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국정감사 이슈
국민연금공단 국정감사에서 연금개혁·탈석탄 정책 등에 대한 우려와 질타가 쏟아졌다. 특히 해외 연기금이 투자 배제·감시 대상으로 선정한 기업에 국민연금공단이 수조원을 투자한 것으로 지적됐다.
그런가 하면 국민연금공단이 자체적으로 직장 내 인권 침해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응답 직원의 6.2%가 동료 직원으로부터 성희롱이나 괴롭힘 등의 피해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1급 간부 직원은 성희롱 논란으로 해임된 사례도 드러났다.
국민연금 국감, 여야 의원들 “연금개혁·탈석탄 대책” 잇따라 주문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국민연금공단의 이 같은 문제점들을 지적하며 대책을 추궁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경기 용인시병)은 “국민연금공단은 지난해 말 기준 대량살상무기와 석탄, 담배 등 분야 기업에 6조 1,000억여원을 투자하고 있다”며 "국민연금이 2021년 탈석탄을 선언하고 연구용역을 마쳤지만, 1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도 단계적 시행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행 방안을 빨리 도입하고 석탄뿐 아니라 대량살상무기와 담배에 대한 투자 배제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민주당 남인순 의원(서울 송파구병)은 "2년 전 탈석탄 선언을 하고, 석탄 채굴과 산업 투자 제한 등을 심의 의결을 했는데 정책 수립을 했나"라고 질의했다.
같은 당 서영석 의원(경기 부천시정)은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보고서를 보면 노후소득보단 재정안정성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 같다"며 "소득대체율을 2028년 40% 목표하고 있는데 연금 가입자들이 40년 채운 사람이 거의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비례대표)은 "연금 고갈 문제로 국민 걱정이 크다"며 "2013년 3차 재정계산 때 2060년 소진된다고 했는데 2018년엔 2057년, 올해 3월 발표한 재정계산 추계로는 2055년으로 더 앞당겨진 엄혹한 현실"이라며 대책을 물었다.
이어 민주당 최혜영 의원(비례대표)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매년 0.5%씩 줄고 있다“며 ”이렇게 볼 때 소득대체율이 드라마틱하게 높아지는 계획이 아니라면 가입 기간을 늘리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제언한 뒤 역시 대책을 물었다.
김태현 이사장 “탈석탄 선언 이후 정책 수립 아직까지 논의하지 못했다”

이날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탈석탄 선언 이후 정책 수립과 관련 "아직까지 논의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또 김 이사장은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터지고 공급망 문제도 있었다"며 "한국전력의 재정난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연금 개혁은 소득 보장과 재정안정, 세대 간 형평성을 함께 달성해야 한다"는 김 이사장은 "(국민연금) 구조개혁과 모수개혁 같이 논의가 필요하다"면서도 "논의가 너무 지연돼 모수개혁 자체를 못 하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고 답했다. 모수개혁이란 국민연금 제도의 기본적인 틀은 유지하되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수급 개시 연령 등 세부 지표를 조정하는 연금개혁을 뜻한다.
김 이사장은 또 "젊은 세대가 돈을 내도 나중에 연금을 수급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연금 개혁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위험자산 비중 관련 “20% 정도 늘려야 할 것"이라며 "나름대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지만 (정식) 논의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국민연금공단 가습기 살균제 기업에서 23억 못 받고 700억 투자...’논란‘
이밖에 이날 국민연금공단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 관련 기업에서 받아야 구상금이 20억원이 넘지만 오히려 해당 기업들 가운데 한 곳에 700억원을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눈총을 받았다.
이날 국민연금공단이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서울 영등포구갑)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지급한 연금과 관련해 10곳의 기업으로부터 구상금 23억원을 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공단은 옥시레킷벤키저 본사를 포함해 3건의 소송을 벌이고 있는데, 이 가운데 옥시레킷벤키저의 주식 700억원 정도를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 술이나 담배 도박 업종에도 국내 1조 4,000억원, 해외 33억 6,000억원 규모를 투자한 것도 이날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대해 김 이사장은 "사회적 책무와 관련해 수탁 책임 활동과 투자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수탁자 책임 활동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국민연금공단 1급 간부 성희롱 논란 ’해임‘…직원 6.2% 성희롱·괴롭힘 피해, 본사 가장 많아
한편 국민연금공단이 자체적으로 직장 내 인권 침해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응답 직원의 6.2%가 동료 직원으로부터 성희롱이나 괴롭힘 등의 피해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경남 창원시 성산구)이 국민연금공단에서 받은 '2023년 인권 침해 예방 자가 점검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공단 직원 5,317 중 332명(6.2%)이 직장에서 성희롱, 괴롭힘·갑질 중 1가지 이상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피해 경험률은 작년(5.5%)보다 0.7%p 늘었으며, 유형별로 보면 성희롱 피해자는 지난해 2.0%에서 올해 2.3%(122명), 괴롭힘·갑질 피해자는 지난해 4.8%에서 올해 5.5%(291명)로 각각 늘었다. 성희롱 피해 내용 중에서는 외모 평가(83건·복수 응답)가 가장 많았고, 성적 농담(46건), 신체 접촉(36건), 회식 자리 강요(29건), 사적 만남 강요(11건) 순이었다.
또한 괴롭힘·갑질 피해로는 부적절한 호칭(147건), 부적절한 질책(130건), 차별적 발언(101건), 음주·회식 강요(79건), 사적 용무 지시(45건) 등이다. 피해 경험률은 전주 본사가 7.4%로 가장 높았고 대전·세종본부 7.1%, 서울남부본부 6.8%, 경인본부 6.4%, 광주본부 6.4% 등으로 나타났다 .
직급별로는 6급(7.4%), 5급(6.8%), 4급(6.1%) 등으로 하위직 직원과 공무직에서 피해자가 많았다. 강 의원에 따르면 공단은 2020년부터 올해까지 부적절한 행위로 직원 6명을 중징계 처분했다. 이 중에는 지난 6월에 성희롱 논란을 일으킨 1급 간부를 해임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박주현 기자
