪼개기가 일상화된 사방사업 실시설계 용역과 감리 용역 등 수의계약 관행을 근절시키고, 계약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의계약 관련 조례와 같은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 지사 “중앙투자심사 사업 경제적 타당성 매우 중요...경험 많은 외부 업체 추진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
이에 대해 김 지사는 “세계서예비엔날레관 건립은 중앙투자심사 심의 대상 사업으로 경제적 타당성 조사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에 경험이 많은 외부 업체에서 추진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더 유리할 것으로 판단함에 따른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앞서 지난 1월 24일 도의회 제406회 임시회에서도 이 의원은 5분 발언을 통해 서예비엔날레 조직위의 전면적인 쇄신과 환골탈태, 전북자치도의 강력한 지도·점검을 촉구한 바 있다. 당시 이 의원은 “서예비엔날레 조직위는 자체 회계규정에 근거해 ‘공연연출, 도록제작, 전시장 디피시설, 표구제작, 방송홍보’ 등 5개 분야에서 수의계약을 맺어왔는데 지방계약법과 동법 시행령 보다 조직위원장의 재량권을 우선 적용했다”며 “이는 명백한 일탈 행위이자 재량권 남용이다”고 지적했다.
소리비엔날레, 외형 크게 성장했지만 혈세 집행 관리·감독 사각지대...왜?

이 의원은 또 “지난 2021년과 2023년 조직위 평가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연구진이 일치하는 등 업데이트 수준의 보고서에 머물렀다”며 “이제라도 서예비엔날레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부당한 수의계약 관행과 객관성·신뢰성이 훼손된 조직위의 평가보고서의 문제점 외에도 서예비엔날레의 외형은 크게 성장했지만 조직위원회는 관리 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질타했었다.
이처럼 조직 운영이 방만하게 이뤄지고 계약 등에 관한 업무가 허술하다는 지적을 계속 받아오고 있는 서예비엔날레 조직위원장은 송하진 전 지사가 맡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전관예우’에 ‘봐주기 행정’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높다.
지난 1997년 무주에서 열린 동계유니버시아드 대회의 소규모 문화행사로 출발한 서예비엔날레는 지난해 18억 3,000만원의 예산이 소요될 정도로 외적으로 성장한 가운데 2026년 완공 예정으로 324억원 규모의 서예비엔날레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전 도지사 등 지역 명망가들의 자리 보존을 넘어 도민 혈세 낭비와 내부 일탈 행위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특단의 수술 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