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이슈

”호수도 작은 곳에 많은 혈세를 들인다는 것은 무모한 모험입니다.“
”많은 지자체들의 뻘짓으로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세금 낭비 사례가 많죠. 이게 딱 그런 본보기가 아닌가 싶네요.“
”문화재와 생태계 보존 가치가 큰 지역의 케이블카 설치는 세금 낭비인 것 같습니다. 전주시민 의견을 다시 한번 들으세요.“
새해 벽두부터 전주시가 운영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카카오톡채널’에서는 전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한옥마을과 아중호수를 잇는 도심 케이블카 설치 사업을 놓고 논쟁이 뜨겁게 가열되고 있다.
연초부터 SNS 뜨겁게 달군 ‘전주시 케이블카 사업’ 논쟁...반대 의견 대부분, 왜?
전주시가 지난 3일 ‘한옥마을에서 아중호수로 전주가 넓어집니다. 새로운 세계의 문이 열립니다. 전주를 담은 또 하나의 전주, 전주의 기적 아중호수에서 시작됩니다’란 문구와 동영상을 올린 해당 SNS 채널에는 많은 시민들의 반대 댓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전주시가 해당 글과 동영상을 올린 지 1주일 만인 11일 오전 7시 현재, 6만 2,705명이 방문(친구)해 62명이 댓들로 자신들의 의견을 남겼다. 얼핏 보면 찬반 논쟁의 글들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반대(부정) 의견이 지배적임을 알 수 있다.
반대(부정) 의견을 단 시민들은 주로 환경 및 생태계 훼손과 도심 경관 저해, 예산 낭비, 타 지역 유사 사업 실패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낙후된 지역에서 더 많은 개발이 필요하다’, ‘머물다 갈 수 있는 관광 개발로 꼭 필요하다’는 일부 찬성(긍정) 의견들도 올라왔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더 많은 반대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적자 나면 책임은 누가 지나?...치밀한 조사·타당성 바탕으로 추진해 주길“

본인을 장**라고 소개한 한 시민은 ”전국 지자체에서 설치한 케이블카들이 심각한 적자에 빠진 곳이 많다“며 ”제멋대로 설치해 놓고 적자가 나면 모두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가장 잘나가던 통영 케이블카도 이용객이 크게 줄어 적자를 걱정한다고 한다. 시장이야 몇 년마다 계속 바뀌는데 길게 보고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해 많은 시선을 끌었다.
또 시민 이**씨는 ”아중호수 보겠다고 비싼 요금 내고 케이블카 타려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라며 ”환경훼손에 적자까지 나면 추진한 분들이 책임질 각오하고 시행하라. 일 벌이고 나서 빠지면 그만이다라는 무책임한 행정은 그만하고 치밀한 조사와 타당성을 바탕으로 무슨 일이든 추진해주시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또 다른 이**씨는 ”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많은 지자체들이 케이블카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실제 남산, 속초, 통영 등 2~3곳 정도만 수익을 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통영 해상케이블카가 성공하면서 여수, 목포, 부산, 사천 등 해상 케이블카가 6개소에 이르렀고 통영의 경우 연 탑승객 100만명 이상이 이용하고 있으나 최근 들어 이용객 증가 수가 둔화하면서 2020년부터 적자를 걱정하는 상태다. 수익성 악화에 요금 인상으로 전국 관광용 케이블카 41대 대부분 적자 경영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케이블카는 관광자원으로 활용 가능한 노선 선정이 가장 큰 전제가 되어야 하며 최소 3면 이상의 해수면·산악지형 포함(국립공원 혹은 도립공원 수준의 자연 경관성 확보) 등의 경관성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생태·역사·문화적으로 보존 가치 높은 곳...훼손 불 보듯“

