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진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태영건설이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한 이후 파장과 후폭풍이 건설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PF에 의존하는 지역의 각종 개발에 참여하는 건설업체마다 자금 유동성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업계는 '태영건설의 다음 타자가 누가 될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파장은 전북지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전주지역을 중심으로 태영건설이 참여하는 각종 관 주도 개발사업에 참여하는 협력 또는 관계업체들의 자금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되면서 후속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PF 부실’ 태영건설 워크아웃 후폭풍...건설업계 전반으로 확산

2일 금융 및 건설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 PF 리스크 노출 금액(익스포저) 규모는 4조 5,000억원 수준으로 여기에 중도금대출을 포함하면 태영건설 대출보증 규모는 9조원대에 달하는 등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날 태영건설이 시행을 맡은 부동산 개발사업 익스포저는 1조 6,000억원 규모라고 밝혀 리스크 규모가 눈덩이처럼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태영건설이 맺은 하도급 계약의 95% 이상이 지급보증에 가입됐다는 정부 발표와 함께 태영건설로부터 외상 매출 채권을 받은 하도급 업체들의 만기 지급일이 기존 60일에서 90일로 늘어나 불안감이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지역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PF 부실에 따른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후폭풍은 건설업계 전반으로 미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한국신용평가 투자등급을 보유한 국내 건설사 16곳의 PF 보증 규모는 28조 3,000억원으로, 2020년보다 75% 급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총 19곳의 건설업체가 부도나면서 3년 만에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지역 중소건설업체들은 물론 대형건설사도 위기설에 휩싸이고 있다. 신용등급이 부여된 건설사 21곳 중 지난해 등급이 하향 조정된 건설사는 8곳에 달한다. 롯데건설과 SK에코플랜트, (주)한화건설 부문, 현대건설 등도 오는 2월 말 총 1조 4,200억여원의 회사채 만기 도래를 앞두고 있어 불안한 형국이다.
더욱이 태영그룹은 태영건설을 버리더라도 주력 계열사인 SBS를 살리겠다는 의도가 강하다는 지적들이 금융가에 나돌면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무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럴 경우 법원의 회생절차(법정관리)로 들어가 분양 계약자와 협력업체의 피해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어서 전북지역에 미치는 파장 또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주시 각종 개발사업 ‘불똥’...전주종합경기장·옛대한방직 터 개발사업 등에 악영향 불보듯

특히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전주시가 추진 중인 개발사업에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주지역에 현재 태영건설과 관련이 있는 관 주도 개발사업은 ‘전주 에코시티 2차 개발사업’과 ‘전주대대 이전 및 개발사업(천마지구 사업)’, ‘전주리사이클링타운 운영’ 등이다.
㈜에코시티는 태영건설을 포함해 포스코건설, KCC건설, 한백종합건설 등이 참여한 컨소시업 회사로, 태영건설이 지분 40%를 가지고 있다. 이중 에코시티 2단계 사업 공정률은 95%까지 진행하고 있어 이번 워크아웃 파장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지만 마무리 공정과 하자보수 등에 있어서 차질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게다가 ‘전주대대 이전 및 개발사업(천마지구 사업)’의 경우 아직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하지도 않은 상태에다 구체적인 착공 시기도 불확실해 태영건설이 제외되면 전체 사업추진에 큰 차질이 불 보듯 우려된다. 또한 전주리싸이클링타운의 경우도 4개 컨소시엄 가운데 태영이 가장 큰 지분을 갖고 있어 이 역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전주시 관계자는 “이번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이 전주지역 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 하기 위해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할 뿐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이후 전국적으로 몰아치는 후폭풍을 관망만 하는 대신 별다른 대책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더구나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의 지주회사 티와이홀딩스와 오너 일가가 계열사인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을 지주사 채무보증 해소에 먼저 사용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태영건설을 버리더라도 주력 계열사인 SBS를 살리겠다는 의도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무산되면 분양 계약자와 협력업체 등의 피해가 더욱 커질 전망이어서 당장 전주시 참여 개발사업에도 적지 않은 파장과 피해가 우려된다.
건설업계 줄도산 공포 확산...“신중하고 치밀한 전주시 개발 행정 필요”

더욱이 시공능력평가 16위의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자 건설업계가 줄도산 공포에 휩싸였다. 특히 PF시장 구조조정이 가속화되고 건설사들의 유동성 위기가 심화되면 금융권 역시 건전성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어 태영건설 워크아웃으로 올해 PF시장 구조조정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란 분석이다.
따라서 전주시가 민선 8기 출범 이후 속도를 내고 있는 전주종합경기장 개발과 옛 대한방직공장 부지 개발사업, 전주월드컵경기장 일대 복합스포츠타운 조성사업 등에 참여한 PF 관련 건설사들이 적지 않아 향방에 촉각이 쏠리고 있다.
현재 참여하고 있는 전주시 천마지구 개발사업 등에서 태영건설이 손을 떼게 된다면 장기간 표류가 불가피하게 되는 데다 건설경기 침체와 부도업체 증가로 전주시가 속도를 강조하며 추진 중인 각종 개발사업의 차질은 물론 공정 부실과 장기 중단 도미노 행렬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우범기 시장 체제 출범 이후 전주시의 밀어붙이기식 개발 정책이 건설 및 PF시장의 장기 침체로 인해 막대한 혈세는 물론 행정력 낭비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전주시의 신중하고 치밀한 개발 행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더욱 힘이 실리는 이유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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