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전북도 국정감사 이슈

전라북도에 대한 국정감사(국감)가 4년 만에 현지인 전북도청 4층 대회의실에서 24일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가운데 예상대로 새만금에 집중됐다. 새만금잼버리 파행을 둘러싼 책임 공방과 새만금 예산 삭감을 놓고 팽팽한 신경전과 고성이 오가는 사이 정작 중요한 지역 현안들은 거론되지 않아 '맹탕 국감'이란 지적을 받았다.
또한 국감이 열린 이날 도청 4층 대회의실과 도청 앞에서는 전북도의원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새만금 SOC 예산 삭감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새만금을 살려내라’, ‘전북 홀대 규탄한다’ 등의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침묵시위 등을 벌이며 시선을 모았다.
김관영 지사 "새만금 예산 삭감, 정치 보복성"…여당 의원들 항의·고성 빗발쳐

24일 전북도에 대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 국감에서 새만금잼버리 파행 책임과 새만금 예산 삭감 원인의 진위를 놓고 여야 의원들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고성이 오가는 바람에 정작 중요한 지역 현안들에 대한 질의와 답변은 나오지 않아 실망을 주었다.
특히 국감장에서 김관영 도지사는 “새만금 예산 삭감은 보복성”이라는 발언을 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예산 삭감은 전북도의 무능 탓인데 왜 보복이라고 하느냐”고 맞받으며 거센 고성이 오갔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이형석 의원(광주 북구을)이 "윤석열 대통령이 잼버리 전에는 새만금 사업은 속도감 있게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가 잼버리 이후에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은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보복성 삭감"이라고 강조한 뒤 "정부가 새만금 SOC 예산을 78% 삭감한 것은 보복성 삭감이라고 생각하나"라고 묻자 김 지사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하면서 포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서울 서초구갑)이 즉각 맞받았다. 조 의원은 "김 지사가 처음엔 여성가족부장관 탓을 하다가 사무총장 탓을 하고 있다“면서 ”조직위에 파견된 공무원과 조직위원장을 맡은 전북 출신 국회의원과 제대로 협의하지 않은 도지사의 무능이고, 무책임"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조 의원은 "그런데도 정부가 보복한 것이라고 프레임을 짜고 있다“며 ”대통령이 전북도민을 기만한다고 얘기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면서 "보복성 예산 삭감이라고 말한 것으로, 그건 우리 도민들의 마음"이라고 반박했지만 고성은 계속 이어졌다.
“새만금 예산 삭감 징후 보이면 기획재정부 문턱 닳도록 찾았어야“ 질타

특히 이날 질타의 선봉에 나선 조 의원은 “잼버리가 잘되면 내 덕, 안되면 남 탓”이냐면서 “조직위에 전북 출신 공무원이 75%가 파견을 갔는데 공무원을 감시·감독 못 한 도지사의 무능이고 무책임”이라고 질타한 뒤 “김 지사는 조직위원회 책임론 뒤에 숨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런 뒤 "새만금 예산 삭감 징후가 보이면 기획재정부 문턱이 닳도록 찾았어야 한다"고 거듭 목소리를 높인 조 의원은 “잼버리공동조직위원장이던 김윤덕 국회의원에 대한 책임을 이야기하니까 사무총장으로 책임을 돌리고 있다”고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그러자 김 지사는 “집행위원장으로서 책임을 회피하는 게 아니라 전북만의 책임이라는 정치 공세가 있는데 잘못된 점을 설명해 드린다”면서 “(새만금) 예산 삭감은 납득할 수 없다. 심의 때까지 별문제가 없던 예산이 잼버리 사태 이후 급격히 입장이 바뀌면서 보복성 삭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자 일순간 분위기가 험해지기 시작했다.
이에 조 의원은 “김 지사가 보복성이라고 말해 대통령을 모욕했다”면서 “삭감이 예상될 때 다른 도지사들처럼 기재부 문턱이 닳게 드나들어야지, (그러지) 못해놓고 대통령의 보복이라고 하는 게 바른 자세냐”면서 “이러면 새만금 예산을 여당과 의논해서 올릴 수 있겠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이날 국민의힘 김웅 의원(서울 송파구갑)은 “잼버리대회를 앞두고 도지사가 최종 준비 상황을 막판 점검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고 강조한 뒤 “인터뷰에서도 꼼꼼히 확인하고 있다고 했고 잼버리대회를 홍보할 때는 직접 당사자고, 사고가 터지면 결재권자가 아니라는 말을 누가 믿을 수 있겠느냐”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또 “전체 잼버리 조직위 공무원 70여명 중 50여명이 전북도청 소속 공무원이었고, 대회 전 도지사가 최종 점검에 나섰다는 보도도 있었다”며 “전라북도가 단순히 기반시설만 준비했다면 누가 믿겠냐”고 따졌다.
“새만금 예산 보복 삭감, 잼버리 이후 갑작스럽게 예산 깎이면서 도민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진땀 '해명'

