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언론계 이슈
잊을 만하면 전북지역 일선 시·군지역에서 발생하는 '사이비 기자 피해' 사례가 최근 잇따라 불거지면서 사법당국의 수사가 이어지는 등 파장이 지역사회에 확산되고 있다.
특히 임실지역에서는 광고비를 강요하는 등의 혐의로 지역에서 활동하는 인터넷신문 기자가 검찰에 의해 기소된데 이어 익산지역에서는 특정 공무원과 짜고 지역 언론사 기자가 인사 담당자 및 인사권자에게 부당한 인사를 강요한 혐의로 경찰이 강제 수사에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전북경찰, '부당 인사 강요 혐의' 익산시청·지역 주간신문 압수수색...대가성 거래, 압력·협박 여부 ’촉각‘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23일 인사 강요 등의 혐의로 익산시청과 지역 언론사 사무실 및 해당 기자 차량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익산시청 공무원 A씨(6급)가 지역의 주간신문사 기자(국장급) B씨와 짜고 윗선에 부당 인사를 강요한 정황을 포착하고 이날 강제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해당 언론사와 기자의 차량, 익산시청 담당 부서 등을 이날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약 3시간 동안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해당 공무원과 기자에 대한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해당 기자는 공무원과 짜고 인사 담당자 및 최종 인사권자인 시장 등에게 특정 부서로의 전보 조치를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무원·기자 "전혀 사실과 다르다" 혐의 부인...정헌율 시장 "잘 모르는 내용"
특히 공무원 A씨는 내부 물의로 인사가 좌천된 것에 앙심을 품고 지역 언론사 기자 B씨와 함께 인사 복귀를 요구하며 익산시장을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해당 공무원과 지역 주간신문사 기자의 휴대전화 등을 압수해 디지털 포렌식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익산시청과 해당 기자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며 "수사 중인 사안으로 정확한 것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공무원과 기자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데다 정헌율 익산시장도 관련 내용을 잘 모른다고 밝혀 수사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따라서 경찰이 해당 언론사 및 기자와 익산시청 등을 동시에 압수수색할 정도로 고강도 수사를 벌이고 나선 만큼 해당 기자와 공무원 사이의 대가성 거래가 있었는지 여부와 인사권자에게 부당한 압력과 협박 등이 가해졌는지 여부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공무원 노조 “공직사회 갉아 먹는 사이비 언론인 퇴출, 엄정한 사법적 제재 요구”

한편 앞서 전북시·군공무원노동조합협의회(공무원노조)는 18일 전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판 기사를 빌미로 공무원들을 괴롭힌 임실군 한 인터넷 매체 언론인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지켜볼 것"이라며 "우리는 공직사회를 갉아 먹는 사이비 언론인의 퇴출과 엄정한 사법적 제재를 요구해 왔다"고 목소리를 높여 주목을 끌었다.
이날 공무원노조는 "해당 기자가 법의 처벌을 받더라도 또다시 언론계로 복귀하려 한다면 이를 막을 수 없는 현실"이라며 "언론계가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하지 말고 항상 경계하고 자정 기능을 유지해 이와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해당 언론인은 인터넷신문 소속 기자 C씨로 그는 지난 2018년 2월부터 2021년 5월까지 임실군청에 대한 비판 기사를 게재하겠다고 공무원 D씨 등을 협박해 모두 22차례에 걸쳐 2,600만원의 광고비를 지급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또한 사단법인 한국임업후계자협회 전북지회장직을 맡고 있었던 C씨는 중앙회에서 자신을 제명 처리하자 변호사 조언을 받겠다며 협회 자금 500만원을 횡령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C씨에 대해 징역 3년을 구형한데 이어 법원의 선고 공판은 다음달 28일 열릴 예정이다.
전북민언련 “보복 취재와 부업으로 연명하는 사이비 기자 퇴출해야”

이와 관련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전북민언련)은 22일 ’보복 취재와 부업으로 연명하는 사이비 기자는 퇴출해야 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반복되는 언론인의 사이비 행위를 보는 우리의 심정은 참담하다”며 “지역 언론사의 윤리 의식과 처우개선 대책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반면, 언론 윤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기자들과 행정 일선이 느끼는 박탈감과 모멸감은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성명은 “지역 언론에 대한 낮은 신뢰의 원인인 ‘구조와 관행’을 바로잡지 않는 이상 유사한 문제는 재발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에서 언론계는 사이비 기자들이 돌아올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며 “특히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인터넷신문 및 통신사들은 지역독립법인 또는 프리랜서 기자라는 이유로 자사 지역 기자의 이해충돌 행위를 방치했으며, 지역의 일부 일간지에서는 인력 부족과 광고 영업의 필요성을 이유로 문제의 기자가 복귀하는 것을 허용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이비 기자가 돌아오는 발판을 지역 언론사가 제공하고 있다는 비판을 모면하기 위해서라도 구조개혁과 자율정화 의지를 앞장서서 천명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성명은 “사법부의 엄중한 처벌을 촉구한다”면서 “기자의 보복 취재와 겸직 등 부업 논란이 빈번히 발생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성명은 특히 “문제 행위를 반복해도 괜찮다는 학습효과가 계속되는 한 위와 같은 사건은 계속해서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따라서 사법부가 해당 기자를 엄중하게 처벌해 나쁜 구조와 관행을 끊어내는 사례로 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촉구했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