그는 특히 ”기린봉은 전주의 주산으로 많은 시민들이 가벼운 등산과 산책을 즐기는 곳으로 도시 숲이자 근린공원이며, 생태자연도 2등급 지역으로 울창한 숲과 나무를 비롯한 야생동물의 주요 서식지인데다 동고산성과 동고사 등 여러 사찰이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고 천주교 치명자산 성지와 인접해 있어 역사·문화적으로도 보존 가치가 높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시민 문**씨는 ”지금도 한옥마을에서 아중호수로 가려면 차로는 12분(7.6km) 밖에 안 걸린다“며 ”버스로 이동 가능한 방법을 만들어야지 꼭 케이블카를 놓아야 할까?“라고 반문했다. 시민 안**씨도 ”케이블카는 반대한다“며 ”위치도 안 좋고 전주자연을 망치는 것이어서 그냥 버스노선과 도보로도 충분하다. 전주시내 산은 높은 산이 아니니 산을 망치지 말자“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일부 시민들은 ”(케이블카 사업은) 아주 좋은 생각이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전주시가 관광 상품을 개발해서 관광객을 유치하여 재정수입을 늘릴 수 있으면 좋겠다“, ”전주에 관광객이 머물다 갈 수 있도록 많이 많이 개발했으면 좋겠다“란 긍정적인 의견을 올렸지만 대다수 참여 시민들은 우려와 반대의 댓글로 전주시의 한옥마을과 아중호수를 잇는 케이블카 추진 사업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전주시 ”한옥마을, 승암산, 아중호수 일대 자연경관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하겠다“ 추진 강행

그럼에도 우범기 전주시장은 지난해 8월 22일 아중호수에서 현장 브리핑을 갖고 "전주시는 1,20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했던 한옥마을 외에 체류형 관광명소로 아중호수를 개발해 경쟁력 있는 새로운 관광도시로 나아갈 계획"이라며 ”특히 전주한옥마을과 승암산, 아중호수 일대 자연경관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한옥마을~기린봉~아중호수를 거쳐 호동골 일대 전주 지방정원으로 연결되는 약 3km의 케이블카를 설치할 것“이라고 밝힌데 이어 지난 4일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2024년 시정운영방향’을 설명하면서 ‘아중호수 관광명소화’를 빼놓지 않고 자랑했다.
이에 더해 전주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9일 신년 브리핑에서 “올해 전주시는 ‘문화예술로 물들고 관광으로 꽃피우는 전주’를 비전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특히 체류형 관광도시 조성을 위해 △팔복예술공장 야간관광 경관명소 △덕진공원 대표관광지 △전주관광 케이블카 설치 △아중호수 관광명소화 등 관광 기반 시설이 확충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처럼 전주시는 오는 2032년까지 향후 10년간 약 2,480억원을 투입해 6개 핵심사업과 12개 연계사업, 3개 진흥사업 등 총 21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인 가운데 전주한옥마을과 승암산, 아중호수 일대 자연경관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한옥마을~기린봉~아중호수를 거쳐 호동골 일대 전주 지방정원으로 연결되는 약 3km의 케이블카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전주시는 국비 공모와 민간투자 등을 유치해 점진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600여억원 소요 케이블카 사업, 기대했던 효과 거두지 못하면 흉물 전락...타 지역 사례에서 드러나
전주시가 현재 한옥마을에 집중된 관광콘텐츠를 아중호수 일원까지 확대해 체류형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청사진이지만 지역사회에서는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 특히 케이블카 사업은 대규모 개발이 선행돼야 하는 만큼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케이블카가 왕복으로 운영되려면 견훤왕궁터와 동고산성 등 문화재 보호구역이 많은 기린봉의 정상부에 정류장과 관람대 등의 설치로 인해 자연 생태계와 경관을 훼손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600여억원이 소요되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다른 지역의 '케이블카 설치 붐' 사례를 따라갔다가 기대했던 효과를 제대로 거두지 못하면 흉물로 전락할 우려도 큰 데다 사업성이 없는 시설을 유지·보수하느라 혈세만 낭비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케이블카 설치로 인해 주변 환경은 물론 경관을 크게 해치게 될 것이란 전문가들의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기후환경 전주 유권자 행동'은 지난 2022년 6·1 지방선거 과정에서 우범기 시장의 후보시절 공약 중 당시 케이블카 사업을 '나쁜 공약'으로 꼽았을 정도다.
"시장의 공약이라며 시민들 의견은 무시한 채 밀어붙이기식 개발 행정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옳고 그름을 판단해 신중하게 추진하는 소통과 협치의 시정이 절실하다"는 비등한 여론에 전주시는 귀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