이에 김 지사는 “조직위 본부가 있던 부안에서는 직원 모집이 안 돼 전북 공무원들의 파견이 많았고 대회 운영과 집행은 조직위의 권한”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김 지사가 책임지는 게 하나도 없다”면서 “국감에서 잼버리 관련해 전북도 책임을 묻는 게 왜 정치공세냐. 어떻게 국감장에서 그런 소리를 하느냐. 뭐가 정치공세고 보복성 삭감인지 말해봐라”고 연신 고성을 퍼부었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새만금 예산 보복 삭감은 잼버리 이후 갑작스럽게 예산이 깎이면서 도민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이라고 재차 설명한 뒤 “정치공세는 그동안 잼버리를 전북 책임으로만 돌리려는 일각의 시도가 있었다는 표현이다”고 부연했다.
이를 바라본 민주당 의원들은 “그만 소리 지르고 지사의 답변을 잘 들으라”며 중재에 나섰지만 고성을 막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이날 행안위 국감 감사반장을 맡은 민주당 김교흥 의원(인천 서구갑)은 “김 지사가 말한 정치공세는 이전에 있었던 일을 지칭한 것으로, 지금 국감장에서 의원들에게 한 발언은 아니라고 한 만큼 자중해 달라”고 지적했다.
“예산 삭감은 잼버리 보복” 민주당 의원들 전북도 지원사격 ‘역부족’...대선 공약 등 굵직한 이슈들 ‘실종’
이날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새만금잼버리 파행 책임과 관련 국민의힘 의원들에 맞서 전북도를 두둔하며 정부의 책임 있는 행동을 요구했다. 먼저 천준호 의원(서울 강북갑)은 정부의 새만금 관련 예산 삭감을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천 의원은 “부처 예산을 100% 반영했던 예산안을 2024년도에 갑자기 5,000억원이나 삭감해서 22%만 반영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지사는 "납득할 수 없다"며 "1∼3차 심의 때까지 별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잼버리 사태 이후 급격히 입장이 바뀌면서 보복성 삭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강병원 의원(서울 은평구을)은 “노태우 정부에서 시작한 새만금은 보수와 진보정권이 바뀌어도 중단 없이 진행됐다”면서 “현 정부의 무책임과 김현숙 여가부 전 장관의 무능한 결과를 전북에 책임 전가하고자 예산 삭감했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보수정권이 선거 때만 전라도를 이용하고 전북을 홀대한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강 의원은 “대통령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 ‘국민은 늘 옳다’며 ‘반성하고 민생 현장으로 가야한다’고 발언한 것은 새만금 예산 삭감과는 모순된 행위”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문진석 의원(충남 천안시갑)은 “잼버리조직위원장인 여가부 장관의 권한이 크다. 권한이 크면 책임도 크다”면서 “8월만 해도 괜찮다고 했던 예산이 갑자기 삭감된 건 잼버리 (파행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무소속 이성만 의원(인천 부평구갑) 의원은 “잼버리 특별법에 따른 역할 구분을 보면 문제가 된 쉼터 없는 더위 무대책과 비위생적 환경 등은 조직위원회 담당(책임)”이라고 규정한 뒤 “수도권 밀집을 타파하고 전 국토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새만금의 예산을 미지원한 것은 전북을 넘어 국가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국감장 바깥에서는 지역 시민단체들이 새만금 방조제 길이인 33.9m에 해당하는 현수막을 들고 ‘새만금 예산복원’을 요구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또 이른 아침부터 전북도의원들은 국감이 열리는 전북도청 4층 앞에서 새만금 예산 복원을 촉구하며 침묵시위를 벌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등이 지나가는 순간 거센 항의 표시를 하기도 했다.
국감장 대신 국회로 달려간 남원시민들..."국립의원 설립법안 조속히 통과시켜라" 항의 삭발 투쟁

이처럼 새만금에 집중된 이날 전북도 국감에서는 최근 의대 증원과 관련해 지난 정권과 20대 국회에 이어 계속 표류 중인 남원의 국립의전원 설립에 관한 문제는 거론조차 안 됐다. 오히려 이날 남원시민들과 시의원들은 국회 앞에서 국립의전원 설립법안을 조속히 통과시키라며 항의 삭발 투쟁을 벌였다.
[해당 기사]
성난 남원시민들 “국립의전원 설립 법률안 즉각 통과시켜라”...국회 앞 삭발 집회
이 외에도 이날 전북도청에서 모처럼 열린 국감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대선 공약이지만 유명무실해지고 있는 전북금융중심지 지정에 관한 현안 외에 대광법(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전북특별자치도 개정안 등은 거론조차 이뤄지지 않아 새만금 집중에 따른 '맹탕 국감'이란 비판을 받았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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