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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찬 전주문화방송 제18대 사장 취임식이 21일 전주MBC 공개홀에서 열렸다. 정 사장은 취임사에서 “지역성과 작품성을 갖춘 양질의 콘텐츠 제작과 공정방송 구현에 노력하겠다”며 “경영혁신과 지속적인 흑자 경영을 이끌고 제일 중요한 방송의 편성, 편집권의 독립을 보장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술직 출신 사장...“지역성·경영혁신” 취임식 강조

정희찬 신임 전주MBC사장(사진=전주MBC 제공)
정희찬 신임 전주MBC사장(사진=전주MBC 제공)

이날 정 사장은 취임식을 갖고 공식 업무에 돌입했다. 강릉 태생인 신임 정 사장은 강릉고와 아주대학교 제어계측공학과를 졸업한 뒤 1995년 MBC에 방송기술직으로 입사 후 제작기술국 중계부장, 제작기술국 보도기술부장, 제작기술국장 등 주로 기술직 부서에서 직무를 수행해왔다.

자사 출신으로 지역 보도국에서 오랫동안 기자로 활동했던 직전 김한광 사장과는 많은 차이가 있지만 신임 정 사장은 취임 일성으로 지역성과 작품성, 경영혁신 등을 강조해 관심을 끌었다. 전주MBC는 지난 제17대 사장 체제에서도 지역의 중요 현안에 대해 깊이 있는 해설과 가감 없는 비판, 현장감 있는 보도로 시청자들로부터 아낌없는 사랑을 받았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김 전 사장이 노동조합 지부장 출신답게 노조와 손발이 잘 맞을 것이란 기대와는 달리 노사 간 불협화음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전주지부는 지난 2월 19일 성명을 내고 ‘김한광 사장은 감사 결과를 수용하고 사과하라“고 촉구해 내부 문제가 외부로 새나오기까지 했다. 

노조 측 “전주MBC 사장은 감사 결과 수용하고 사과하라“...왜? 

노조는 성명에서 ”문화방송 감사 결과에 따른 본사의 제재 조치가 조합에 통보됐다“며 ”김한광 사장은 문책경고를, 전주문화방송은 기관경고를 받았다“고 밝힌 뒤 ”조합이 조직윤리특별위원회를 통해 확인하고자 했던 사안에 대해 본사는 사장에게 책임을 물었으며, 최종적으로 잘못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노조가 성명에서 밝힌 김 사장에 대한 문책경고는 ”협찬 기여자에게 상품권을 증빙서류 없이 지급하고 원천징수를 미이행했으며, 직원에게 협찬 대행수수료를 차명 방식으로 지급 검토를 지시하여 회계규정 등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또 전주MBC에 대한 기관경고에 대해 노조 측은 ”협찬 기여자에게 사례 명목으로 백화점 상품권을 전달하면서 기안서에 지급 대상자, 금액 등을 명시하지 않고 수령증 미구비와 원천징수를 하지 않은 점, 자회사가 가공의 계약을 체결하고 용역비 명목으로 가공 세금계산서를 발급하도록 하는 등 관련 법규를 위반한 점 등이 주된 사유“라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9월부터 이러한 내부 문제 등을 둘러싸고 노조와 회사 측은 갈등을 빚어왔다. 노조는 이와 관련 ”특위를 설치하고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한 사안을 위임받았다“며 ”자료 제공 및 담당자 면담을 요구했으나 회사 측이 이에 성실히 임하지 않았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해 왔다.

그러나 이에 맞서 회사 측은 ”사규나 단협이 아닌 조합 내부에서만 실효성을 갖는 조합 운영규약에 따라 일방적으로 특위를 설치하고 구성원들을 조사하는 등 해사 행위를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하지만 노조는 ”김 전 사장은 노사관계를 끝없는 노사 갈등의 형태로 내몰았다“고 주장, 팽팽한 대립 관계가 이어져 왔다.

”사장의 경영은 성역이 아니다“...갈등 앙금 가시지 않아, 신임 사장 ’노사관계‘ 재정립 시험대 

전주MBC 3월 21일 뉴스 화면(영상 갈무리)
전주MBC 3월 21일 뉴스 화면(영상 갈무리)

노조는 특히 ”노조 지부장 출신 사장이 생각하는 노동조합의 역할과 본질은 따로 있는 것인가?“라며 ”사장의 경영은 결코 성역이 아니다“며 책임 있는 사과를 요구해왔다. 이러한 노사 갈등이 표면적으로 드러날 무렵인 지난 2월 MBC는 지역MBC 사장들에 대한 선임 공모를 통해 사장추천위원회에서 전국 15개 지역사 사장 후보자를 선정하는 과정을 마무리했다. 따라서 이러한 노사 갈등 요인이 전주MBC 시장의 재선임에 영향을 미쳐 제동이 걸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처럼 전주MBC가 노사 갈등의 앙금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사장이 교체돼 향후 노사관계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때문에 신임 사장에게 주어진 노사관계 재정립에 관한 기대와 역할이 더욱 크고 무겁다는 지적이 안팎에서 조심스럽게 흘러 나온다. 

한편 올해 선임된 MBC 15개 지역사 사장 중 자사 출신 사장으로는 최헌영 춘천MBC 사장(춘천MBC 비즈센터장), 이태문 MBC충북 사장(전 MBC충북 특임국장), 김순규 목포MBC 사장(목포MBC 디지털제작국장) 등 3명에 이어 재선임된 자사 출신 광주MBC 김낙곤 사장 등 4명에 불과했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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